겨울 까치집 (2008년 12월 26일) 나쁜 일 많은 한 해가 지나갑니다. 아주 떠나간 친구들, 병마에 잡혀 고생하는 친구들, 힘겨워지는 살림살이에 지쳐가는 친구들을 생각하며 거리를 떠돕니다.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자신에게 화가 납니다.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이 일으키는 바람이 걷는 사람을 주눅 들게 합니다. 큰 길.. 자유칼럼 2009.12.09
미국인 양부모 (2008년 12월 12일) 단어는 세상을 반영합니다. ‘성실’은 한때 위대함에 이르는 덕목으로 추앙받았지만 지금은 착하나 우둔한 사람을 묘사할 때 더 자주 쓰입니다. 무엇에도 구애되지 않는 육신과 영혼을 뜻하던 ‘자유’가 계산 밝은 보수주의를 대표하는 단어로 쓰이게 된 건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 자유칼럼 2009.12.09
친절한 서울시 (2008년 11월 28일) 지구촌 시대가 되었고 재외국민의 수가 300만에 이르지만 한국은 여전히 이분법의 나라입니다. 69억에 육박하는 세계인도 한국인의 눈엔 ‘한국인’과 ‘외국인’의 조합일 뿐입니다. 외국에서 아무리 오래 살아도 한국인의 피가 섞였으면 한국인이고 한국에서 아무리 오래 살아도 외국.. 자유칼럼 2009.12.09
김 전무네 김장 (2008년 11월 12일) 오늘은 집에 가는 날. 안산에 있던 회사가 서울에서 조금 더 먼 곳에 새 공장을 지어 이사하니 저절로 주말부부가 되었습니다. 집에서 다닐 때도 애틋한 남편은 아니었지만, 월요일 새벽 집을 나와 토요일 저녁에야 돌아가니 중년의 아내에게 늘 미안합니다. 금요일 밤엔 내일 집에 가면 .. 자유칼럼 2009.12.09
처음처럼 (2008년 10월 31일) 그래도 가을이라고 몇 사람이 모여 앉아 소주잔을 기울입니다. 금융 위기는 너무 깊은 병과 같아 오히려 제쳐놓고, 국정감사 자리에서 성질 자랑을 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얘기를 합니다. “사과한답시고 텔레비전에 나온 거 봤어? 그게 사과하는 거야?” “누가 아니래! 고개도 .. 자유칼럼 2009.12.09
사소한 결심 (2008년 10월 17일) 높으신 분들은 너른 사무실에서 큼직큼직한 결정을 하지만 저는 부엌의 작은 의자에 앉아 사소한 결심 몇 가지를 합니다. 웃음거리가 될 각오를 하고 말씀드리자면, 첫째, 고추, 말린 나물, 잡곡 등 농산물은 되도록 충북 괴산 것으로 산다, 둘째, 두부, 콩나물 등 생식품은 특정회사 것을 .. 자유칼럼 2009.12.09
그늘의 발달 (2008년 10월 3일) 마침내 시월입니다. 10월은 열 번째 달에 불과하지만 ‘시월’은 ‘詩月,’ 곧 시 읽는 달입니다. 문태준의 “그늘의 발달”을 들고 아무데나 펼칩니다. 하필 “百年”입니다. “와병 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빈 의자처럼 쓸쓸히 술을 마셨네” 하는 첫 문장이 가슴 속에 바람.. 자유칼럼 2009.12.09
살아남은 자의 슬픔 (2008년 9월 19일) 이번 추석은 꼭 빚쟁이들에 둘러싸여 치르는 잔치 같았습니다. 세계 굴지의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고 메릴 린치가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 팔려 금융대란이 전 세계를 휩쓸었지만, 주식시장이 연휴에 들어간 덕에 송편을 빚고 빈대떡도 부쳤습니다. 화요일 아침 시장이 열리자마자 코스피지.. 자유칼럼 2009.12.08
투명인간, 투명망토 (2008년 9월 5일) 9월로 접어드니 몸도 마음만큼이나 좋아라합니다. 횡단보도를 걸을 때 아스팔트에서 솟는 지열도 없고 가로수 아래를 걸어도 땀이 나지 않습니다. 아침나절과 석양에는 오히려 서늘하여 카디건을 어깨에 걸치고 걸어봅니다. 카디건이 자꾸 흘러내립니다. 망토라면 흘러내리지 않을 텐데.. 자유칼럼 2009.12.08
홍준표의 넥타이 (2008년 8월 22일) 칼럼을 쓰기 시작한 이래 한 가지 원칙만은 지키려 노력해왔습니다. 모르는 일에 대해서는 쓰지 않는다는 겁니다. 게다가 어린 시절 읽은 <플루타르크 영웅전>에서 정치가들의 말로가 대개 부자연스러운 죽음으로 끝나는 걸 본 터라 정치와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두지 않았.. 자유칼럼 2009.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