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861

존 스타인벡의 문장들5: 배움 (2023년 11월 8일)

초등학교 부근 카페에서는 학교에서의 하루를 끝낸 아이들이 학원에 가기 전 잠시 엄마들을 만나 간식을 먹으며 공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은 무슨 일에든 길들여진다지만 요즘 아이들처럼 '시키는' 공부를 오래 해야 한다면 참으로 괴로울 것 같습니다. 엄마들이 시키는 공부는 대개 영어입니다. 아이들은 영어 그림책이나 영어 문제집을 보며 빵을 먹고 주스를 마시지만, 어머니들의 눈은 스마트폰에 고착되어 있습니다. 아이는 질문하는 일이 드물고 어쩌다 질문을 해도 그 질문이 대화로 이어지진 않습니다. 어머니들이 바로 답을 말해주거나 그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야단치기 때문입니다. 저는 중학교에 들어가서야 영어라는 걸 접했지만 영어는 지금까지도 제게 즐거움을 주고 생계를 돕는 동무입니다. 그러나 유치원 때부터 영어..

오늘의 문장 2023.11.08

존 스타인벡의 문장들4: 인간 (2023년 11월 2일)

제가 일년 중 가장 좋아하는 달인 11월의 둘째 날 수십 년 동안 저를 위로해준 존 스타인벡의 을 다 읽었습니다. 전에도 읽었던 책인데 이번엔 더 재미있더니 마지막 쪽을 덮을 때는 왼쪽 가슴이 먹먹하며 아팠습니다. 인격보다 재산이 중시되는 세상에서 격조 있는 사람이 살아남기는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스타인벡은 1968년에 죽었고, 그때는 오늘날처럼 천박한 자본주의가 노골화하기도 전인데 이 뛰어난 작가는 이미 자본주의의 민낯을 보았던 것이겠지요. 이 그의 마지막 작품인 이유를 알겠습니다. 이라는 제목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에 나오는 글로스터 공작의 대사에서 따온 것인데, 글로스터는 왕이 되며 리처드3세가 됩니다. 이 세상에서는 만나지 못한 스타인벡, 언젠가 다른 세상에서라도 만나 보고 싶..

오늘의 문장 2023.11.02

존 스타인벡의 문장들3: 돈 (2023년 10월 31일)

매달 끄트머리에 이르면 긴장하게 됩니다. 관리비와 공과금을 내야 하니까요. 내야 할 돈을 다 냈구나 휴~ 하는 순간 아차! 합니다. 우렁이가 김을 맨 스테비아 쌀을 보내주신 무안 최 선생님께 자장면 값이라도 보내고 싶은데, 돈이 없습니다. 부끄러운 마음으로 나날을 돌아봅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행복하지만 꼭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으니 '돈'입니다. 그래도 '돈'만 많고 행복이 부족한 것보다는 나은 것 아닌가, 혼자 웃는데 '그래서 넌 그렇게 사는 거야!' 어머니의 탄식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우울해지려는 찰나, 오랜 친구 존 스타인벡의 낮은 목소리가 위로합니다. 역시 저는 운이 좋습니다. *최 선생님의 우렁이, 스테비아 쌀을 구입하고 싶으신 분은 연락 주십시오. 20킬로그램에 택배비 포함, 7만원입니다...

오늘의 문장 2023.10.31

존 스타인벡의 문장들2: 전쟁 (2023년 10월 26일)

국화와 코스모스가 계절을 장식하는데 뉴스엔 연일 전쟁 소식입니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가족과 친구와 연인을 잃고 누군가는 많은 사람을 살해했다고 훈장을 받겠지요. 이스라엘과 하마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말 이 전쟁들을 종식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다시 존 스타인벡의 문장들이 떠오릅니다. 에 나오는 문장들입니다. P. 50 They say a good soldier fights a battle, never a war. That's for civilians. 진짜 군인은 전투를 할 뿐, 전쟁을 하는 법이 없다지. 전쟁은 민간인들이 하는 거니까. P. 109 "Do you remember my decorations?" "Your medals from the war?" "They were ..

오늘의 문장 2023.10.26

존 스타인벡의 문장들1: 바보 (2023년 10월 23일)

대학 시절의 괴로움이 아르바이트였다면 즐거움은 도서관이었습니다. 1970년대 후반은 이 나라가 우후죽순처럼 성장하던 때라 대학을 졸업만 하면 취직이 되었습니다. 호황 덕에 텅 빈 도서관은 아주 소수의 차지였고 그들 중에 저도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평생의 친구를 여럿 만났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가장 큰 위로를 주는 사람은 미국 소설가 존 스타인벡 (John Steinbeck: 1902-1968) 입니다. 물론 부끄럽기도 합니다. 그는 66년을 살며 이렇게 큰 위로를 남겼는데 그의 나이를 넘겨 사는 저는 뭘 하고 있는 걸까요? 여러 가지 처음 겪는 일이 많았던 지난 10개월, 힘들 때도 있었지만 스타인벡 덕에 웃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스타인벡에게 위로받듯 제 문장들에 위로받으며 힘든 시기를 지나는 사람이 한..

오늘의 문장 2023.10.23

노년일기 192: 인류의 '베프' (2023년 10월 6일)

얼마 전 처음 만나는 후배와 얘기하다가 제 주변에 머물다 저세상으로 간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싫어하던 사람도 있고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오늘 우연히 들춘 옛 노트에서 모차르트가 죽음에 대해 쓴 편지를 읽었습니다. 226쪽 모차르트가 삶의 끝 무렵에 아버지에게 쓴 글입니다. 제 곁을 떠난 사람들중에도 죽음에 대해 모차르트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있겠지요... "죽음이란 우리 삶의 진실로 궁극적인 목적이기에 지난 몇 년간 나는 이 가장 진실되고 가장 좋은 인류의 친구인 죽음과 친하게 되어서, 그것은 더 이상 나를 두렵게 하지 않고 마음이 놓이게 하고 위로를 주는 것이 되었습니다. 죽음이란... 우리의 진정한 축복의 열쇠입니다."

오늘의 문장 2023.10.06

양심의 소리 (2023년 7월 24일)

성공의 본래 뜻은 '목적하는 바를 이루는 것'이지만 요즘엔 '부자가 되는 것'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 혹은 '남들의 부러움을 사는 사람이 되는 것'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성공'하지 못하는 건 남의 부러움을 사는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일까요? 수백 만 명의 유대인을 조직적으로 탄압하고 죽게 한 홀로코스트 (Holocaust: 1933-1945) 때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오스트리아 심리학자-정신의학자 빅토르 프랑클 (Viktor Frankl: 1905-1997)의 책 에서 '성공'의 다른 정의를 만났습니다. 1984년 판에 부친 서문에 나오는 글인데, 거기 나오는 '양심의 소리'라는 표현이 뭉클합니다. 2023년 한국에서 가장 잊힌 것이 있다면 바로 '양심'일 테니까요. 역자가 빅토르 프..

오늘의 문장 2023.07.24

7월, 칠월 (2023년 7월 1일)

칠월이 타고 온 열기는 얼핏 반갑지 않지만 그 열기로 인해 피어나는 꽃들이 있고 영그는 열매들이 있겠지요. 일러스트포잇 김수자 씨의 블로그에서 만난 '유월' 사진과 시가 너무도 아름다워 아래에 옮겨둡니다. 우리도 유월처럼 아름답게 질 수 있을까요... 제목의 '유월'을 '칠월'로 바꿔 읽으며 한 사람 한 사람 꽃으로 피고 열매로 영그는 칠월이 되길 기원합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김수자 씨의 블로그 '시시詩詩한 그림일기'로 연결됩니다. https://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illustpoet&logNo=223143524079&categoryNo=7&parentCategoryNo=&from=thumbnailList 유월 이바라기 노리코 ​ 어딘가에 아름다운 마을..

오늘의 문장 2023.07.01

점심: 마음에 점 하나 (2023년 6월 14일)

오늘 아침엔 경향신문이 오지 않았습니다. 사고 많은 세상... 매일 오던 신문이 오지 않으니 걱정이 됩니다. 집에서 신문을 구독하는 사람이 너무 적으니 배달하는 사람도 신이 나지 않고 그러다 무심코 빼먹은 걸까? 오히려 그랬으면 다행일 텐데... 신문의 논조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고 너무 편향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좋아하는 칼럼 두엇이 있어 보고 있습니다. 엄민용 기자의 '우리말 산책'도 그중 하나입니다. 글을 읽다 보니 지미 스트레인의 'Lunch Box'가 떠오릅니다. 정말이지 점심은 마음의 점! https://youtu.be/c75XSDPjtdM 우리말 산책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전하는 ‘점심’ 우리가 하루 세 끼를 먹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또 끼니나 때를 가리키는 ‘..

오늘의 문장 2023.06.14

노년일기 167: 나의 노래 2 (2023년 5월 26일)

지난 5월 20일 이 블로그에 월트 위트먼의 시 'Song of Myself' 일부를 '나의 노래 1'이라는 제 목으로 소개했습니다. 이 글은 그 글의 속편입니다. 제가 자꾸 시를 소개하는 이유는 시가 우리를 우리 자신에게서 떠나지 않게 도와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소음에 시달린 귀, 쓸데없는 것들을 보느라 지친 눈, 불필요한 말을 하느라 피로한 입, 무엇보다 세상을 떠돌면 떠돌수록 외로운 마음을 위로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32: I think I could turn and live with animals, they are so placid and self-contain'd, They do not sweat and whine about their condition, They do not..

오늘의 문장 2023.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