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844

7월, 칠월 (2023년 7월 1일)

칠월이 타고 온 열기는 얼핏 반갑지 않지만 그 열기로 인해 피어나는 꽃들이 있고 영그는 열매들이 있겠지요. 일러스트포잇 김수자 씨의 블로그에서 만난 '유월' 사진과 시가 너무도 아름다워 아래에 옮겨둡니다. 우리도 유월처럼 아름답게 질 수 있을까요... 제목의 '유월'을 '칠월'로 바꿔 읽으며 한 사람 한 사람 꽃으로 피고 열매로 영그는 칠월이 되길 기원합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김수자 씨의 블로그 '시시詩詩한 그림일기'로 연결됩니다. https://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illustpoet&logNo=223143524079&categoryNo=7&parentCategoryNo=&from=thumbnailList 유월 이바라기 노리코 ​ 어딘가에 아름다운 마을..

오늘의 문장 2023.07.01

점심: 마음에 점 하나 (2023년 6월 14일)

오늘 아침엔 경향신문이 오지 않았습니다. 사고 많은 세상... 매일 오던 신문이 오지 않으니 걱정이 됩니다. 집에서 신문을 구독하는 사람이 너무 적으니 배달하는 사람도 신이 나지 않고 그러다 무심코 빼먹은 걸까? 오히려 그랬으면 다행일 텐데... 신문의 논조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고 너무 편향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좋아하는 칼럼 두엇이 있어 보고 있습니다. 엄민용 기자의 '우리말 산책'도 그중 하나입니다. 글을 읽다 보니 지미 스트레인의 'Lunch Box'가 떠오릅니다. 정말이지 점심은 마음의 점! https://youtu.be/c75XSDPjtdM 우리말 산책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전하는 ‘점심’ 우리가 하루 세 끼를 먹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또 끼니나 때를 가리키는 ‘..

오늘의 문장 2023.06.14

노년일기 167: 나의 노래 2 (2023년 5월 26일)

지난 5월 20일 이 블로그에 월트 위트먼의 시 'Song of Myself' 일부를 '나의 노래 1'이라는 제 목으로 소개했습니다. 이 글은 그 글의 속편입니다. 제가 자꾸 시를 소개하는 이유는 시가 우리를 우리 자신에게서 떠나지 않게 도와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소음에 시달린 귀, 쓸데없는 것들을 보느라 지친 눈, 불필요한 말을 하느라 피로한 입, 무엇보다 세상을 떠돌면 떠돌수록 외로운 마음을 위로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32: I think I could turn and live with animals, they are so placid and self-contain'd, They do not sweat and whine about their condition, They do not..

오늘의 문장 2023.05.26

4425일 만에 다시 만난 눈먼 소년 (2023년 5월 24일)

2011년 4월 9일에 이 블로그에 썼던 글을 우연히 다시 읽었습니다. 예산에서 사과를 키우시던 김광호 선생님이 보내주신 글입니다. 선생님이 연세 드시며 사과 농원을 그만두시면서 제가 사과 향기 맡는 일과 선생님과 연락하는 일이 줄었지만 저는 여전히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선생님은 주한 미국대사관 도서관장으로 일하신 후 은퇴하셨고 선생님이 보내주시는 글들 중엔 영어로 된 것이 많았는데, 그때 받은 영어 원문과 제가 축약 번역한 것을 함께 게재한 것입니다. 4425일 만에 다시 만난 글, 선생님을 뵈온 것처럼 반가워 여기 다시 옮겨둡니다. 선생님, 안녕하시온지요? 눈 먼 소년 하나가 건물 계단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의 손에는 "저는 맹인입니다. 부디 도와주셔요"라고 쓰인 피켓이 있고 발치엔 모자가 놓여 있었..

오늘의 문장 2023.05.24

우린 '사사받지' 않는다 (2023년 5월 23일)

글의 제목 옆 괄호 속에 '5월 23일'이라고 쓰는데 이날이 무슨 날이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타계한 날입니다. 양심이 욕심보다 컸던 그는 저세상으로 갔고 그 같지 않은 사람들은 흰머리로 혹은 검게 물들인 머리로 뉴스 안팎을 총총댑니다. 우리와 동행하는 사람들은 모두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지만, 반면교사는 넘쳐도 교사는 드물고 스승은 더욱 드뭅니다. 스승을 섬기며 가르침을 받음을 뜻하는 '사사(師事)하다'가 '사사받다'로 잘못 쓰이는 일이 흔한 이유도 바로 이런 세태 때문일지 모릅니다. 우리말 산책 ‘사사’는 받는 게 아니라 하는 거다 엄민용 기자 '선생(先生)’은 보통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나 “학예가 뛰어난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로 쓰인다. 어떤 일에 경험이 많거나 잘 ..

오늘의 문장 2023.05.23

참으로 술맛이란 (2023년 4월 19일)

술은 이길 수 없는 적과 같은데, 이기지 못할 싸움은 시작하지 않는 게 좋은데, 그런데도 가끔 술을 마십니다. 체질과 체력 모두 음주 자격 미달이니 '부어라 마셔라'는 꿈도 꾸지 못하고 기껏해야 입술이나 목 입구를 적실 뿐이지만, 뻔뻔한 자들, 용서할 수 없는 자들, 억울한 사람들이 술잔을 들게 합니다. 100년 전 현진건이 에서 주장한 대로 '이 사회란 것'이 술을 권하는 겁니다. 억울하기로 하면 다산 정약용 (1762-1836)만한 이도 드물 텐데... 그는 술을 얼마나 마셨을까요?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 썼듯이 입술만 적셨을까요? 아니면 술맛은 포기하고 한 잔 또 한 잔 기울였을까요? "참으로 술맛이란 입술을 적시는 데 있다. 소 물 마시듯 마시는 사람들은 입술이나 혀에는 적시지도 않고 곧장 목구멍에..

오늘의 문장 2023.04.19

배움을 방해하는 지식 (2023년 4월 14일)

지식은 기억하는 것, 즉 과거의 산물입니다. 가끔 이미 가지고 있는 지식으로 인해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봅니다. 나이 든 사람들이 자꾸 퇴행하는 것도 살아오며 쌓은 지식으로 인해 새로운 것을 배우지 못하기 때문이겠지요. 인도에서 태어나 세계 시민으로 살다 간 철학자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Jiddu Krishnamurti: 1895-1986)의 책에서 비슷한 생각을 발견했기에 아래에 옮겨둡니다. 저의 나쁜 기억력에 감사하면서... 말없음표는 문장의 생략을 뜻합니다. 90쪽: 배움은 지식을 축적하지 않는 과정입니다. 나는 지식을 쌓아놓았습니다. 자전거 타는 법, 말하는 법 같은 모든 것을. 그러나 내가 나 자신에 대해 축적한 지식은 어떤 것이든 더 많이 배우는 걸 방해할 뿐이지요. '나'는 살아 있는 것..

오늘의 문장 2023.04.14

코끼리 발 앞의 개미 (2023년 4월 7일)

요즘 베란다에 나가면 소리 없는 소리, 생명의 소리가 가득합니다. 겨우내 숨죽이고 있던 꽃과 나무들이 꽃을 피우고 잎을 내는 모습이 신나게 일하는 일꾼들 같습니다. 꽃마다 잎마다 눈을 주며 '어찌 그리 아름다우신가' 경탄합니다. 봄은 참 소란하고 아름다운 침묵의 계절입니다. 참으로 '큰 소리는 소리가 없고 큰 모양은 모양이 없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송혁기의 책상물림 없음과 있음의 역설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자신의 집에 ‘오무헌(五無軒)’이라 써 붙인 이가 있었다.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 다섯 가지 중 자신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는 뜻을 담아 지은 이름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다섯 가지를 하늘에서 부여받았으므로 이를 실마리로 삼아 확충해 감으로써 본래의 바름을 회..

오늘의 문장 2023.04.07

폴 고갱이 받은 거절 편지 (2023년 3월 23일)

이라는 제목의 책 63쪽을 읽다가 '거절의 미학'도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타히티 섬에서 그린 그림이 파리에서 좋은 평을 받지 못하자 고갱 (1848-1903)은 전시회를 열어 그 수익금으로 다시 타히티로 돌아가려 합니다. 그는 저명한 스웨덴 작가 오거스트 스트린베리 (August Strindberg: 1849-1912)에게 전시회 카탈로그의 서문을 써달라고 부탁하지만 스트린베리는 정중한 편지를 보내 거절합니다. 아래는 그 편지의 일부입니다. 오랫동안 소설 출간을 시도했으나 여러 번 거절당한 저는 고갱이 참 부럽습니다. 고갱과 저를 비교하면 안 되겠지만, 저도 스트린베리의 편지와 같은 거절 편지를 받아보고 싶습니다. 고갱은 스트린베리의 편지를 전시회 카탈로그의 서문 자리에 게재하고, 몇 년 후 성명서이자 ..

오늘의 문장 2023.03.23

완벽한 인간을 위한 자연의 시도 (2023년 3월 6일)

오래전 읽은 책이 문득 찾아와 영 떠나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하는 수 없이 다시 읽어야 합니다. 수십 년만에 미국 작가 손턴 와일더 (Thornton Wilder: 1897-1975)의 를 읽고 있는 이유입니다. 제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엔 대학 축제 때 연극 '우리 읍내'를 공연하는 학교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별로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3막으로 이루어진 이 희곡은 그로버스 코너즈 (Grover's Corners)'라는 가상의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통해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를 합니다. 오늘 읽은 2막의 문장 몇 개를 아래에 옮겨둡니다. 말없음표는 단어들이 생략됐음을 뜻합니다. "... every child born into the world is nature'..

오늘의 문장 2023.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