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2학년 때 난생 처음으로 써 본 단편소설이
학보사에서 주최하는 문학상에 당선된 적이
있습니다. 친구들은 축하해 주었지만 저는 늘
죽음을 고민하던 터라 기쁜 줄도 몰랐습니다.
가뜩이나 우울한 저를 더 우울하게 만든 건
지금은 고인이 되신 외삼촌이었습니다. 학보에
게재된 제 소설을 보고 "글이 너무 위티해서
잘못하면 박완서 같이 되겠다"고 하셨으니까요.
박완서 선생은 연세 드실수록 좋은 작품을
많이 쓰셔서 한국 문학에 이정표를 세우셨지만,
초기엔 그분의 작품에 대한 평가가 다양했고
외삼촌은 그분을 좋아하지 않았던가 봅니다.
훗날 그분의 팬이 된 저도 그때는 그분의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삼촌의 말에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문학작품을 읽고 쓸수록 작가에게 위트가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지 깨닫게 됩니다. 요즘
읽는 <달과 6펜스>처럼 반짝이는 글은 위트를
타고 나지 않은 사람은 쓸 수 없을 테니까요.
P. 72
Beauty is something wonderful and strange that
the artist fashions out of the chaos of the world
in the torment of his soul. And when he has made
it, it is not given to all to know it. To recognize it
you must repeat the adventure of the artist.
It is a melody that he sings to you, and to hear it
again in your own heart you want knowledge and
sensitiveness and imagination.
아름다움은 예술가가 혼돈의 세계에서 영혼을
괴롭혀가며 만들어내는 놀랍고 낯선 것이다.
그러니 그의 작품을 누구나 다 이해할 수는 없다.
그 작품의 진가를 알아채려면 예술가가 겪은 흔치 않은
일들을 겪어 봐야 한다. 작품은 예술가가 우리에게
들러주는 노래이며, 진실로 그것을 이해하려면
우리에겐 지식과 감수성과 상상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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