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 12

떠나간 성직자, 남은 성직자 (2025년 7월 31일)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스님과 천주교 광주대교구장인 옥현진 대주교가 최근 이재명 대통령에게,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특별사면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보냈다는 기사를보았습니다. 기사를 보는 순간, 지금 이 나라에서 그렇게 높은 성직에계신 분들이 해야 할 일이 그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들며이태석 신부님이 떠올랐습니다. 이 신부님 떠나신 게 2020년 1월 14일이니 벌써 5년이흘렀습니다. 그리고 그 5년 동안 이 나라는 더 천박해지고 더분열되었고, 작년 자살자 수는 13년 만의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나라의 고위 성직자들이 해야 할 일이 조국 씨의 특별사면 요청일까요? 하느님, 부처님의 침묵 속에 답이 있겠지요. 7월의 끝에서 기도합니다. 우리의 8월이 7월보다 덜 부끄럽기를... 아래는 ..

동행 2025.07.31

부모와 아이 (2025년 7월 28일)

더위를 피해 집에서 가장 가까운 카페로 갑니다.너무 더워서인지 학교들이 방학과 종강을 해서인지손님이 별로 없습니다. 늘 앉는 구석 자리에 앉아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1809-1849)의단편을 읽습니다. 보스톤에서 태어난 포의 부모는 둘 다 배우였는데, 아버지는 포가 태어난 이듬해 가족을 버렸고 그다음 해에는 어머니가 사망해 포는 버지니아주리치몬드의 앨런 부부네에서 자랐습니다. 갑자기 카페 안이 시끄럽습니다. 젊은 아빠가 어린딸을 안고 들어와 카페가 울릴 정도의 큰소리로 말합니다. 몇 명 되지 않지만 손님들이 있는데그의 눈엔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혹시 아이에게 청각 장애가 있나 생각하며 관찰하니 그렇진 않은 것 같습니다. 아이는 징징거리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밝힙니다...

동행 2025.07.28

노년일기 262: 더 나쁠 수도 있었다 (2025년 7월 26일)

얼굴마다 열기가 어리고 풀마다 시든 여름,체온에 육박하는 기온을 타박하는 목소리가높습니다. 35, 6도가 이런데 40도 넘는 곳은어떨까요? 더워서 힘들다는 생각이 드는 찰나, 그래도이 정도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덥지않아 다행일 뿐만 아니라 공기가 나쁘지않으니까요. 봄이 미세먼지 세상이 되면서 아침이면 먼지예보를 보는 게 습관이 되었는데, 올 여름은거의 항상 '좋음'이나 '보통'입니다. 기온이 높아힘든데 미세먼지마저 '나쁨'이었다면 얼마나 더괴로웠을까요? 이글거리는 지상에서 파란 하늘을올려다볼 때마다 감사합니다. 별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더 나쁜 상황이 되었을수도 있음을 생각하며 감사하는 버릇은 언제 생긴걸까요? 산전수전 겪으며 여러 십 년 살다 보니 저도 모르게생긴 것 같은데, 이 버릇은 고..

동행 2025.07.26

국어 못하는 한국인들 (2025년 7월 24일)

정부가 지난해 중3과 고2 학생을 대상으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1명이 국어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기초 학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4년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고2 학생 중 국어 수준이 기초 학력에 미달한 학생의비율은 9.3%이며,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 이후 매년 국어 기초 학력에 미달하는 학생 비율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23일 자 동아일보에 따르면, 국어 성취도 저하는 다른 과목의 학습 성과에도 영향을 미쳐서 수학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풀지 못하거나, 영어 단어에 대응하는 국어 낱말을 몰라 영어 해석 자체를 어려워하는 사례도 빈번하다고 합니다. (아래 링크 참조)h..

동행 2025.07.24

한국의 자살률과 상담 전성시대 (2025년 7월 22일)

한국의 오늘은 상담 전성시대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오은영 박사를 비롯해 정신과 의사들과 이호선, 김창옥 씨 등 저명한 상담가들이 국민을 위로하고 있습니다. 이 나라에 정신질환을 앓거나 자살하는 사람이 지금처럼 많았던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놀랍지는 않습니다. 이 나라는 온 국민이 돈 하나를 목표로삼아 전력 질주하는 이상한 사회이니까요. 원래 인생은 제로섬 게임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하다 보면 잘하게 되고, 각기 다른 것을 잘하는 사람들이 모인 사회는 다채롭고 행복합니다. 그러나 오늘 한국 사회는 좋아하는 것을 찾아 하게 두질 않습니다. 소위 '성공'적 삶을 위해 어려서부터 엄마가 하라는 것을 해야 합니다. 엄마 자신도 해낼 수 없는 일과를 반복하다가 문득 '더는..

동행 2025.07.22

실패 개그 인사 청문회 (2025년 7월 19일)

7월 10일에 말매미 울음 소리를 처음 들었습니다.말매미가 울었으니 참매미도 울겠지 하고 기다렸지만아직도 참매미 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말매미는 쓰으... 불분명하게 울고 참매미는 선명하게매앰 맴 우는데, 뒷산에선 오늘도 쓰으... 소리뿐입니다.말매미는 덩치도 크고 힘도 세고 소리도 커서 매미의왕으로 불린다지만 저는 바로 그 점 때문에 말매미보다참매미를 좋아합니다. '힘세고 소리도 큰' 매미가 '돈 많고 뻔뻔한' 사람들 같아서입니다. 요즘 가끔 의도치 않게 티브이에서 장관 후보자들의 국회 인사 청문회 장면을 볼 때가 있는데, 그들이 저를놀라게 할 때가 적지 않습니다. 제일 놀라운 건 묻는 말에 답하지 못하는 장관 후보자들입니다. 장관 후보자라면 당연히 알아야 할 것을 모르면서 얼굴을붉히지 않는 것도 ..

동행 2025.07.19

노년일기 261: 노노 케어 하우스 (2025년 7월 16일)

새벽 다섯 시 조금 넘은 시각, 창문으로들어오는 바람이 제법 서늘합니다. 뒷산에서불어오는 바람은 더 시원하겠지요? 그러면 그렇지, 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은시원할 뿐만 아니라 맛이 좋습니다. 학교에서는 공기가 무색, 무취의 기체라고 가르치지만, 움직이는 공기인 바람엔 빛깔도 있고 향기도 있습니다. 눈치 채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뿐이지요. 창가에 서서 향긋한 공기를 호흡하면 오래된산에게 위로받는 느낌이 듭니다. '힘들지? 알아,그래도 잘 견뎌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저보다 훨씬 나이 많은 산이 늙어 가는 저를 위로하는 것이지요. 우리 집은 '노노(老老)케어 하우스'입니다.'노노케어'는 노인이 노인을 돌봄을 뜻하는신조어입니다. 산의 케어를 받은 저는 수건을 찬물에 적셔 들고냉장고에게로 갑니다. 여..

카테고리 없음 2025.07.16

그저 사랑한다는 것은 (2025년 7월 13일)

아파트 꼭대기에 턱을 괴고 앉은 달을 보았습니다. 지쳐 보였습니다. 해의 독재에 지친 것일까요? 사랑하다 지친 것일 수도 있겠지요. 높이 솟은 건물들 사이 엄거주춤한 달을보았습니다. 저 달의 자세는 겸손일까요 비굴일까요,솟는 것 많은 지상에서 가만히 있어도 낮아지는우리 같은 것일까요? 늘 보는 얼굴과 늘 들리는 목소리 아닌 얼굴과목소리를 보고 듣고 싶어,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1900-1944)의 을펼쳤습니다. 2차 세계대전에 공군으로 참전, 1944년 아홉 번째 정찰 비행에 나섰다가 영영 사라져 버린 비행사-소설가 생텍쥐페리... 88쪽에서 만났습니다. 산상에 돌기둥을 남긴 잉카의 지도자가 종족의 소멸에대해 느꼈을 동정심, 생텍쥐페리가 세계대전 중인 인류를 보며 느꼈을 동정심, 그런 동정심이 지금..

오늘의 문장 2025.07.13

포르쉐 젊은이에게 (2025년 7월 10일)

열대야로 인해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저만치 잠의 실루엣이 보였지만잠은 겁먹은 동물처럼 미적미적했지요.37도가 넘는 낮 후에 찾아온 어둠 속이니그럴 만도 했지요. 그래도 잠은, 용기 내어 키오스크 앞에선 노인처럼, 포기하지 않았어요.가만가만 다가와 다정한 검은 손으로귀와 눈을 닫아 주었지요. 낯익은잠의 손길 덕에 열대야를 잊고꿈나라로 한 걸음 들어섰지요. 내일이 오늘이 되려는 순간이었어요.잠의 품에서 눈을 뜨면 행복한 하루를시작하게 되겠구나, 강 같은 평화에몸과 마음을 담갔어요. 그러나 바로 그 순간 부우~웅, 부우~웅! 동네를 울리는 굉음이 힘겹게 얻은 평화를 조각냈어요. 지나가는 부우~웅이 아니었어요.잠은 승냥이에게 쫓기는 사슴 꼴이 되어죽어라 하고 달아났지요. 잠을 유..

동행 2025.07.10

7월아, 대답해! (2025년 7월 7일)

흐린 하늘 아래를 걷다가 7월에게 묻습니다.이글이글 살을 태우는 태양은 어디로 갔지?7월이 대답합니다. 태양은 저기 구름 뒤에서졸고 있어! 가게들이 사라집니다. 제가 이 동네로 오기전부터 있던 가게들, 두어 해 전 새로 문을 열고 '부자 되세요!'가 적힌 리본 두른 화분들을 문 앞에 세워 두었던 가게들... 가게들도 사람처럼 나이에 상관 없이 '폐업'하고,가게와 사람이 사라진 시공간에 새로운 가게와사람이 나타납니다. 나타남과 사라짐이 순환을이루는 것, 그것이 자연이지요. 미국의 시인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1830-1886)의 '7월아 대답해'를 보니 디킨슨도 그 순환과 자연, 그리고 그 자연스러운 순환 속 '지금, 여기'의 중요성을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아래 시의 마지..

카테고리 없음 2025.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