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룸메이트의 생일입니다.
제가 대학 시절 마지막 미팅에서 만난 두 사람 중
한 명을 선택해 파트너가 되었는데, 그가 지금의
룸메입니다.
인생은 'B-C-D'라는 말이 다시 떠오릅니다.
'Birth(태어남)-Choice(선택)-Death(죽음)'.
수십 년 전 룸메를 선택하여 함께 죽음을 향해
가게 되었습니다. 그때 제 선택이 좋은 선택인지
나쁜 선택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건 그가 이 사회의 방식에
잘 맞는 사람이 아니라는 겁니다. 저는 태어난
이후 줄곧 한국에 살았으나 이곳은 늘 이방처럼
느껴지는데, 그 또한 저와 비슷한 구석이 많습니다.
우리는 때로 이민자들처럼 이 사회를 낯설어 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부축합니다.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에서 아래 문단이 눈길을 끈 이유입니다.
P. 180
I have an idea that some men are born out of their
due place. Accident has cast them amid certain
surroundings, but they have always a nostalgia
for a home they know not. They are strangers in
their birthplace, and the leafy lanes they have known
from childhood or the populous streets in which they
have played, remain but a place of passage. They
may spend their whole lives aliens among their kindred
and remain aloof among the only scenes they have
ever known.
내 생각에 어떤 사람들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
장소에 태어나는 것 같다. 그들은 우연히 어떤
환경에 던져진 채 스스로 알지 못하는 고향을
그리워하며 산다. 그들은 태어난 곳의 이방인으로서
어려서부터 익숙한 나뭇잎 무성한 골목이나
사람 많은 거리들도 지나가는 장소로 느낀다.
그들은 일가친척들 사이에서도 평생 이방인으로
살면서 자기들이 아는 유일한 풍경 속에조차
속하지 못한다.
'오늘의 문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솔 벨로의 문장들2: 지금, 여기(2023년 12월 16일) (1) | 2023.12.16 |
---|---|
솔 벨로의 문장들1: 오늘을 잡아라 (2023년 12월 13일) (0) | 2023.12.13 |
<달과 6펜스>와 폴 고갱 (2023년 11월 28일) (2) | 2023.11.28 |
서머싯 몸의 문장들4: 운명 (2023년 11월 26일) (1) | 2023.11.26 |
서머싯 몸의 문장들3: 예술과 예술가 (2023년 11월 24일) (1) | 2023.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