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부럽다, 한강 (2024년 10월 11일)

divicom 2024. 10. 11. 10:13

평생 아무도 부러워하지 않고 살았는데, 소설가 한강 씨는

참 부럽습니다. 그가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아서 부러운 게 아니라,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글만 쓰며 살 수 있었던 그의 환경이 부럽고

상과 함께 주어지는 14억원의 부상이 부럽습니다.

큰 박수로 한강 씨의 수상을 축하하며 아래에 경향신문

백승찬 선임기자의 관련 글을 옮겨둡니다.

https://www.khan.co.kr/culture/book/article/202410102135001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친은 원로 소설가 한승원씨다.

한 작가는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이 벌어지기 몇 달 전

가족과 함께 서울로 올라왔다. 이후 풍문여고를 거쳐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잡지 ‘샘터’에서 기자로

근무하기도 했다.

 

한 작가는 시인으로 출발했다. 1993년 계간 문학과사회에

시 ‘서울의 겨울’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이듬해에는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붉은 닻’이 당선되며 소설가로도

데뷔했다. 이후 한 작가의 소설에 남은 시적인 문체는

시인으로서의 흔적으로도 보인다. 1995년 첫 번째 소설집

<여수의 사랑>을 냈다. “삶의 본질적인 외로움과 고단함을

섬세하게 살피며 존재의 상실과 방황”(문학평론가 강계숙)을

그렸다는 평을 받았다.

 

한 작가가 본격적으로 세계 문학계에 이름을 알린 것은 2007년

연작소설집 <채식주의자> 출간 이후였다. 육식을 거부하며

가족들과 갈등을 빚기 시작하는 영혜를 중심으로 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다. 가부장제의 폭력과 이에 대항하는 차원으로서의 금식을

‘식물적 상상력’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이 책은 데버러 스미스의

번역으로 해외에 선보였고, 2016년 한국 작가 최초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후보에 올라 곧바로 수상작이 됐다.

 

2014년 출간한 장편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죽거나

당시 상황을 겪어낸 사람들의 이야기다. 5·18 당시 도청 상무관이

주무대다. 시신 관리를 돕는 중학교 3학년 소년 동호,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죽는 동호의 친구 정대, 동생 뒷바라지를 하다

행방불명된 정대 누나 정미 이야기가 나온다.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한 작가는 10세였고, 이후 아버지와 친척으로부터 당시 

상황에 대해 들었다고 한다.

 

그는 2017년 2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문학행사에서

“어떤 정치적 각성이라기보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순간”이자 “내 안의 연한 부분이 소리 없이

깨어졌”던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소설을 피해갈 수

없었”고, “이 소설을 통과하지 않고는 어디로도 갈 수 없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고증과 취재를 바탕으로 소설을

썼다고 한다.

 

2016년 출간한 장편 <흰>은 ‘흰 것’에 대한 생각에서 파생된

소설이다. 강보, 배내옷, 안개, 각설탕, 백열전구, 백목련 등의

단어를 두고 시적인 단상을 이어간다. 작가는 색깔에 대한

단상을 넘어,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도 펼친다. <흰>은 2018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까지 올랐다.

 

2021년 펴낸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4·3 사건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소설은 주인공 경하의 꿈에서 시작한다.

꿈에서는 수천그루 검은 통나무가 묘비처럼 심겨 있다. 경하는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제주로 내려간 친구 인선과 함께 꿈과

연관된 영상 작업을 할 계획을 세운다. 세 여성의 시선으로

제주4·3의 비극을 풀어낸다. 한 작가는 이 소설을 완성하기까지

7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 작품은 2023년 프랑스에서 <불가능한

작별>이란 제목으로 출간됐고, 그해 프랑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작가가 소재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강은 하게 만든다. ‘5월 광주’에

이어 제주4·3에도 한강의 문장을 통해서만 표현될 수 있는 영역이

있었다고 믿게 된다”며 “언젠가부터 그의 새 소설 앞에서는 숙연한

마음이 든다”고 평했다.

 

한 작가는 지난해 11월 메디치상 수상을 기념한 간담회에서

“이 책은 인간성의 아래로 내려가서 그 아래에서 촛불을 밝히는

이야기”라며 “그렇게 애도를 끝내지 않는, 결코 작별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그런 마음들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작별하지 않는다>를 쓰면서 너무나 추웠기 때문에

이제 봄으로 들어가고 싶다”며 차기작의 분위기를 예고했다.

 

한 작가는 2007~2018년 서울예대 미디어창작학과(구 문예창작과)에서

소설 창작론을 가르치다가 창작에 전념하기 위해 강단을 떠났다.

한 작가는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익히기도 했다. 2007년엔 옛 노래

22곡에 담긴 아련한 추억을 담은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를 펴냈다.

이 책에는 작가 자신이 작사·작곡하고 노래까지 부른 10곡을 CD로 함께

수록했다. 한 작가는 채널예스와 인터뷰하면서 “어느 날 꿈에서

어떤 노래를 들었다. 두 소절이었는데 그 노래가 잊히지 않았다. 그래서

가사를 적고 계이름도 적어 두었다. 그리고 한 곡 두 곡 계속 노래를

만들게 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