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891

부족을 찬미함 (2010년 4월 4일)

보던 신문을 덮고 산책에 나섭니다. 아침 고요를 깨는 목소리, 적당히 나이든 사람 하나가 길 복판에서 아이를 상대로 떠들고 있습니다. 신문이 시끄러워 길로 나섰는데... 사람처럼 시끄러운 존재가 또 있을까,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리는데 싸늘한 바람이 휘익 불어옵니다. "야, 추우니까, 들어가 있자!" 말을 멈춘 사람이 반대편에 서있던 아반테의 운전석 문을 엽니다. 아차! 저는 못하고 저 사람이 할 줄 아는 게 어디 운전 한 가지 뿐일까요? 세상 사람 모두 제가 모르는 것을 한 가지씩은 알고 제가 못하는 것을 한 가지씩은 할 텐데... 깜빡 잊었던 겁니다. 저의 무지와 불능과 부족을 시시각각 기억하며 스스로 교만해지는 걸 막고 타인에 대한 존경을 유지해야 하는데... 갈 길이 멀었습니다. 아반테 옆을 ..

나의 이야기 2010.04.04

'무소유' 소유전쟁 (2010년 3월 20일)

3월 11일 입적하신 법정스님이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라고 하셨다는 게 알려지면서 스님의 저작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헌 책이 새 책 정가의 몇 배에 거래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스님의 대표작 '무소유'를 15만원에 팔겠다며 인터넷 중고 서점에 내놓았다고 합니다. 제가 1980년대 말인가 1990년 대 초에 산 ‘무소유’엔 ‘값1,000원’이라 쓰여 있습니다.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무소유’ 소유전쟁. 웃음이 나옵니다. 스님도 어디쯤에서 ‘허!’ 웃으실 것 같습니다. 출판사 중엔 “부디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주십시오.”라는 스님의 ‘남기는 말’을 보고도, 정말 절판하라는 건가, 지금 바로 절판하긴 어렵다, 하는 식으..

나의 이야기 2010.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