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일기 227: 오은영 손수건! (2024년 8월 30일)

divicom 2024. 8. 30. 11:53

TV에 나오는 사람 중에 제가 제일 반가워하는 사람은

오은영 박사입니다. 한 번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아이가 아이답게 자랄 수 없는 나라, 부모의 역할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부모가 되는 나라, 

부부가 어떤 관계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부부가 되는

나라에서 오 박사의 존재는 참으로 고맙습니다. 

 

오 박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는 일이 흔합니다. 출연자가 울 때도

있고 오 박사의 진행에 추임새를 넣는 패널들이

울 때도 있습니다. 오 박사 자신의 눈이 젖을 때도

있습니다. 한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지만 그들

각자를 울게 한 이유는 다 다를 테니 눈물의 성분

또한 다르겠지요.

 

미국 사진작가 로즈-린 피셔 (Rose-Lynn Fisher)의 

'눈물의 지형 (Topography of Tears)'을 보면 

눈물은 어떤 감정으로 흘리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지형을 보여줍니다. 즉 눈물의 성분이

경우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겠지요.  

 

오 박사 앞의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는 이유가

후회 때문이든 슬픔 때문이든 안도 때문이든

분노 때문이든 공감 때문이든, 그 눈물들의 성분은

양파를 벗길 때 흘리는 눈물이나 안구건조증이 

심한 노인이 흘리는 눈물과 같지 않을 겁니다.

 

방송에서 눈물을 흘리면 누군가 옆에서 휴지를

건네주는데, 그럴 때마다 안타깝습니다.

왜 저들에게 손수건이 없을까...

 

신사가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는 이유는 숙녀의 눈물을

닦아 주기 위해서라는 말도 있지만, 아무리 멋지게 

차려 입고 우아하게 앉아 있던 사람도 휴지로 눈물을

닦는 순간 추레해집니다. 나이든 사람의 경우엔

더더욱 그렇습니다.

 

'오은영의 금쪽상담소'라는 프로그램 말미에

방송국에서 출연자들에게 오은영 씨의 얼굴이

그려진 쿠션을 주는 걸 보았습니다.

쿠션 대신 손수건을 선물하면 어떨까요?

쿠션은 집에서만 볼 수 있지만 손수건은 지니고

다니며 오은영 박사의 지침을 되새길 수 있으니

상담 효과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쿠션 대신 손수건을 준다면, 프로그램 끝날 때 말고

첫머리에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눈물이 날 때

휴지 대신 손수건으로 닦을 수 있고 우아함도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