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 14

노년일기 284: 엄마의 금융 교육 (2026년 4월 29일)

오랜만에 온 가족이 동네 베이커리 카페에서 아침을 먹었습니다. 일종의 가족 기념일이라 가족 누구도 수고하지 않게 카페로 간 거지요. 카페 안팎이 출근길 직장인들과 등굣길 학생들로 붐볐습니다. 우리 테이블 바로 옆 테이블에도 초등학생 사내아이가 엄마와함께 앉아 샌드위치와 우유를 먹는데, 아홉 시가 다되어 갈 때라 그런지 서둘러 먹었습니다. 한입 가득 빵을 넣고 우물거리는 아들에게 빵을 씹으며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주식을 사는 건 물건 사는 거 하고 달라. 물건을 살 때는 물건이좋은가 나쁜가 보고 사잖아? 근데 주식을 살 때는 그 회사가 뭘하는 회사인지 보고 사는 거야. 그 회사 물건이 아니라 그 회사의 가치에 투자하는 거라고. 알았어? 그래서 삼성 주식을 사는 거라고.알겠지?" 초등학교 4학년쯤 된 아..

동행 2026.04.29

노년일기 283: 고마워, 늙은 눈!(2026년 4월 26일)

아마도 제 생애 마지막 안경이 될 안경을 맞춘 지거의 한 달이 되었습니다. 원래부터 양쪽 눈의 시력차이가 심했는데 나이가 들어도 차이는 줄지 않았습니다.양쪽 눈을 평등하게 사용하니 그렇겠지요. 왼쪽은 -17, 오른쪽은 -13이지만, 안경을 만들 때는왼쪽 -13, 오른쪽 -11로 맞춰 교정 시력 0.3이 되었습니다. 도수가 너무 높으면 안경을 통해 보는 세상과 안경 가장자리 밖으로 보이는 세상의 편차가 너무 커서 어지러우니까요. 네 번이나 압축한 렌즈 두 개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지는걸 보니 늙긴 늙었나 봅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인가처음 안경을 쓰기 시작했는데, 안경 끼는 삶을 불평한 적은 없습니다. 안경 덕에 읽고 싶은 책을 다 읽고 보고 싶은 하늘도 마음껏 올려다 보며 살았습니다. 겨울에 추운 곳에 있..

나의 이야기 2026.04.26

열무 한 단, 열무 삼십 단 (2026년 4월 24일)

열무 한 단을 얼갈이배추와 섞어 김치를 담갔습니다.열무의 푸른 잎과 줄기, 손가락을 닮은 흰 뿌리가 꽃처럼 어여쁜데, 어여쁜 만큼 가슴도 아팠습니다. 기형도의 시 '엄마 걱정'이 떠올랐습니다. '엄마 걱정'을 읽을 때면 언제나,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그를 농담을 가장한 독설로 내치고 평생 미안한 마음으로 그를 회상하는 제 어리석움과 마주 섭니다. 아름다운 것은 단명하다더니 그는 37년 전, 겨우 28세에 나비 되어 날아가고 저는 나는 게 힘든 늙은 새로 남아 있습니다. 엄마 걱정 열무 삼십 단을 이고시장에 간 우리 엄마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빈방에..

동행 2026.04.24

'보은' 정치, '보은' 인사 (2026년 4월 22일)

대통령이 바뀌면 세금이 지원되는 기관들의 대표들도 따라서 바뀝니다.그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이던 시절, 그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조력했던사람들에게 '보은(報恩)'하기 위해 기관의 장(長)으로 임명하는 것이지요. 새로 임명되는 사람들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는 일은 갈수록 드물어지고, '아무리 그래도 이 사람을?' 하게 하는 인사는 자꾸 많아집니다. 요즘새로 불린 이름들을 보면 임명하는 사람도 문제고, 임명을 받아들이는사람들도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은혜를 갚으려는 사람이 좋은 자리에앉으라고 해도 자신의 능력에 맞지 않는 자리는 거절해야 하니까요. 상황이 이러니 어제 청와대 앞 광장에서 문화예술인들이 시위를 벌인것이지요. 시위한 분들의 주장에 대체로 동의하지만, 한 가지 표현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정부..

동행 2026.04.22

새로운 항해를 위한 '출항' (2026년 4월 20일)

https://www.youtube.com/watch?v=AtFK6NzX6LE&list=RDAtFK6NzX6LE&start_radio=1 제가 경애하는 두 아티스트의 협업으로 아름다운 디지털 싱글 앨범이 탄생했습니다. 황와우 작가님의 그림 '출항'에서 영감을 받은 원맨 인디밴드 지미 스트레인의 앨범 '출항(departure)'입니다. 위 링크를클릭하면 유튜브에 있는 '출항'으로 연결됩니다. 새 출발하기 좋은 계절, 새로운 항해를 위해 '출항'하는 분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음반이 그분들의 친구가 되면 좋겠습니다. 아래에 지미 스트레인이 쓴 '출항'의 가사를 옮겨둡니다. 황 작가님의 그림에 바탕한 음반의 커버아트부터 작곡, 작사, 연주, 노래, 녹음까지 모두 지미 스트레인 한 아티스트가 한 것입니다..

동행 2026.04.20

워킹맘들에게 (2026년 4월 20일)

엊그제 TV에서 자신의 아이들을 살갑게 돌봐 주지 않는 친정어머니때문에 속상해하는 워킹맘을 보았습니다. 워킹맘으로 바쁘게 지내던시절과 함께, 그때의 저처럼 숨가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일하는 엄마들이 생각났습니다. 가정이 일터인 '맘(mom)'들도 육아와 살림이 힘들어 우울증에 걸리는데, 워킹맘에겐 직장 일이라는 또 하나의 책임이 있으니, 워킹맘들의 일상은 '전업 주부' 엄마들의 일상보다 훨씬 힘들 겁니다. 직장에서 일할 때는'워커(worker)'이고 집안 일을 할 때는 '맘'이니까요. 게다가 둘 중 한 곳의 일이 다른 곳에서 변명을 초래하면 안 되니 힘든 것입니다. 직장에 나가면 집을 잊고 직장 일에 전념해야 하고, 집에 오면 직장을 잊고 육아와 살림을 해야 합니다. 몸은 직장에 있으면서 휴대폰으로 계속..

동행 2026.04.20

광역의원 수를 왜 늘릴까 (2026년 4월 18일)

소위 '저널리스트 블러드(journalist blood)'를 가진 전직 신문, 통신 기자이지만 가능하면 시사에 관한 글을 쓰지 않으려 합니다. '시사'란 바다 위에 생겼다 사라지는 거품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래 기사를 보니 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인구가 계속 줄고 있는 지역의 광역의원 수를 왜 늘리는 걸까요? 불법 정치 자금의 온상으로 치부되어 폐지된 정당 지구당을 왜 부활시키려는 걸까요? 그렇지 않아도 함량 미달 사기꾼들의 놀이터가 된 지방의회가 많은데, 왜 그 놀이터를 늘리는 걸까요? 약소 정당을 위한 조치라면 원래 광역의원 수 이내에서 비례대표 비율을 높여야 하지 않을까요? 한 가지 분명한 건 더불어민주당도 국민의힘도 나라 사랑이나 나라 걱정은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동행 2026.04.18

세월호 참사 12주기 (2026년 4월 16일)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진혼곡과 진혼시: https://www.youtube.com/watch?v=Gv5a21bY7og&list=RDGv5a21bY7og&start_radio=1https://www.youtube.com/watch?v=AoDid-iHaq0 16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에서 416합창단과 시민합창단이 추모합창공연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6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에서 유가족들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이재명 대통령이 16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동행 2026.04.16

당근이지! (2026년 4월 14일)

시장에서 검은 흙으로 뒤덮인 당근을 삽니다.제주도에서 온 당근이라고 합니다. 주황빛 어여쁜 당근보다흙투성이 당근을 사는 건 현무암이 풍화된 화산재 흙을 만지며직접 겪은 적 없는 화산 활동을 상상하고 싶어서입니다. 굵고 가는 당근들 중엔 머리 부분에 눈곱만한 연두 싹이 붙은것들이 있습니다. 싹이 자란 머리 부분을 잘라 빈 화분 두 개에 나눠 심습니다. 올 초에도 흙 당근의 머리를 잘라 심은 적이 있습니다. 말하자면당근 이민 1세대인데, 이젠 제법 자라 작지만 선명한 초록 잎을뽐내고 있습니다. 당근의 어린 잎엔 염증을 없애 주는 온갖 영양소가풍부하다지만 따 먹기보다 잎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습니다. 이민 2세대 당근 싹들이 담긴 두 개의 화분 앞에 앉으니 한창 보라와흰 꽃을 자랑하는 재스민이 절 향..

동행 2026.04.14

캣맘과 고양이 (2026년 4월 12일)

제 친구 중에 고양이와 강아지를 민들레와 진달래 좋아하듯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실 그는 모든 동식물을 좋아하는사람입니다. 가난한 그는 10년 넘게 지하에서 생활하지만 그의 공간엔 작은식물원이 있어 고구마꽃이 어여쁘게 피는가 하면 토마토와 고추가열리기도 합니다. 지하에서 제한된 햇살을 받으며 열매를 맺는식물들을 보면 식물들도 그의 사랑을 아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동물들은 더 노골적입니다. 그가 골목길을 산책하며 '야옹' 소리를 내면 길고양이들이 슬며시 다가옵니다. 그가 그들에게 뭔가 얘기하며쓰다듬어 주면 고양이들은 바닥에 누워 배를 보이기 일쑤입니다. 강아지와 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아파트 회장 부부는 하얀진돗개를 키우는데 그 진돗개가 금세 친구에게 배를 보이는 걸 보면이구동성으로 "어..

동행 2026.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