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 한 단을 얼갈이배추와 섞어 김치를 담갔습니다.
열무의 푸른 잎과 줄기, 손가락을 닮은 흰 뿌리가 꽃처럼
어여쁜데, 어여쁜 만큼 가슴도 아팠습니다. 기형도의 시
'엄마 걱정'이 떠올랐습니다.
'엄마 걱정'을 읽을 때면 언제나,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그를
농담을 가장한 독설로 내치고 평생 미안한 마음으로 그를
회상하는 제 어리석움과 마주 섭니다. 아름다운 것은
단명하다더니 그는 37년 전, 겨우 28세에 나비 되어 날아가고
저는 나는 게 힘든 늙은 새로 남아 있습니다.
엄마 걱정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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