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TV에서 자신의 아이들을 살갑게 돌봐 주지 않는 친정어머니
때문에 속상해하는 워킹맘을 보았습니다. 워킹맘으로 바쁘게 지내던
시절과 함께, 그때의 저처럼 숨가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일하는
엄마들이 생각났습니다.
가정이 일터인 '맘(mom)'들도 육아와 살림이 힘들어 우울증에 걸리는데,
워킹맘에겐 직장 일이라는 또 하나의 책임이 있으니, 워킹맘들의 일상은
'전업 주부' 엄마들의 일상보다 훨씬 힘들 겁니다. 직장에서 일할 때는
'워커(worker)'이고 집안 일을 할 때는 '맘'이니까요.
게다가 둘 중 한 곳의 일이 다른 곳에서 변명을 초래하면 안 되니 힘든
것입니다. 직장에 나가면 집을 잊고 직장 일에 전념해야 하고, 집에 오면
직장을 잊고 육아와 살림을 해야 합니다.
몸은 직장에 있으면서 휴대폰으로 계속 집안일을 하거나 육아를 하는
사람은 직장인이라 할 수 없고, 퇴근 후에도 회사 일에 신경 쓰느라
아이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사람은 '맘'이라 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워킹맘을 하고 싶어도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으면 하기가
어렵습니다.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 또는 다른 누군가가 대신 아이를
봐주어야 워킹맘으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 여자가 사회
활동을 하려면 다른 한 여자의 도움/희생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이지요.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길 때는 그 사람이 우리 아이(들)를 나 대신 봐주니
참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옛날 양반이나 귀족 집안에서 자녀를 위해
모신 '독선생'을 대하던 것처럼 해야 합니다. 지금은 자본주의 시대이고
아이 봐주는 사람에게 월급을 주는데 무슨 말이냐고 하는 사람은, 다른
돈벌이와 아이 돌보는 일의 차이를 모르는 사람입니다.
아이를 돌보는 일에 관한 한 마음이 먼저이고 돈(월급)은 그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일 뿐입니다. 아이를 맡기는 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사람에게 돈을 주는 것으로 할 일을 다한다고 생각하면, 그 사람도
아이를 돈 버는 수단으로만 생각합니다. 아이 봐주는 사람이 아이를
대하는 태도는 아이의 엄마/아빠가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직장에서는 아이들 생각하느라 일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고 집에서는
직장 일 신경 쓰느라 아이들에게 집중하지 못한다면 플타임 직장을
그만두어야 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직장에서 어영부영하면 워킹맘은
물론 여성 직장인들 모두가 비난과 폄하의 대상이 되니까요. 풀타임
일을 그만두고 재택 근무하는 일을 찾거나 파트타임 일을 찾아야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워킹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워킹맘이 되기 전에
해야 합니다. 아직 '맘'이 되기 전 그냥 한 사람의 직원일 때 일로써
인정받는 것입니다. 어떤 회사든 일 잘하는 사람은 놓치려 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결혼을 하든 아이를 낳든. 그러니 일을 잘하는 사람은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가 될까 봐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책임자급에서 일하는 여성들 중에 워킹맘들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같은 여성으로서 가능한 한 사정을 봐 주고 싶지만,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니 팀리더로서 머리가 아프다는 겁니다. 일을
마쳐야 할 데드라인이 지나도 해내지 못해 데드라인을 연기해 주거나
일을 덜어 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집에 세탁기나 에어컨 고장 같은
문제가 생겼다며 한창 바쁠 때 갑자기 '재택 근무' 통보를 하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워킹맘을 다른 곳으로 보내고 딴 사람을 받으려면
그 이유를 남자 상관에게 얘기해야 하는데, 같은 여자로서 그러기 싫으니
더 머리가 아픈 것이지요.
워킹맘 출신으로서, 집안일로 인해 직장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워킹맘들에게 부탁합니다. 어서 직장을 그만두세요. 육아에 전념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해 보세요. 마침 지금은 문명 전환기입니다. 전화위복이
될지 누가 압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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