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일기 283: 고마워, 늙은 눈!(2026년 4월 26일)

divicom 2026. 4. 26. 22:21

아마도 제 생애 마지막 안경이 될 안경을 맞춘 지

거의 한 달이 되었습니다. 원래부터 양쪽 눈의 시력

차이가 심했는데 나이가 들어도 차이는 줄지 않았습니다.

양쪽 눈을 평등하게 사용하니 그렇겠지요.

 

왼쪽은 -17, 오른쪽은 -13이지만, 안경을 만들 때는

왼쪽 -13, 오른쪽 -11로 맞춰 교정 시력 0.3이 되었습니다.

도수가 너무 높으면 안경을 통해 보는 세상과 안경

가장자리 밖으로 보이는 세상의 편차가 너무 커서 어지러우니까요.

 

네 번이나 압축한 렌즈 두 개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지는

걸 보니 늙긴 늙었나 봅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인가

처음 안경을 쓰기 시작했는데, 안경 끼는 삶을 불평한

적은 없습니다. 안경 덕에 읽고 싶은 책을 다 읽고

보고 싶은 하늘도 마음껏 올려다 보며 살았습니다.

 

겨울에 추운 곳에 있다가 따뜻한 곳에 가면 안경에

김이 서려 불편하긴 했지만, 눈이 나빠도 볼 수 있으니

축복 받은 장애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이 들며 시력이

좋아지는 사람들이 있다기에, 혹시 내 눈도? 하는 희망을

가져 본 적이 있지만, 제 눈은 악화일로를 걸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요즘은 의술이 발달해서 고도 근시도 수술하면 정상

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데 왜 그렇게 불편하게

사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적당한 불편은 적당한 가난처럼 인간을 인간답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봄이면 언제나 겨울을 이기고 핀 봄꽃들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봄꽃을 보며 감탄하는

일이 늘어납니다. 실제로 꽃의 수가 늘어난 걸까요, 

아니면 늘 피던 만큼 피는데 제 눈이 전보다 꽃을 더

찾아내는  걸까요? 

 

제 결론은 제 눈은 늙고 시력은 나빠졌지만, 제 눈이 꽃을

견하고 그 아름다움을 인식하는 능력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저는 수술을 받아 시력을 개선하는

대신 늙어 가는 제 눈과 함께 점점 더 많은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하며 인생의 황혼 속을 걸어가고 싶습니다.

고마워, 늙은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