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 12

노년일기 281: 노인들의 직무 유기 (2026년 3월 31일)

2025년 현재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약 76~79퍼센트 수준으로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고등학교 졸업생 10명 중 8명 가까운 수가 대학에 진학하고, 여학생의 진학률이 남학생보다 높습니다. 이는 소위 선진국 그룹이라고 하는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최상위라고 합니다. 제가 대학에 가던 1970년대엔 나라가 지금만큼 부유하지 않았고 남존여비가 팽배했습니다. 소수의 부유한 가정에선 아들딸 구별 않고 고등교육을 시켰지만, 어려운 가정에선 아들은 무리해서라도 대학까지 보내고 딸은 중학교 정도 보내는 일이 흔했습니다. 당시 대학 진학률 통계를 보면 남녀가 비슷하게 20퍼센트쯤 되는데 무슨 말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대학 진학률'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을 뜻합니다. 즉, 고등..

동행 2026.03.31

사진을 찍는 마음2 (2026년 3월 29일)

제 책장엔 2015년 가을에 돌아가신 아버지와 2024년설 연휴 끝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한 장의 사진 속에다정하십니다. 저는 사진 찍히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두 분 사진이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요! 어제에 이어 오늘도 수전 손택의 의 몇 문단 옮겨둡니다. 41쪽: 사진이 도덕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는그에 상응하는 정치 의식이 존재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정치가 없다면, 역사를 수놓은 살육 현장을 담은 사진일지라도 고작 비현실적이거나 정서를 혼란시키는 야비한 물건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43쪽: 고통을 받는다는 것과 고통의 이미지가 찍힌 사진을보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고통의 이미지가찍힌 사진을 본다고 해서 양심이나 인정을 베풀 수 있는능력이 반드시 더 강해지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동행 2026.03.29

사진을 찍는 마음1 (2026년 3월 28일)

산책길에 휴대전화로 길가에 핀 민들레 사진을 찍었습니다.마른 갈색 가지들 사이 홀로 핀 노랑이 눈부셨습니다.주변 주검들에 아랑곳 않고 봄을 피워낸 민들레...꽃을 피우기까지 민들레가 겪었을 고통과 노고를 생각하면못 본 척할 수가 없었습니다. 삭막한 길에 그 민들레 혼자 핀 줄 알았는데 몇 걸음걷다 보니 두 송이가 더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그 옆에크고 작은 다섯 송이! 우리가 '홀로'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은 혼자가 아니고여럿 중 하니라는 걸 다시 깨달았습니다. 마찬가지로나 홀로 겪는 고통이 나만 겪는 게 아니라는 것, 홀로라는생각은 대개 좁은 시야에서 나온다는 걸. 그리고 사진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습니다.처음 민들레를 포착하던 때의 제 심정과 그 다음 민들레들을발견했을 때의 기분--감탄과 실망이 묘..

동행 2026.03.28

BTS 광화문 공연이 남긴 것 (2026년 3월 24일)

매하기(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김민석 국무총리가 2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 마련된 BTS 행사 지원 서울시 통합현장본부를 찾아 공연 안전관리 대책과 계획을 점검한 뒤 공연장을 살펴보고 있다. 2026.3.21 BTS 공연 이틀 전 밤, 즉 3월 19일 밤 늦게 잠자리에 들며내일 아침엔 아홉 시까지 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그러나 이튿날 아침 7시에 울린 문자 도착 음 때문에 그러지못했습니다. 서울시가 BTS 행사로 도로를 통제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한글과 영어로 보낸 것입니다. 오후 5시에도 같은 서울시문자를 받았습니다. 오후 7시 59분에는 종로구청이 보낸비슷한 문자를 받았고, 오후 9시에는 또 서울시 문자가 왔습니다.공연 당일 날에는 오전 9시, 9시 30분, 오후 8시 7분과8시 15..

동행 2026.03.24

BTS라는 '거인'들, 그리고 세월호 (2026년 3월 21일)

이제 두어 시간 후면 광화문 일대가 BTS와 그들의 음악과그들이 불러 모은 인파로 출렁일 겁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세월호와 그 배에 타고 있다가 이승을 떠난 단원고 학생들이떠오를까요... 어쩌면 오늘의 인파가 세월호 사건 후 여러 날 동안 광화문 일대에 출렁였던 인파를 소환해 그 잔인한 봄이 떠오른 건지모릅니다. BTS 일곱 멤버들의 나이가 2014년 4월 16일 희생당한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의 나이와 비슷해서일 수도 있겠지요. BTS 멤버들은 1992년생부터 1997년생이고, 그 학생들은 대개 1997년생이었으니까요. 아니면 BTS라는 '거인'들이 그 학생들이 이룰 수도 있었던,그러나 빼앗겨버린 꿈을 생각하게 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250명의 학생들이 잃어버린 250개의 꿈... 각고의 노력으로 ..

동행 2026.03.21

김장훈과 김어준(2026년 3월 19일)

요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두 김 씨가 있습니다.생긴 것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릅니다. 저는 그 중 한 김 씨를존경하며, 다른 김 씨를 구경합니다. 존경하는 김 씨는 '기부 천사' 가수 김장훈 씨입니다.구경하는 김 씨는 '언론인' 김어준 씨입니다. 처음에 김장훈 씨를 좋아하게 된 건 그의 창법 때문이었습니다.요즘은 '공기 반 소리 반' 식 노래가 박수를 받는 모양이지만저는 김장훈 씨처럼 자연스럽게 노래하는 가수를 좋아합니다. 김어준 씨를 구경하기 시작한 건 그가 2016년 9월 TBS FM에서'김어준의 뉴스공장'이라는 프로그램을 하면서부터입니다.저는 TBS FM에서 2013년 3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라는 주말 '교양'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김어준 씨의 '뉴스공장..

동행 2026.03.19

수희찬탄(2026년 3월 16일)

세계지도에서 한국을 찾아보면 애잔합니다.좁은 땅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살다 보니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금과옥조가 되었나 봅니다.그러니 한국인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수희찬탄(隨喜讚嘆:다른 사람의 좋은 일을 내 일처럼 기뻐하는 일)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님 웨일즈가 쓴 김산의 전기 같은 책을 보면 한국인은 본래 이렇게 '작은'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에서 님 웨일즈(Nym Wales)가 혁명가 김산과 그의동족에게 매료된 이유는 바로 그것입니다. 작은 국토는 중국과 일본사이에 끼여 있으나 국민은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가장 크다는것이 그의 관찰이고 통찰입니다. 제 생전에 한국인이 본래의 '큰 사람'본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부디 그러기를 기도합니다. '수희찬탄'을 떠올린 건 도미니카공화국 때문입..

동행 2026.03.16

마음을 쓰는 일(2026년 3월 13일)

우리 시대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멀티태스커들입니다.가만히 있으면 뒤처진다고 생각하여 여기저기 다니며이 일 저 일을 합니다. 저처럼 동네에 머물며 하늘이나 보고 오래된 책이나 읽는 사람은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보일 겁니다. 일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마음을 쓰는 일도 많습니다. 가난한 사람의 걱정은 가난뿐이지만 부자는 마음 쓸 데가 훨씬 많은 것과 같습니다. 사랑이 많은 사람도 걱정이 많습니다.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사랑이 크면 사소한 일에도 크게 관심을 기울이고 크게 걱정합니다. 자식을 깊이 사랑하는 부모는 그렇지 않은 부모보다 자식 걱정을 많이 합니다. 지구촌이 한 가족이다 보니 혈족 아닌 타인들을 걱정하는 사람도 많고 나라와 세계, 나아가 인류 전체를 걱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라가 변화의 소..

동행 2026.03.13

씨 뿌리는 자, 거두는 자 (2026년 3월 10일)

인류는 다시 한 번 문명의 전환기에 서 있습니다.간단하게 얘기하면 농업혁명에서 산업혁명,디지털혁명을 거쳐 인공지능(AI) 시대로 접어든것이지요. 사실 접어들었다는 표현엔 어폐가 있습니다.인류는 자멸을 부르는 AI 시대에 스스로, 서둘러 투신하고 있으니까요. AI 급류에 휘말린 세상을 보고 있으면 고전에서 만난풍경들--인간을 비인간화하는 사회의 풍경들--이 떠오릅니다.조지 오웰의 같은 책이 그리는 풍경이지요. 그리고엊그제 단골 북카페에서 우연히 펼친 책에서도 그런 풍경을만났습니다. , 그러니까 '초심자를 위한사회주의' 쯤으로 번역될 책에는 글과 일러스트레이션이사이좋게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글쓴이는 안나 파추스카(Anna Paczuska), 일러스트레이터는 소피 그리예(SophieGrillet)인데, ..

동행 2026.03.10

부끄럽다, 한국 야구 대표팀 (2026년 3월 7일)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일본 경기 7회 말일본이 공격 중인 TV중계방송을 보다가 TV를 끄고 이 글을씁니다. 너무도 치욕스러워 더 이상 볼 수가 없습니다. 한국이 이 경기에서 일본보다 점수를 많이 낸다 해도 한국은처절하게 패했습니다. 바로 전날 대만은 일본에게 0대 13으로 패하면서도 오타니 쇼헤이와 정면 승부를 했는데, 한국은 5대 5 상황에서 오타니를 고의사구로 내보냈습니다. 한국은 2023년 WBC 한일전에서도 오타니를 고의사구로 내보냈으나 4대 13으로 대패했습니다. 현재 세계에서 야구를 제일 잘하는 선수의 실력을 직접볼 기회, 한국 선수들이 그 뛰어난 선수와 겨루어 볼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것입니다. 제가 시청하던 SBS의 중계진도 고의사구를 원하는 듯한 얘기를 했으니, ..

동행 2026.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