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캣맘과 고양이 (2026년 4월 12일)

divicom 2026. 4. 12. 11:28

제 친구 중에 고양이와 강아지를 민들레와 진달래 좋아하듯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실 그는 모든 동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가난한 그는 10년 넘게 지하에서 생활하지만 그의 공간엔 작은

식물원이 있어 고구마꽃이 어여쁘게 피는가 하면 토마토와 고추가

열리기도 합니다. 지하에서 제한된 햇살을 받으며 열매를 맺는

식물들을 보면 식물들도 그의 사랑을 아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동물들은 더 노골적입니다. 그가 골목길을 산책하며 '야옹' 소리를

내면 길고양이들이 슬며시 다가옵니다. 그가 그들에게 뭔가 얘기하며

쓰다듬어 주면 고양이들은 바닥에 누워 배를 보이기 일쑤입니다.

 

강아지와 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아파트 회장 부부는 하얀

진돗개를 키우는데 그 진돗개가 금세 친구에게 배를 보이는 걸 보면

이구동성으로  "어, 얘가 왜 이러지? 얘가 이런 애가 아닌데?" 하며

당혹스러워합니다. 제가 친구 앞에서 동물들이 무장해제 된다고

설명하면 "아, 좋은 분이군요! 동물들은 금세 알아봅니다" 하고 수긍합니다. 

 

그런데 요즘 친구가 고양이로 인해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아니,

사실은 고양이 때문이 아니고 캣맘 때문입니다. 언제부턴가 초로의

캣망 하나가 새벽 2~3시에 은평구에서 서대문구로 넘어와 동네 곳곳에

고양이 사료를 놓는 겁니다. 배고픈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건 뭐라 할

일이 아닌데, 문제는 사료를 놓는 장소입니다. 

 

그녀가 사료 담긴 도시락김 비닐 상자를 놓는 곳은 두 구의 경계를

이루는 길가로 시작해 남의 집 주차장이나 담 옆, 건물 앞 작은 뜰 등

공유지와 사유지를 가리지 않습니다. 공유지는 대개 툭 터진 곳이라

사료 담았던 비닐 쓰레기 말고는 큰 문제가 없지만, 사유지에 야기하는

문제는 훨씬 심각합니다. 그녀가 놓는 사료를 먹으러 오는 고양이들이

밤중에 큰 소리로 울어 잠을 방해하는가 하면, 사료를 먹은 고양이들이

주변에 용변을 보아 고약한 냄새가 진동하니까요. 그 냄새는 땅 아래

친구의 지하 생활 공간으로까지 스며 친구를 괴롭힙니다.

 

사료를 놓지 말라고 안내문을 써 놓아도 캣맘은 계속 사료를 놓는데,

사료 통을 치우고 싶어도 법 때문에 그러지 못한다고 합니다. 캣맘이

남의 집 주차장이나 뜰에 마음대로 들어가 뭔가를 놓는 것은 무단

침입이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안 되고, 그 사람이 놓은 김 통을

치우면 점유물 이탈 어쩌고 하는 법률 위반으로 벌을 받는다고 합니다.

역시 이 나라의 법은 범죄자 편인가 봅니다. 

 

경찰도 법에 문제가 있다는 데 동의하며 친구에게 캣맘이 사료를 놓는

장면과 고양이들이 그걸 먹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신고하라고 했답니다.

그 캣맘과 대면한 적이 있는 친구는 고민 중입니다.  모든 생명 있는

존재들을 사랑하는 사람다운 고민입니다. 새벽 어둠 속에 자기 몸집 만한

비닐봉지 두 개를 들고 지고 구 경계를 넘어와 길가와 남의 건물들 곳곳에 

고양이 사료를 놓는 빼빼 마른 초로의 여인. 그녀를 벌 준다는 게 마음에 걸리는 거겠지요.

 

친구와 저는 그 사람이 매우 외로운 사람일 거라는 데 동의했습니다.

어쩌면 그녀는 사료를 놓으며 자신이 '오든 괴로움과 외로움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 세상에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다고  스스로를 설득

중일지 모릅니다. 문제는 그가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이 남들을 괴롭힌다는

입니다. 고양이 울음 소리와 배설물로 인한 악취로 인해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있고, 생명 있는 것들 모두를 사랑하는 사람이 고양이를

싫어하게 될 수도 있다는 거지요.

 

한국에는 수많은 캣맘이 있다고 하는데, 그들의 고양이 사랑이 자기

위로 행위가 아닌 진짜 사랑이길 빌며 몇 가지 부탁합니다.

 

1. 고양이 사료를 놓을 때는 공유지에 놓아 주세요.

2. 당신의 고양이 사랑이 다른 사람의 고양이 증오가 되지 않게 해 주세요.

3. 모든 사람이 당신의 적은 아니라는 걸, 남들도 당신만큼 외롭고 힘들고 

    괴로울 수 있다는 걸 기억해 주세요.

4. 당신의 사랑을 고양이에게 국한하지 말고 인간과 모든 생명체에게

    확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