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온 가족이 동네 베이커리 카페에서 아침을 먹었습니다.
일종의 가족 기념일이라 가족 누구도 수고하지 않게 카페로
간 거지요.
카페 안팎이 출근길 직장인들과 등굣길 학생들로 붐볐습니다.
우리 테이블 바로 옆 테이블에도 초등학생 사내아이가 엄마와
함께 앉아 샌드위치와 우유를 먹는데, 아홉 시가 다되어 갈 때라
그런지 서둘러 먹었습니다. 한입 가득 빵을 넣고 우물거리는
아들에게 빵을 씹으며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주식을 사는 건 물건 사는 거 하고 달라. 물건을 살 때는 물건이
좋은가 나쁜가 보고 사잖아? 근데 주식을 살 때는 그 회사가 뭘
하는 회사인지 보고 사는 거야. 그 회사 물건이 아니라 그 회사의
가치에 투자하는 거라고. 알았어? 그래서 삼성 주식을 사는 거라고.
알겠지?"
초등학교 4학년쯤 된 아들이 빵을 문 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말로만 듣던 어린이 금융 교육의 현장을 직접 목격한 건 처음입니다.
아이가 뭔가 물으려 할 때 엄마가 말했습니다. "다 먹었지? 빨리
가야겠다." 아이가 물었습니다. "몇 신데?" "여덟 시 45분. 얼른 가자."
시간에 쫓기는 아침 식사가 익숙한 듯, 아이는 더 묻지 않고 일어났고
모자는 서둘러 자리를 떴습니다.
모자와 이웃한 시간은 짧았지만 안타까움은 꽤 오래 지속되었습니다.
집이 아닌 베이커리 카페에서 아침을 먹어야 하는 사정이 있을 테니
그 사정도 안타깝고, 그 짧은 식사 시간을 금융 교육에 쓰는 것도
안타깝고,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 실용적 지식으로 채워지는 것도
안타까웠는데, 무엇보다 아이가 너무 일찍 어른들의 놀이를 배우느라
어린이답게 놀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닐까 마음이 쓰였습니다.
위키트리에 보니 2025년 말 기준 시가 총액 상위 200개 상장사 중
연령별 주주 현황이 확인된 88개사의 20세 미만 주주는 총 72만
8,344명, 미성년 투자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종목은 삼성전자였다고
합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미성년 주주는 34만 3,694명으로
전체 미성년 투자자의 47퍼센트에 달했다고 하니, 오늘 아침에 제가
본 아이도 그중 한 명일지 모릅니다.
세상이 되어가는 모양이나 이 나라가 국가적으로,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걸 보면, 아침에 본 아이의 집이 우리 집보다 부유하고
편리하게 살아갈 가능성이 거의 100퍼센트입니다. 그런데 왜 저는
자꾸 그 아이가 안쓰러운 걸까요? 그건 아마도 아이 스스로 세상에
얼마나 재미있는 일이 많은지 발견하기 전에 어른이 가르쳐 준
재미에 빠질 것 같아서이겠지요.
아무래도 우리 아이에겐 아침에 본 초등학생 얘기를 못 할 것
같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우리 아이가 '아, 부럽다!' 할까 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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