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노년일기 284: 엄마의 금융 교육 (2026년 4월 29일)

divicom 2026. 4. 29. 16:47

오랜만에 온 가족이 동네 베이커리 카페에서 아침을 먹었습니다.

일종의 가족 기념일이라 가족 누구도 수고하지 않게 카페로

간 거지요.

 

카페 안팎이 출근길 직장인들과 등굣길 학생들로 붐볐습니다.

우리 테이블 바로 옆 테이블에도 초등학생 사내아이가 엄마와

함께 앉아 샌드위치와 우유를 먹는데, 아홉 시가 다되어 갈 때라 

그런지 서둘러 먹었습니다. 한입 가득 빵을 넣고 우물거리는

아들에게 빵을 씹으며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주식을 사는 건 물건 사는 거 하고 달라. 물건을 살 때는 물건이

좋은가 나쁜가 보고 사잖아? 근데 주식을 살 때는 그 회사가 뭘

하는 회사인지 보고 사는 거야. 그 회사 물건이 아니라 그 회사의

가치에 투자하는 거라고. 알았어? 그래서 삼성 주식을 사는 거라고.

알겠지?"

 

초등학교 4학년쯤 된 아들이 빵을 문 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말로만 듣던 어린이 금융 교육의 현장을 직접 목격한 건 처음입니다.

아이가 뭔가 물으려 할 때 엄마가 말했습니다. "다 먹었지? 빨리

가야겠다." 아이가 물었습니다. "몇 신데?" "여덟 시 45분. 얼른 가자."

시간에 쫓기는 아침 식사가 익숙한 듯, 아이는 더 묻지 않고 일어났고

모자는 서둘러 자리를 떴습니다.

 

모자와 이웃한 시간은 짧았지만 안타까움은 꽤 오래 지속되었습니다.

집이 아닌 베이커리 카페에서 아침을 먹어야 하는 사정이 있을 테니

그 사정도 안타깝고, 그 짧은 식사 시간을 금융 교육에 쓰는 것도

안타깝고,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 실용적 지식으로 채워지는 것도

안타까웠는데, 무엇보다 아이가 너무 일찍 어른들의 놀이를 배우느라

어린이답게 놀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닐까 마음이 쓰였습니다. 

 

위키트리에 보니 2025년 말 기준 시가 총액 상위 200개 상장사 중

연령별 주주 현황이 확인된 88개사의 20세 미만 주주는 총 72만

8,344명, 미성년 투자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종목은 삼성전자였다고

합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미성년 주주는 34만 3,694명으로

전체 미성년 투자자의 47퍼센트에 달했다고 하니, 오늘 아침에 제가

본 아이도 그중 한 명일지 모릅니다.

 

세상이 되어가는 모양이나 이 나라가 국가적으로,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걸 보면, 아침에 본 아이의 집이 우리 집보다 부유하고

편리하게 살아갈 가능성이 거의 100퍼센트입니다. 그런데 왜 저는

자꾸 그 아이가 안쓰러운 걸까요? 그건 아마도 아이 스스로 세상에

얼마나 재미있는 일이 많은지 발견하기 전에 어른이 가르쳐 준 

재미에 빠질 것 같아서이겠지요. 

 

아무래도 우리 아이에겐 아침에 본 초등학생 얘기를 못 할 것

같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우리 아이가 '아, 부럽다!' 할까 봐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