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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일기 281: 노인들의 직무 유기 (2026년 3월 31일)

divicom 2026. 3. 31. 12:01

2025년 현재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약 76~79퍼센트 수준으로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고등학교 졸업생 10명 중 8명 가까운 수가

대학에 진학하고, 여학생의 진학률이 남학생보다 높습니다.

이는 소위 선진국 그룹이라고 하는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최상위라고 합니다. 

 

제가 대학에 가던 1970년대엔 나라가 지금만큼 부유하지 않았고

남존여비가 팽배했습니다. 소수의 부유한 가정에선 아들딸 구별 않고

고등교육을 시켰지만, 어려운 가정에선 아들은 무리해서라도

대학까지 보내고 딸은 중학교 정도 보내는 일이 흔했습니다.

 

당시 대학 진학률 통계를 보면 남녀가 비슷하게 20퍼센트쯤 되는데 

무슨 말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대학 진학률'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을 뜻합니다. 즉,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지 못한 사람들은 대학 진학률 통계에서 아예 배제되는 것이지요.

 

대학 시절 저는 제 또래 여성들의 약 7퍼센트가 대학에 진학한다는

말을 들었고, 그 사실이 참 가슴 아팠습니다. 저보다 지적으로 우월한

사람들이 어려운 형편이나 고루한 부모를 만나 대학에 가지 못하는데,

그저 그런 능력을 가진 제가 부모 덕에 대학을 다니니 감사하면서도

미안했습니다. 운이 좋은 만큼 운 나쁜 사람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일종의 사회적 책임감을 늘 느꼈습니다. 이익이 되는 일보다

옳은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 비슷한 것이었지요.

 

그 책임감과 강박은 70세가 넘은 지금도 제 일상을 지배합니다.

지금도 매일 반성하고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운 좋게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으로서 의당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직무유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돌아가신 어머니는 나이 들면 '배운' 사람이나 못 배운 사람이나,

예쁜 사람이나 미운 사람이나,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다 똑같아진다고

말씀하시곤 했는데, 주변에서 늙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대학을 나온 사람이나 초등학교만 나온 사람이나 '이 나이에

무슨 책이냐'며 고개를 젓고, 틈만 나면 국내외 관광에 나서고,

맛집을 찾아 다니고, 비싼 옷이나 가방을 사고, 얼굴을 젊게 만들기 위해 

열을 올립니다. 

 

그들은 본래 노인은 그렇게 사는 거라고 하는데, 그렇게 사는 사람들 중엔

비슷한 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바로 경도 인지 장애(MCI: mild

cognitive impairment)입니다. 

 

MCI는 기억력이나 주의력, 언어 능력, 시공간 능력, 판단력 등이 현저히

저하되었으나 일상생활은 수행할 수 있는, 치매 직전 상태라고  합니다.

정상 노인들은 매년 1~2퍼센트가 치매로 진행하지만, MCI를 가진 사람의

경우엔 매년 약 10~15퍼센트가 치매로 진행한다고 합니다.

아래에 서울아산병원이 소개한 MCI 증세와 예방법을 옮겨둡니다.

 

부디 예방법을 실천하여 죽을 때까지 정상적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많기를 바랍니다. 그것이야말로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직무를 유기하지 않는 것일 테니까요. 

 

 

인지 기능 장애가 심하여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를 치매라고

합니다. 동일 연령대에 비해 인지 기능, 특히 기억력이 떨어지나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능력은 남아 있어 아직은 치매라고 할 정도로 심하지 않은 상태를 경도 인지 장애

(경미한 인지 장애)라고 합니다.

 

경미한 인지 장애는 정상 노화와 치매의 중간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학 연구에

의하면 경미한 인지 장애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이행할 수 있는 고위험 상태인데,

병원에서 검사를 통해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초기 단계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적으로  중요하다고 합니다.

 

신체의 모든 부분이 그렇듯이 우리의 뇌도 나이를 먹습니다. 건강한 노인조차도

추리, 공간지각, 언어 능력이 감퇴합니다. ‘건망증’의 사전적인 의미는 원인과

관련 없이 기억이 나지 않는 증상을 말합니다. 이에 비해 ‘인지 장애’는 기억력뿐만

아니라 다른 시공간 능력, 추리 능력, 언어력 등이 저하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우리는 흔히 나이가 들어서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을 ‘건망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건망증과 치매의 기억력 저하(인지 장애)에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건망증의 경우 사소한 일이 기억나지 않아도 힌트를 주면 바로 기억해 낼 수 있습니다.

또한 경험의 일부를 잊어버려도 잊어버렸다는 사실을 스스로 기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치매 환자의 경우 경험한 사실 모두를 잊어버리고, 잊어버린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옆에서 힌트를 주더라도 기억해 내지 못합니다. 인지 장애의 주된

증상은 기억력 저하를 호소하는 것입니다. 특히 최근에 있었던 일이 기억나지 않아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전화가 와도 잊어버리고 가족에게

전달해 주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경미한 인지 장애의 경우 기억력 저하가 주된 증상이기는 하지만 다른 인지 기능이

저하되기도 합니다. 시공간 능력이 떨어지면 길 찾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며, 자주

다니던 곳의 길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언어력이 저하되면 언어 이해력 및 표현력이

저하되고 물체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힘들어합니다. 종종 시간과 장소를 헷갈려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드물지만 판단력 등이 저하되기도 합니다.

 

경미한 인지 장애는 이러한 다양한 증상을 보이지만, 전반적인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으며 사회에서 어느 정도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이

치매와는 다릅니다. 경미한 인지 장애가 치매로 진행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치료 방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다만 약물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는

부족합니다. 경미한 인지 장애 환자에게 추천하는 치료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① 치매로 진행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주기적인(예 : 매년) 인지 기능 검사 시행
② 규칙적인 운동
③ 금연
④ 지속적인 사회 활동
⑤ 지속적인 대뇌 활용(신문, 잡지, 책 읽기, 배우기, 일기 쓰기, 퍼즐 맞추기)
⑥ 적당한 음주(하루 1~2잔, 주 3회 이하)
⑦ 과일, 야채 매일 섭취

 

경미한 인지 장애는 시간이 경과하면서 알츠하이머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정상인의 경우 매년 1~2%가 치매로 진행하는 데 비해, 경미한 인지 장애를 가진 환자의

경우 매년 10~15%가 치매로 진행합니다. 결국 경미한 인지 장애 환자 중 약 80%가

6년 안에 치매를 겪는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