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사진을 찍는 마음1 (2026년 3월 28일)

divicom 2026. 3. 28. 07:59

산책길에 휴대전화로 길가에 핀 민들레 사진을 찍었습니다.

마른 갈색 가지들 사이 홀로 핀 노랑이 눈부셨습니다.

주변 주검들에 아랑곳 않고 봄을 피워낸 민들레...

꽃을 피우기까지 민들레가 겪었을 고통과 노고를 생각하면

못 본 척할 수가 없었습니다.

 

삭막한 길에 그 민들레 혼자 핀 줄 알았는데 몇 걸음

걷다 보니 두 송이가 더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그 옆에

크고 작은 다섯 송이!

 

우리가 '홀로'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은 혼자가 아니고

여럿 중 하니라는 걸 다시 깨달았습니다. 마찬가지로

나 홀로 겪는 고통이 나만 겪는 게 아니라는 것, 홀로라는

생각은 대개 좁은 시야에서 나온다는 걸.

 

그리고 사진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처음 민들레를 포착하던 때의 제 심정과 그 다음 민들레들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감탄과 실망이 묘하게 결합된.

며칠 전에 읽은 수전 손택 (Susan Sontag: 1933-2004)의

<사진에 관하여 (On Photography)>가 떠올랐습니다.

 

곳곳에 흐드러진 개나리, 담 너머로 수줍게 머리를 내민

진달래, 소리 없이 펑 펑 꽃망울을 터뜨린 목련, 세상을

노랑으로 물들이는 산수유, 화분에서 노래하는 보랏빛

무스카리... 봄꽃들과 봄 풍경을 사진에 담는 사람들에게

수전 손택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35쪽: 모든 사진은 메멘토 모리이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 (또는 사물)의 죽음, 연약함, 무상함에 동참하는

것이다. 그런 순간을 정확히 베어내 꽁꽁 얼려 놓는 식으로,

모든 사진은 속절없이 흘러가 버리는 시간을 증언해 준다.

 

39쪽: 텔레비전이 흘려보내는 이미지는 신중히 선택된 것이

아니다. 그래서 뒤의 이미지가 앞의 이미지를 곧장 지워버리곤

하다. 그러나 스틸 사진은 어떤 순간을 특권화해놓은 것으로서,

그 순간을 계속 간직한 채 몇 번이고 다시 볼수 있는 얇은

사물로 뒤바꿔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