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책장엔 2015년 가을에 돌아가신 아버지와 2024년
설 연휴 끝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한 장의 사진 속에
다정하십니다. 저는 사진 찍히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두 분 사진이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요! 어제에 이어
오늘도 수전 손택의 <사진에 관하여>의 몇 문단 옮겨둡니다.
41쪽: 사진이 도덕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는
그에 상응하는 정치 의식이 존재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정치가 없다면, 역사를 수놓은 살육 현장을 담은 사진일지라도
고작 비현실적이거나 정서를 혼란시키는 야비한 물건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43쪽: 고통을 받는다는 것과 고통의 이미지가 찍힌 사진을
보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고통의 이미지가
찍힌 사진을 본다고 해서 양심이나 인정을 베풀 수 있는
능력이 반드시 더 강해지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더 망가져
버릴 수도 있다.
44쪽: 사진을 찍은 뒤 곧장 보느냐 얼마간 세월이 흐른
다음 보느냐에 따라서, 우리는 그 사진을 미적으로 다르게
경험한다. 결국 (제아무리 조잡한 사진일지라도) 거의 모든
사진의 예술적 수준을 결정해 주는 것은 바로 시간인 셈이다.
47쪽: 스틸 사진을 통해서 얻게 된 지식은 냉소적이든
인간적이든 감상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지식은 싸구려 지식,
즉 가짜 지식이자 가짜 지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동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사진을 찍는 마음1 (2026년 3월 28일) (1) | 2026.03.28 |
|---|---|
| BTS 광화문 공연이 남긴 것 (2026년 3월 24일) (1) | 2026.03.24 |
| BTS라는 '거인'들, 그리고 세월호 (2026년 3월 21일) (1) | 2026.03.21 |
| 김장훈과 김어준(2026년 3월 19일) (2) | 2026.03.19 |
| 수희찬탄(2026년 3월 16일) (2) | 2026.0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