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사진을 찍는 마음2 (2026년 3월 29일)

divicom 2026. 3. 29. 11:16

제 책장엔 2015년 가을에 돌아가신 아버지와 2024년

설 연휴 끝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한 장의 사진 속에

다정하십니다. 저는 사진 찍히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두 분 사진이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요! 어제에 이어

오늘도 수전 손택의 <사진에 관하여>의 몇 문단 옮겨둡니다.

 

 

41쪽: 사진이 도덕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는

그에 상응하는 정치 의식이 존재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정치가 없다면, 역사를 수놓은 살육 현장을 담은 사진일지라도

고작 비현실적이거나 정서를 혼란시키는 야비한 물건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43쪽: 고통을 받는다는 것과 고통의 이미지가 찍힌 사진을

보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고통의 이미지가

찍힌 사진을 본다고 해서 양심이나 인정을 베풀 수 있는

능력이 반드시 더 강해지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더 망가져

버릴 수도 있다.

 

44쪽: 사진을 찍은 뒤 곧장 보느냐 얼마간 세월이 흐른

다음 보느냐에 따라서, 우리는 그 사진을 미적으로 다르게

경험한다. 결국 (제아무리 조잡한 사진일지라도) 거의 모든 

사진의 예술적 수준을 결정해 주는 것은 바로 시간인 셈이다.

 

47쪽: 스틸 사진을 통해서 얻게 된 지식은 냉소적이든 

인간적이든 감상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지식은 싸구려 지식, 

즉 가짜 지식이자 가짜 지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