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은 2012년 11월 ‘사랑’과 관련된 단어들(사랑, 연애, 애정, 연인, 애인)의 사전적 의미를 바꾸었다고 합니다. 전통적으로 ‘남녀’나 ‘이성’ 간에 일어나는 감정으로 보았던 ‘사랑’을 성소수자들에게까지 확대한 것입니다.
‘사랑’의 네 번째 뜻인 ‘남녀 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런 일’이 ‘어떤 상대의 매력에 끌려 열렬히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으로 바뀌었고, ‘연애’의 뜻도 ‘남녀가 서로 그리워하고 사랑함’ 대신에, ‘연인 관계인 두 사람이 서로 그리워하고 사랑함’으로 바뀌었습니다. 시의적절하고 타당한 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기독교계에서 이런 변경은 ‘동성애를 옹호하는 것’이라는 항의가 일었고 ‘개정 반대 캠페인’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기독교계에서는 “이러다 결혼(‘남녀가 정식으로 부부관계를 맺음’)에서도 남녀를 뺄 것이냐?”며 국립국어원에 전화와 메일, 팩스 등으로 지난 일 년 동안 항의 캠페인을 벌여왔다고 합니다. 결국 국립국어원은 지난 1월 ‘사랑’ ‘연애’ ‘애정’ 3개 단어의 주체를 ‘남녀’로 되돌렸고, 이런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문제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며칠 전 국립국어원이 넓은 의미의 ‘사랑’을 ‘남녀 간’의 감정으로 좁게 재정의했다는 보도를 보고 뭐 이런 시대착오적인 기관이 다 있나 혀를 찼는데, 알고 보니 이런 배경이 있었던 겁니다.
이 나라의 시계는 몇 세기에 멈춰 서 있는 걸까요? 종교가 정치에 스미다 못해 이제 모국어까지 뒷걸음질 치게 하는 걸까요?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의 표준대사전에 ‘사랑’이라고 쓰니 아래의 정의가 나타납니다.
1.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2.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거나 즐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3.남을 이해하고 돕는 마음. 또는 그런 일.
4.남녀 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런 일.
국립국어원도 참 한심합니다. 목소리 큰 사람들이 괴롭힌다고 나랏말을 욕보입니까?
일부 반대 여론을 핑계로 나랏말의 뒷걸음질을 결정한 국어원의 책임자들을 문책하고, 2012년에 개정했던 대로 '사랑'의 뜻을 부활시켜야 합니다. ‘사랑’하면 떠오르는 이름 예수님, 자신을 바쳐 인간을 사랑하였으나 기독교도는 아니었던 예수님, 그분이 이런 신자들을 보시면 뭐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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