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이 오늘 새벽 돌아가셨습니다. 장례는 국가장으로 치러지고, 영결식은 26일 오후 2시 국회의사당에서 거행되며, 영결식 후에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안장식이 열린다고 합니다. 향년 88세. 한국 현대사의 주역 한 분이 또 세상을 떠남에 따라, 이제 '세 김 씨' 중에선 김종필 씨만 남았습니다. 새삼 권력의 무상함과 세월의 도도함을 느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오늘 아침 tbs '즐거운 산책(FM95.1 MHz)'에서는 사람을 사량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고, the Everly
Brothers의 'Let it be me', Freddie Mercury의 'Great Pretender', 박은옥 씨의 '사랑하는 이에게' 등, 좋은 노래들을 들었습니다.
'고전 속으로' 시작 전에는 김광석 씨의 '내 꿈'을 듣고, '고전 속으로'에선 윤동주의 '서시'를 읽었습니다. '서시'는
1941년 11월 20일에 쓰였다고 합니다. '오늘의 노래' 시간에는 김민기 씨가 만든 '아침이슬'을 양희은 씨의 목소리로 들었습니다. 모든 노래가 다 좋았지만, 그 중에서도 Jean Redpath의 'Maggie(매기의 추억)'의 여운이 길었습니다. 전곡 명단은 tbs 홈페이지(tbs.seoul.kr) '즐거운 산책' 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에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일곱 시' 원고를 옮겨둡니다.
일곱 시
한여름 일곱 시는 대낮 같더니
요즘 일곱 시는 새벽 아니면 한밤중입니다.
아침 일곱 시 사람들은 아직 어둠으로 무거운 몸을
일으켜 출근하느라 바쁘고,
저녁 일곱 시엔 긴 항해를 끝낸 배처럼
서둘러 귀로에 오릅니다.
아침 일곱 시 좌판을 펼치던 노점상은
아홉 시가 넘어야 물건을 진설합니다.
저녁 일곱 시엔 밥을 먹고
아홉 시쯤 되어야 술을 먹던 사람들이
이젠 일곱 시부터 술을 마십니다.
일곱 시의 풍경은 곳곳에서 바뀌지만
아기들은 아침 일곱 시 저녁 일곱 시
시계를 보지 않고 태어나고,
사람들은 여름 일곱 시, 겨울 일곱 시,
계절에 상관없이 시간과 싸우다가
마침내 이곳을 떠나갑니다.
바뀌는 것들과 바뀌지 않는 것들이
어울려 만드는 안쓰러운 삶,
일곱 시부터 일곱 시까지
해 뜨는 시각부터 별 지는 시각까지
사람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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