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바네라 (2013년 1월 20일) 오늘 TBS '즐거운 산책' 시간에는 백무산 씨의 ‘예배를 드리러’를 읽어드렸습니다. 이 시는 2012년 3월에 출간된 시집 <그 모든 가장자리>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일요일엔 이곳저곳으로 예배드리러 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대개는 인간보다 힘이 세 보이는 신을 찾아 가지만 시인은 ‘.. tbs 즐거운 산책 2013.01.20
안락사 (2012년 5월 7일) 전라북도 전주에서 여든 셋 되신 노인이 폐암 말기로 고통받는 부인의 산소호흡기를 잘라 숨지게 했다고 합니다. 서울신문 기사에 따르면 임실군 삼계면에 사시는 심모 씨는 지난 5일 오후 전북대병원 중환자실에서 미리 준비해간 접이식 주머니칼로 부인 곽모씨(77)의 기도에 삽입되어 .. 나의 이야기 2012.05.07
내 늙은 아내 (2012년 4월 28일) 오늘 아침 교통방송 '즐거운 산책' 시간에는 미당 서정주 선생의 시 '내 늙은 아내'를 읽어드렸습니다. 선생은 스물 두 살이던 1938년에 열 아홉 살이었던 아내를 만나 결혼했다고 합니다. '내 늙은 아내'는 1998년 1월 호 <현대문학>에 발표되었는데, 그로부터 2년여가 지난 2000년 10월, 시.. tbs 즐거운 산책 2012.04.28
부자가 천국에 갈 수 없는 이유 (2011년 12월 30일) 한동안 보지 못했던 얼굴들을 만나 점심을 했습니다. 아이가 중학교 1학년 때 학부모로 만난 모임이다 보니 사는 것도 제각각, 성향도 제각각입니다. 집안 일 세상 일, 무상급식부터 박근혜 씨까지 온갖 주제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헤어져 돌아오는 길, 여러 가지 생각의 말.. 나의 이야기 2011.12.30
사랑이 태어난 날 (2011년 12월 1일) 오늘은 내 사랑이 태어난 날입니다. 멀고 먼 전생 속 어머니였고 딸이었으며 아버지였고 아들이었던 그가 또 다시 나를 향한 항해를 시작한 날입니다. 작아지는 그의 안에선 내 잎이 넓어지고 시드는 내 안에선 그의 뿌리가 깊어집니다. 그에게 깃든 칠십 억 DNA 그 하나를 온전히 .. 동행 2011.12.01
가난한 신혼부부 (2011년 11월 29일) 아파트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해 고민하던 신혼의 30대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합니다. 지난달 초순 결혼한 정모(39)씨는 어제 오후 3시께 창원시 성산구에 있는 모 아파트 안방에서 목을 매 숨졌으며 그의 아내(33)가 시신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정씨는 아파트 전세금 1억 원.. 나의 이야기 2011.11.29
꽃 (2011년 8월 9일) 매미 울음에 새벽잠을 설쳤습니다. 전에는 해가 떠야 울던 매미들이 이제는 새벽부터 울어댑니다. 앞 창문 뒤 창문 양쪽에서 울어대니 일어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지상에 나왔는데 지상이 온통 비투성이라 짝짓기도 못하고 입추를 맞은 매미들, 그들의 처지를 생각하면 욕할 수.. 오늘의 문장 2011.08.09
그 남자가 아내에게 (2011년 7월 10일) 발바닥이 아플 때는 앉거나 누워야 합니다. 아주 심하게 아플 때는 누워서 발을 가능한 한 높이 두어야 합니다. 발바닥이 아픈 건 늘어난 몸무게 때문일 겁니다. 40여 킬로그램의 몸을 운반하는 것도 힘들 텐데 50여 킬로그램이나 되니 제 발이 제 몸을 감당하는 게 쉽지 않을 겁니다. 어제.. 나의 이야기 2011.07.10
사랑 (2011년 6월 20일) 남향 베란다 햇살은 밤이나 되어 걷힙니다. 큰 나무들은 종일 따끈한 햇빛을 즐기는 듯하지만 작은 꽃나무들은 일찍 지칩니다. 아기 장미와 재스민이 유독 지친 듯해 가랑비 같은 물을 뿌려줍니다. 조심스레 잎을 씻으며 보니 작은 잎과 줄기 사이로 비단실보다 가느다란 거미줄이 끝없.. 나의 이야기 2011.06.20
입을 다물고 6월을 (2011년 6월 7일) 묵은 눈물이 마른 풀을 적시는 현충일이 지나가니 6월의 첫 주도 끝이 납니다. 연휴를 즐기는 사람들로 바쁘던 너른 길들도 마침내 고요를 맛보게 되겠지요. 비라도 내려주면 들떴던 세상이 찬찬히 제 자리를 찾을지 모릅니다. 흐린 날을 예보하는 몸이 때로는 고통스럽지만 세상의 열기.. 오늘의 문장 2011.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