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산책길에 가끔 들르는 카페엔 두 개의
화장실이 있습니다. 남녀 공용 화장실은
홀에 있고 여성 전용 화장실은 홀 왼쪽 방에
있습니다.
홀에 있든 방에 있든 화장실에 가는 사람이
있으면 보입니다. 그런데 그들의행태가 놀랍습니다.
열 명 중 여덟은 노크하지 않고 문 손잡이를 돌립니다.
열리지 않으면 그제야 문을 두드립니다.
화장실 전등 스위치와 배기 스위치는 문 오른쪽에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위치를 올렸다 내렸다
하며 왜 불이 들어오지 않나 하는 투로 머리를
갸웃거립니다. 스위치를 올리고 불이 들어왔는지
확인하기 전에 바로 내리고 다시 올리고 하는 겁니다.
무엇이 그리 급한 걸까요?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 후 손을 씻지 않고
나오는 사람도 많고, 손을 씻되 문을 열어두고
씻는 사람도 있습니다. 화장실 문을 열어둔 채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포르쉐 타고 온 사람도 그러고 아반테 타고 온
사람도 그러고 걸어 온 사람도 그럽니다.
카페는 대개 시끄러우니 웬만하면 침묵하려 하지만
화장실 문을 열어두고 가는 사람에겐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 화장실 문 좀 닫아주세요!" 낮은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해야 합니다.
커피를 마시며 변기를 보아야 하니 이제 '천박'이
디폴트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카페
주인에게서 들은 말이 떠오릅니다. "손님을 골라
받을 수 없다는 게 이렇게 괴로울 줄 몰랐어요."
정성을 다해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준 그에게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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