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숙 2639

'2020 올림픽' 개회식과 MBC TV (2021년 7월 25일)

우여곡절 끝에 일본 도쿄에서 '2020 올림픽'이 열리고 있습니다. 2020년에 열리기로 되어 있던 올림픽이 2021년 한여름에 열린다는 사실이, 이 '지구촌 축제'를 둘러싼 복잡한 사정을 보여줍니다. 지상파 3사와 몇몇 케이블 채널에서 경기를 생중계하거나 녹화했다 보여주는데, 가능한 한 MBC는 보지 않으려 합니다. 지난 23일 저녁에 열린 개회식을 중계할 때 MBC가 보인 태도 때문입니다. 당시 KBS, SBS, MBC 3사는 개회식을 생중계하며 각 나라의 대표단이 입장하면 그 나라와 대표단에 대한 소개를 자막으로 곁들였습니다. 국토의 크기와 수도, 인구, 참가 종목과 선수 등 기본적인 정보라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유독 MBC는 그 정보에 각 나라의 GDP를 표기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올림픽의 의..

동행 2021.07.25

아, BTS! (2021년 7월 23일)

아이돌 음악을 즐기진 않지만 BTS는 좋아하고, 아이돌을 꿈꾸는 소년들과 청년들이 경연을 벌이는 SBS 프로그램 '라우드(LOUD)'도 좋아합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최선을 다해 그것을 하며 그것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삶에 기여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그들에게 저 자신을 비춰봅니다. 나도 그들처럼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지... BTS와 LOUD를 보면 K-pop이 앞으로도 한동안은 세계의 음악으로 군림할 것 같습니다. BTS가 최근에 내놓은 '퍼미션 투 댄스 (Permission to Dance)'는 그런 예상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근거입니다. BTS는 그 곡에 맞추어 수어를 이용한 안무를 선보였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이와 관련해 트위터에 BTS를 찬양했다고 합니다. ..

동행 2021.07.23

문화체육관광부의 '하안거' (2021년 7월 15일)

더위는 늘 사람을 힘들게 하지만 마스크를 쓰고 살아야 하는 여름의 더위는 그 이상입니다. 올 여름 더위는 사람을 시험하는 더위, 실수를 유발하는 더위입니다. 이럴 때는 가능한 한 천천히 결정하고 실천해야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게 하고 싶은 말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8일 홈페이지에 ‘쇠퇴하는 일본, 선진국 격상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의 카드 뉴스를 게시해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국뽕’ 단체나 중학생 단체 정도가 게시할 만한 선정적이고 유치한 제목의 글입니다. ‘외교 결례’라는 지적을 받고 수정했다는데, 이건 ‘결례’가 아니고 ‘망신’입니다. 한국의 경제력은 세계 10위권이지만 정신은 ‘졸부’ 수준임을 보여주는 사례이니까요. 문체부가 국민의 더위를 가중시키는 건 이뿐만이 아닙니다. ..

동행 2021.07.15

매미와 '프링젠: Fringen (2021년 7월 13일)

그제 저녁 잠깐 매미 소리를 들으니 참 반가웠습니다. 어제 저녁에도 잠깐 매미 소리가 들렸습니다. 두 소리 모두 '매앰 맴'은 아니었지만 매미 소리가 틀림없었습니다. 울음소리가 달라도 좋으니 오늘 저녁에 또 매미 소리가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동네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동네에선 대개 7월 10일쯤 매미가 울곤 했습니다. 때로는 첫 울음소리가 며칠 늦게 들리기도 했지만, 일단 울음이 시작되면 그날부터는 계속 들렸습니다. 그런데 올여름은 이상합니다. 아주 잠깐 단말마 같은 울음소리가 들리고는 이어지지 않습니다. 매미도 기상 이변으로 인한 변화와 고통을 겪고 있는 걸까요? 사람들의 잘못으로 인한 기후와 생태계의 변화를 매미도 겪나 봅니다. 혹시 날씨를 관장하는 신이 매미 울음을 그리워하는 인간들을 벌 주기 위해 ..

동행 2021.07.13

'교양서'와 '교양 강좌'의 팩트 체크 (2021년 7월 4일)

텔레비전에서 스타 강사의 '교양 강좌'를 보거나 주변에서 추천하는 베스트셀러를 보고 실망하거나 분노할 때가 있습니다. 틀린 '팩트'를 사실인 것처럼 얘기하거나, 다섯 가지를 얘기해야 하는데 한두 가지만 얘기해서 진실을 호도하고 자신의 논리에 맞게 재단하는 걸 보면 화가 나지만, 방송국에 전화해서 문제를 삼는 대신 채널을 돌립니다. 최근에는 어떤 고명한 사람의 책과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된' 책을 소개받고 읽었다가 아주 큰 분노를 느꼈습니다. 첫 번째 책은 한마디로 '꼰대의 꼰대를 위한 꼰대짓'의 결과물이었고 두 번째 책은 '체리 피킹(cherry picking)'의 전형적 예였습니다. 그런데도 제겐 그 책들과 저자를 밝힐 용기가 없습니다. 공적 사적으로 얽힌 관계 때문이지만, 그렇다고 제가 비굴한 독..

동행 2021.07.04

아, 최재형! (2021년 6월 30일)

유월의 끝에 서서 지나간 시간과 그 시간 속 사람들과 사건들을 돌이켜 보니 안타까운 일이 참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안타까운 건 감사원장이던 최재형 (崔在亨) 씨가 대통령을 꿈꾸며 감사원장직에서 사직한 겁니다. 그의 이름은 국문뿐만 아니라 한자 표기까지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의 함자와 같습니다. 그런 사람이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대통령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감사원장 직을 내려놓다니... 그는 최재형 선생과는 이름만 같은 몽상가인가 봅니다. 거대한 부를 축적하여 항일 독립운동에 바치고 안중근 의사의 의거를 도우신 최재형 선생님 (최 표트르 세묘노비치: Цой Пётр Семёнович)... 그분의 희생은 우리의 부끄러움으로 남았는데, 전 감사원장 최재형 씨는 스스로 부끄러움이 되었습니다. 이름..

오늘의 문장 2021.06.30

어제 읽은 시: 도연명의 귀거래사 (2021년 6월 28일)

歸去來兮 (귀거래혜) 돌아가자 田園將蕪胡不歸 (전원장무호불귀) 고향 전원이 황폐해지는데 어찌 아니 돌아가리 旣自以心爲形役 (기자이심위형역) 지금껏 스스로 마음을 육신의 노예로 부렸으니 奚惆悵而獨悲 (해추창이독비) 어찌 홀로 슬퍼하여 서러워하는가 悟已往之不諫 (오이왕지불간) 지난 일은 돌이킬 수 없음을 이미 깨달았으니 知來者之可追 (지래자지가추) 앞으로 일은 바르게 할 수 있음도 알았다 實迷塗其未遠 (실미도기미원) 길을 잘못 들어 헤맨 것은 사실이나 아직 그리 멀지 않으니 覺今是而昨非 (각금시이작비) 잘못된 지난 일들 이제부터 바르게 하리 舟遙遙以輕颺 (주요요이경양) 배는 흔들흔들 가볍게 흔들리고 風飄飄而吹衣 (풍표표이취의) 바람은 한들한들 옷깃을 스쳐가네 問征夫以前路 (문정부이전로) 지나가는 사람에게 고..

오늘의 문장 2021.06.28

이준석 현상 (2021년 6월 25일)

6.25전쟁 발발 71주년... 이 나라의 지난날을 생각합니다. 휴전이래 지금처럼 나라가 부유했던 적은 없습니다. 경제력으로는 세계 10위권을 오르내리는데 생각의 수준,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걸맞은 수준일까...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국 정당 역사상 최연소 대표가 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두고 말이 많습니다. 어떤 목사는 그에게서 '젖비린내'가 난다고 했다는데 이 대표의 나이를 문제삼는 사람들은 대개 꼰대들입니다. 이 대표에 대해 쓰여진 무수한 글들 중에서 아래의 글을 고른 이유는 무엇보다 필자가 사안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 때문인데, 또 한 가지 반가운 건 존댓말 문체입니다. 저도 전에 한국일보와 한겨레신문에 칼럼을 연재할 때 존댓말을 썼습니다. 세상읽기 이준석에게 ‘딱지’ 붙이는 정치가 위험한..

동행 2021.06.25

오늘 읽은 시: 의자와 참외 (2021년 6월 19일)

지난 며칠 사소한 글자들을 다루느라 정작 시는 읽지 못했습니다. 시를 읽지 못한 날들이 이어지면 바닷물을 마신 사람처럼 목이 마릅니다. 목마름 때문일까요? 허만하 시인의 를 집어듭니다. 의자와 참외 마지막 교가처럼 비어 있는 방에 의자가 들어온다. 대합 실 지루한 시간같이 의자 위에 다시 의자가 얹힌다. 풀잎같 이 엷은 소학생 엉덩이 마지막 무게를 받치던 의자가 모로 누운 다른 의자의 무관심 위에 얹힌다. 쌓인 의자는 교실 벽 에 기대어 벌써 위험하다. 출격을 앞둔 병사들처럼 트럭을 기다리고 있는 조그마한 의자들. 폐교 하루 전의 교실보다 쌓인 의자가 고요한 것은 균형의 목표가 붕괴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누군가 한 사람 격렬한 소모를 예감할 뿐 어디에 실려가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름을 잃어버린 빈 학교..

오늘의 문장 2021.06.19

익숙함이라는 적 (2021년 6월 16일)

거리가 좀 있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지켜지는 예의가 낯익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일이 흔합니다. 처음 해보는 일을 할 때는 온 정신을 집중해서 하지만 익숙한 일을 할 때는 건성으로 하다가 실수할 때가 있습니다. 사람, 관계, 환경... 익숙해지면 편해지고 편해지면 조심하지 않아 사고가 나고 뒷걸음질 치기 쉽습니다. 2021년 여름은 제가 살아온 여러 해 중에 가장 편하고 편리한 해,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무례하고 시끄럽고 건성으로 가득한 해. 그래서 아래 글이 눈에 들어왔나 봅니다. 송혁기의 책상물림 익숙함을 경계하다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조선 후기 문인 홍길주가 오랜 지인인 상득용에게 축하 편지를 보냈다. 그런데 축하하는 이유가 이상하다. 상득용이 말에서 떨어진 일을 축하..

오늘의 문장 2021.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