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 사소한 글자들을 다루느라
정작 시는 읽지 못했습니다.
시를 읽지 못한 날들이 이어지면
바닷물을 마신 사람처럼 목이 마릅니다.
목마름 때문일까요?
허만하 시인의 <물은 목마름 쪽으로 흐른다>를
집어듭니다.
의자와 참외
마지막 교가처럼 비어 있는 방에 의자가 들어온다. 대합
실 지루한 시간같이 의자 위에 다시 의자가 얹힌다. 풀잎같
이 엷은 소학생 엉덩이 마지막 무게를 받치던 의자가 모로
누운 다른 의자의 무관심 위에 얹힌다. 쌓인 의자는 교실 벽
에 기대어 벌써 위험하다. 출격을 앞둔 병사들처럼 트럭을
기다리고 있는 조그마한 의자들. 폐교 하루 전의 교실보다
쌓인 의자가 고요한 것은 균형의 목표가 붕괴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누군가 한 사람 격렬한 소모를 예감할 뿐 어디에
실려가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름을 잃어버린 빈 학교 앞 리
어카 좌판에 의자 대신 노란 참외를 포개고 있는 행상의 손
길이 외롭게 붕괴와 싸우고 있다.
--허만하 시집 <물은 목마름 쪽으로 흐른다>, 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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