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숙 2568

나이 먹는 즐거움 (2008년 1월 11일)

1978년 1월에 처음 만났으니 꼭 30년 전입니다. 제가 다니던 신문사에 한 해 후배로 들어온 친구, 반짝이는 두 눈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제가 사회부 1년차 기자일 때, 친구는 외신부의 견습 기자가 되었습니다. 온 종일 신문사 안에 있으니 지루할 것 같았습니다. 외신부 부장에게 취재 경험을 쌓게 하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허락을 받아 함께 나갔습니다. 그때는 그게 30년 우정의 시작이라는 걸 몰랐습니다. 일하는 부서는 달랐지만 틈만 나면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셨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몰라도 우리의 20대는 음울했습니다. 유년의 어두운 기억과, 사춘기를 넘어 밤잠을 설치게 하는 실존적 물음들에 대해 끝없이 얘기를 주고 받다보면 우린 만나기 전부터 알던 사이라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우리를 괴롭히는..

자유칼럼 2009.11.19

불륜 중인 'ㄱ'씨에게 (2007년 9월 14일)

전 청와대 정책실장 변 양균씨와 전 동국대 교수 신 정아씨가 주고 받은 “낯 뜨거운” 이메일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수사의 시초는 신씨가 학력을 위조하여 광주 비엔날레 예술 총감독과 동국대 교수가 되었는가, 그 과정에서 변씨가 그녀를 위해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했는가 하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두 사람의 “부적절한” 관계가 관심의 초점이 된 듯 합니다. 사라진 이메일을 추적해낸 것은 그러려니 해도 수사와 상관 없는 사적인 부분을 들춰내어 언론에 공개한 검찰이나 그것을 좋아라 대서특필하는 언론의 선정주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21세기인가, 의문을 갖게 합니다. 지금 한창 불륜중인 “ㄱ”씨, 당신도 밤잠을 설치며 뉴스를 보고 있겠지요. 이미 애인과 만나는 횟수를 줄였을 수도 있고 애인과의 관계를 청산해야..

자유칼럼 2009.11.19

사회장과 바디 팜(Body Farm) (2007년 8월 30일)

지난 토요일 도하 각 신문에는 검은 바탕에 흰 글씨로 “사회장 공고”가 실렸습니다. “故 김준성 前부총리 이수그룹 명예회장 사회장 장의위원회 위원장 김수한” 이름으로 실린 광고에는 장의위원회 부위원장 여섯 분, 고문 열 분, 장의위원 마흔 세 분과 가족의 명단이 있었습니다. 사회장 공고와 별도로 실린 기사들을 보면 고인은 부총리, 사업가, 은행가, 소설가로 “폭넓은 삶”을 살았습니다. 장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유명인들은 고인의 활약상을 지켜본 증인들이라고 하겠습니다. 기사를 읽다 보면 고인은 참 복도 많은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당시로선 흔치 않게 고등교육을 받았고 사업가로 은행가로 성공했습니다. 관운까지 있어 부총리를 역임한데다 노년이 이슥하도록 문청文靑으로 살았고 자식 농사도 잘 지었다고 합니다...

자유칼럼 2009.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