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0년 3월 9일의 눈

divicom 2010. 3. 11. 11:48

누군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 물으면

이천 십년 삼월의 눈 같은 사람!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삼월 구일 밤 열한 시를 넘긴 시각, 열심히 세상을 지우며

눈이 "나와, 나오라고!" 손짓했습니다.

 

세상은 벌써 얼룩을 감추고 소리없이 아름다웠습니다.

하늘엔 팔랑팔랑 눈새들이 가득 했습니다.

학교 운동장에 맨 살 드러내고 누운 도톰한 눈

그를 베고 누웠다 구르기도 했습니다.

 

밤새 지우다 지친 눈이 조는 새벽

먼 곳의 해가 눈구경을 왔습니다.

개구리 감기 걸리겠다고

눈 위를 서성였습니다.

길은 자꾸 검어졌습니다.

 

눈도 사랑, 해도 사랑이지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 물으면

이천 십년 삼월의 눈 같은 사람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전에도 그렇게 아름다운 눈이 내렸을지 모르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