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 물으면
이천 십년 삼월의 눈 같은 사람!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삼월 구일 밤 열한 시를 넘긴 시각, 열심히 세상을 지우며
눈이 "나와, 나오라고!" 손짓했습니다.
세상은 벌써 얼룩을 감추고 소리없이 아름다웠습니다.
하늘엔 팔랑팔랑 눈새들이 가득 했습니다.
학교 운동장에 맨 살 드러내고 누운 도톰한 눈
그를 베고 누웠다 구르기도 했습니다.
밤새 지우다 지친 눈이 조는 새벽
먼 곳의 해가 눈구경을 왔습니다.
개구리 감기 걸리겠다고
눈 위를 서성였습니다.
길은 자꾸 검어졌습니다.
눈도 사랑, 해도 사랑이지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 물으면
이천 십년 삼월의 눈 같은 사람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전에도 그렇게 아름다운 눈이 내렸을지 모르지만 ...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회피연아'와 한심한 정부 (2010년 3월 18일) (0) | 2010.03.18 |
---|---|
이애란의 한복 (2010년 3월 16일) (0) | 2010.03.16 |
허트 로커와 여성의 날 (2010년 3월 8일) (0) | 2010.03.09 |
조경철 박사의 별세 (2010년 3월 7일) (0) | 2010.03.07 |
아사다 마오 양에게 (2010년 3월 1일) (0) | 2010.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