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숙 2636

문체부와 국립국어원의 직무 유기 (2022년 3월 5일)

요즘 언론에 회자되는 용어들을 듣다 보면 한국어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외국어가 외래어로 자리잡는 과정도 없이 바로 쓰이니까요. '메타버스' '알이백' '이유택소노미'... 국어학자들은 뭘 하는 걸까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뭘 하고 있을까요? 시대의 변화로 인해 새롭게 사용되는 외국어를 대체할 한국어 표현을 왜 만들어 내지 않는 걸까요? 왜 텔레비전 화면의 자막과 대통령선거 선전물, 정부와 지자체 홍보물에 쓰이는 '티읏'은 'ㅌ' 이 아닌, 'ㄷ' 위에 'ㅡ'을 얹은 이상한 모양이 쓰이는 걸까요?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왜 정확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아나운서는 드문 걸까요? '한류' 덕에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의 수는 급격히 늘고 있는데 한국어를 바르게 사용..

동행 2022.03.05

아흔셋의 유권자, 그리고 킹메이커 (2022년 3월 2일)

오랜만에 집 아닌 식당에서 어머니를 만납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어머니가 대통령선거 얘기를 꺼내십니다. "이렇게 시끄러운 선거는 평생 처음이야"라고 하십니다. 저는 '이렇게 천박한 후보들이 설치는 선거는 처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는 여론조사에서 1, 2 등을 하는 후보 중 한 사람은 너무 시끄러워서 찍지 않겠다고 하시며 몇 마디 더 보태십니다. 제가 보기엔 두 후보가 똑같이 시끄러운데... 아무래도 주변의 누군가가 어머니의 선택에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아흔셋이 되시며 부쩍 힘들어 하시니 안쓰럽기도 하고 코로나 -오미크론도 걱정되어 투표장에 가지 않으시면 어떠냐고 하니 그게 무슨 소리냐며 꼭 투표하겠다고 하십니다. 아무리봐도 후보들에 대해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나이 고하를 막..

동행 2022.03.02

哭 이어령 선생 (2022년 2월 28일)

(동아일보 사진)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220227/112059386/1 https://www.donga.com/news/People/article/all/20220228/112069043/1 2022년 2월 26일 한국에서 가장 품격 있는 도서관이 사라졌습니다. 가장 빛나던 등대가 바다와 한몸이 되었습니다. 세계는 그의 부재만큼 더 무지하고 어두운 곳이 되었습니다. 哭 이어령! (1934, 1, 15 - 2020, 2, 26). 선생님, 저희를 조롱하소서... 저희를 동정하소서... https://blog.daum.net/futureishere/2526

동행 2022.02.28

사랑해요, 수자님 (2022년 2월 27일)

수자는 변함 없는 따스함 수자는 활짝 열린 마음 수자는 소리 없는 참을성 수자는 성실한 예술가 사랑하는 제 아우 수자가 오늘부터 무균실에 머물며 새로운 반생을 위한 신체 정지(整地) 작업에 들어갑니다. 수자가 외롭고 고통스러운 한 달을 보내는 동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기도뿐... 천지신명이시여, 수자를 도와주소서... 같은 병을 앓는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게 하소서... 아래는 제 아우 김수자가 자신의 블로그 '시시(詩詩)한 그림일기'에 올린 그림과 글입니다. 그림은 김수자가 한지에 채색으로 표현한 오규원의 시 '꽃과 꽃나무'이고, 시 아래 짧은 글은 김수자의 글입니다. 시 한편 그림 한장 꽃과 꽃나무 - 오규원 illustpoet ・ 2017. 4. 4. 18:02 URL 복사 이웃추가 한..

나의 이야기 2022.02.27

종교가 권력을 만날 때 (2022년 2월 19일)

종교가 권력을 만나는 일은 잉크가 물을 만나는 일. 잉크가 물에 떨어지면 잉크는 사라지고 맑지 않은 물만 남습니다. 자신의 직분을 잊은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시끄럽고, 모든 가치가 '돈과 권력'으로 귀결되는 사회는 천박합니다. 건망증이 깊어지면 자신의 건먕증마저 잊게 됩니다. 천박한 사람의 특징은 자신의 천박함을 모른다는 겁니다. 그래도 애국심 넘치는 국민들은 이 나라를 이렇게 정의하는 걸 싫어하겠지요? '대한민국: 건망증 말기 환자들과 권력과 돈 욕심에 찌든 졸부들의 놀이터'. 김택근의 묵언 종교계의 위없는 실세들 김택근 시인·작가 종교인들이 대통령선거판을 휘젓고 있다. 세속으로 내려와 특정 진영과 거래를 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교회와 사찰이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할 수도 있겠다. 종교와 권력이 ..

동행 2022.02.19

헬렌 켈러: '삼일간 볼 수 있다면' (2022년 2월 11일)

글을 읽으며 부끄러움이나 슬픔을 느끼는 일이 가끔 있습니다. 요즘 읽은 글 중엔 헬렌 켈러 (1880-1968)의 글이 그랬는데, 그 글은 에 실린 짧은 에세이 'Three Days to See'로, 그가 1933년에 쓴 것입니다. 생후 19개월에 열병을 앓고 시력과 청력 모두를 잃은 켈러가 '3일간 볼 수 있게 된다면' 그 시간에 무엇을 할까 생각하며 자신이 겪고 있는 장애와 비장애인들에 대해 쓴 글입니다. 3일 동안 볼 수 있다면 첫날은 자신을 지도해 준 앤 설리번 선생을 찬찬히 본 후 자연을 보고, 둘째 날엔 자연사박물관과 미술관에 가고, 셋째 날엔 음악회와 영화관에 가고 싶다고 쓰여 있습니다. 글을 읽다 보면 그의 지적인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기적 자체인 사람... 글이 있어 그와 동행할..

동행 2022.02.11

카타르 월드컵과 인권 (2022년 2월 9일)

요즘 텔레비전을 보면 베이징 동계 올림픽 중계가 한창입니다. 베이징 올림픽은 100퍼센트 인공눈 위에서 치러지는 최초의 올림픽입니다. 이 인공눈을 만드는 데 4천900만 갤런(1억8천549만L)의 물이 필요하며 이 물은 1억명이 하루 동안 마실 수 있는 양이라고 합니다. 올림픽 못지않게 축구팬들을 열광시키는 월드컵이 세계와 지구에 미치는 영향 또한 지대합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게 되었으며 앞서 이런 기록을 세운 국가는 5개 국뿐이라고 합니다. 올림픽, 월드컵... 세계 무대에서 겨루는 선수들 개개인에게 박수를 보내면서도 이 '축제'는 과연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것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누군가, 무엇인가를 빛나게 하기 위해 희생된 사람들과 자연 때문입니다. 시선 카타르 월..

동행 2022.02.09

오래된 수틀 -- 나희덕 (2022년 2월 6일)

쪽파나 알무(표준어: 총각무)를 다듬거나 구멍 난 양말을 기울 때면 바하나 모차르트, 베토벤의 음악을 틀어 놓습니다. 그러면 노동의 시간이 음악 감상 시간이 되어 어깨 아픈 것도 허리 아픈 것도 모릅니다. 수를 놓을 땐 어떨까요? 그때도 음악을 틀어 놓는 게 좋을까요? 아니, 그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수를 놓는 것은 힘들어도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시간이고 창조의 시간은 단순 노동의 시간과는 다를 테니까요. 아래 작품과 시는 일러스트포잇 김수자 씨의 '시시한 그림일기'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우리의 나날도 이 작품처럼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맨 아래 글은 김수자 씨의 글입니다. 시 한편 그림 한장 오래된 수틀 - 나희덕 illustpoet ・ 2017. 3. 3. 18:39 URL 복사 이웃추가 캔버스에..

동행 2022.02.06

스토크 사건과 전문가의 힘 (2022년 1월 29일)

정초에 손님이 사들고 온 꽃 덕에 한 3주 집안이 환했습니다. 아름다움에 반해 이름도 묻지 않고 받아들고는 시든 후의 아름다움까지 만끽했습니다. 홀로 남은 화병이 안쓰러워 꽃집에 갔습니다. 동네의 꽃집들 중 가장 나중에 생긴 듯한 집으로 갔는데 손님으로 보이는 사람과 대화 중이던 주인에겐 저와 동행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어서 오세요.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라고 했으면 기다렸을 텐데 아무 말 없이 하던 말만 하기에 잠시 꽃을 구경하다 나왔습니다. 산책 삼아 100미터쯤 걷다가 다른 꽃집에 들어갔습니다. 그 집에서도 주인인 듯한 사람은 누군가와 대화 중이었지만 조금 전에 보았던 주인과는 아주 달랐습니다. 금세 정말 우리를 반기는 듯한 "어서 오세요"를 들었습니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꽃을 보는 순..

나의 이야기 2022.01.29

노년일기 103: 틱낫한 스님과 죽음 (2022년 1월 27일)

새해 들어서며 부쩍 죽음을 생각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삶을 낭비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겠지요. 그런데 스승이 말씀하셨습니다. 생각은 낡은 것이니 생각 따윈 하지 말고 매일, 순간순간 죽으라고. -- 인도의 철학자 J. 크리슈나무르티(Jiddu Krishnamurti: 1895-1986), . "당신은 죽음 없이 살 수 없다. 이것은 지적 역설이 아니다. 하루하루 마치 그것이 새로운 아름다움인 양 완벽하게 살려면 어제의 모든 것은 죽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당신은 기계적으로 사는 것이고 기계적인 마음은 사랑이 무엇인지 또는 자유가 무엇인지 결코 알 수 없다... "죽음은 새로 태어나는 것이요 변화이며, 그 안에서 생각은 전혀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왜냐하면 생각은 낡은 것이기 때문이다. 죽음이..

나의 이야기 2022.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