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숙 2636

세계는 하나의 문장 (2022년 1월 24일)

낭비 많은 1월이 저물어 갑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는 세계에서의 나날이 정신과 육체를 힘들게 하여 에너지의 낭비를 초래합니다. 프랑스 철학자 시몬 베유(시몬느 베이유: Simone Weil: 1909-1943)의 말이 떠오릅니다. 환상이 아닌 실재적 앎을 알기 위해서 정신과 육체를 소진시켜 마침내 세계라는 문장의 의미를 알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요?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죽음! "세계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 한 文章이다. 우리들은 애써 가며 그 의미를 하나씩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이다. 이 노고에는 언제나 肉體도 참여한다. 외국어의 알파벳을 배울 때처럼. 이 알파벳은 글자를 많이 써보면서 익혀야 한다. 이러한 노고가 없다면 단순히 사고의 방법을 아무리 바꾸더라도 幻像에 지나지 ..

오늘의 문장 2022.01.24

백남준의 '다다익선' (2022년 1월 21일)

어제는 '대한(大寒).' 이로써 2021년 신축년(辛丑年)의 24 절기가 모두 지나갔고, 2월 1일 설날부터 임인년 (壬寅年)이 시작됩니다. 절기의 문을 여는 '입춘(立春)'이 2월 4일이니 봄이 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019년 12월 인류를 찾아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떠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삼년 째 머물고 있습니다. 모이기 좋아하던 사람들이 홀로 있기를 강요당하고 돌아다니기 좋아하던 사람들은 발이 묶였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 더 이상 유용한 가치가 아니라며 '소소익선(少少益善)'을 강조합니다. 비디오아트의 아버지로 불리는 백남준 씨(1932-2006)가 이 팬데믹 세상에서 작업 중이었다면 '다다익선'과 다른 작품으로 인류의 미래를 보여 주었을 것 같습니다. 2018..

동행 2022.01.21

신부님, 이태석 신부님, 그리고 배추 (2022년 1월 12일)

직접 만나도 아무런 영감을 주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영상이나 책으로만 만났는데 평생 잊히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태석 신부님 (1962-2020)은 바로 그 잊을 수 없는 사람입니다. 이틀 후 14일은 신부님의 기일입니다. 신부님, 하느님 나라에서 묵은 피로 다 푸셨나요? 어제 신문 칼럼에서 이태석 신부님 얘길 읽다가 눈물을 흘렸습니다. 멀리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배추를 키우셨다는 얘기였습니다. 신부님은 살아서도 돌아가신 후에도 건조한 눈과 마음을 적셔 주십니다. 떠났으나 떠나지 않은 우리의 아름다운 동행 이태석 신부님, 신부님이 키운 토마스 타반 아콧이라는 동행... 하느님, 이들을 축복하시고 이들을 동행으로 둔 우리가 우리의 행운을 기억하며 부끄러워 하게 하소서. 이선의 인물과 식물 이태석 ..

동행 2022.01.12

Facebook's Comedy of Errors (2022년 1월 6일)

이 블로그에 쓰는 글 중 어떤 것은 제 페이스북 계정 (https://www.facebook.com/futureishere1/?ref=py_c)에도 게재됩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디지털 세상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어머니를 바깥세상과 연결하려는 아들의 노력 덕에 페이스북 계정이 있습니다. 전에도 여기에 한 번 쓴 적이 있지만, 페이스북 측에서는 제가 우리말로 쓴 글을 영어로 번역해 싣곤 하는데 그 영어란 것이 아주 엉망진창입니다. 전담 직원이 있을 것 같진 않고 초기 단계의 AI에게 맡기는 듯, 우리가 사는 '이승 (this world)'을 사람 이름 '이승'으로 인식, "Lee Seung"으로 쓰는 식입니다. 처음 한두 번은 웃어넘겼지만 이런 일이 되풀이되니 기분이 나빠져 영어로 불쾌감을 표현하는 글을..

'작심삼일'이라도 (2022년 1월 3일)

'호랑이해 (임인년: 壬寅年)'가 시작되고 3일 째입니다. 뼈만 남은 나무들 사이로 검은 무늬 호랑이들이 사람의 세상을 응시하는 것 같습니다. 저 시선에 부끄럽지 않게 떳떳하게 살아야겠습니다. 바야흐로 '결심'의 계절입니다. 결심의 결과가 어찌 되든 결심을 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적어도 결심의 순간만은 그 일을 하리라 혹은 하지 않으리라 마음먹는 것이고, 마음을 먹는 것은 행위의 첫 걸음이니까요. 결심은 늘 '작심삼일'을 수반하지만 '작심 (作心)'하지 않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좋겠지요. 작심이 3일로 끝난다 해도 그 3일은 또 다른 3일로 이어지니까요. 우리말 산책 작심삼일, 새해에는 그거라도 많이 합시다 엄민용 기자 2022년 새해가 시작됐다. 다들 한두 가지 새해 결심을 했을 듯싶다. 누구는 ‘작심..

오늘의 문장 2022.01.03

우주망원경 '제임스 웹' (2021년 12월 27일)

코로나19와 그것이 수반한 무수한 고통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NASA (미국 항공우주국)가 개발한 우주망원경 '제임스 웹 (James Webb Space Telescope)'이 지난 25일 (현지 시각) 발사되었습니다. 이로써 2021년은 제임스 웹 발사 성공의 해로 역사에 기록될 겁니다. 암초는 많고 방해 또한 끊이지 않지만 인류의 여정은 계속됩니다. 동료 인간들로 인한 실망과 절망을 겪으면서도 인류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거둘 수 없는 이유입니다. 135억년 전 우주 기원 밝힐 '제임스 웹 망원경' 발사 성공 인류의 '타임머신' 성탄절에 우주로 허블망원경보다 100배 높은 해상도 적외선으로 더 먼 곳까지 탐지 가능 빅뱅 후 초기 별·외계행성 관측 임무 美·유럽·加우주국 1996년부터 시작 수명 10년...

오늘의 문장 2021.12.27

그래도, 메리 크리스마스! (2021년 12월 24일)

예수는 12월 25일에 태어나지 않았고 12월 25일이 아닌 다른 날이 크리스마스인 나라도 여럿이고 내일 한국의 크리스마스 아침엔 기온이 영하 14도로 곤두박질칠 거라 하지만, 그래도 메리 크리스마스! 그분의 이름이 무엇이든, 그분의 생일이 언제든 인간 정신의 정화를 보여주신 그분의 오래 전 도착을 축하하며, 그분을 흉내 내려는 사람이 좀 더 많아지길 기원합니다. 우리말 산책 예수는 12월25일 태어나지 않았다 엄민용 기자 25일은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Christmas)는 그리스도(Christ)에 가톨릭 예배의식을 뜻하는 말(mass)이 더해져 만들어졌다. 이를 X-MAS라고 쓰기도 하는데, 이때의 X는 그리스도를 뜻하는 그리스어 크리스토스(XPIΣTOΣ)의 첫 글자다. 크리스마스는 노엘(프랑스..

오늘의 문장 2021.12.24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2021년 12월 20일)

열흘이 지나면 2021년도 끝이 납니다. 어수선하게 시작된 한 해가 끝에 이르니 소란 또한 극치에 이른 것 같습니다. 엊그제 세상을 덮은 하얀 눈은 그 소란의 입을 막으려는 거대한 마스크였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새벽 같은 겨울 아침, 컴컴하고 조용한 세상이 잠자는 아기처럼 사랑스럽습니다. 어두운 길의 끝, 문 연 지 얼마 되지 않은 베이커리 카페에 들어가 검고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놓고 을 펼칩니다. 번역문은 어색하지만 의미는 카페인을 타고 스며듭니다. 손바닥만 한 책, 겨우 132쪽인데 며칠 걸려 읽었습니다. 프랑스어 원본을 우리말로 번역한 건지, 영어나 일본어로 번역된 것을 다시 우리말로 번역한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어 재차 읽는 일도 흔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번역한 ..

나의 이야기 2021.12.20

시민의 반항 (2021년 12월 16일)

정부가 '백신'과 '백신 패스'로 시민들을 지배하려 드는 것을 보다 보면 자연스레 '시민의 반항'이 떠오릅니다. 반항할 힘이 없는 시민들조차도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을 읽을 힘은 있기를 바랍니다. 말없음표는 문장의 생략을 뜻합니다. "'최소한으로 통치하는 정부가 최선의 정부'라는 주장을 나는 진심으로 받아들이며, 이러한 주장의 보다 신속하고 보다 체계적인 실현을 보고 싶다... 정부란 사람들이 서로 기꺼이 홀로 있게 하도록 하기 위해서 채택한 방편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방편의 역할을 가장 잘 할 때, 정부는 피통치자들을 가장 잘 홀로 있게 한다..." -- , 범우신서 ----------------------------------------------------- 저는 누군가를 이롭게 할 능력이 없..

오늘의 문장 2021.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