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집 아닌 식당에서 어머니를 만납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어머니가 대통령선거
얘기를 꺼내십니다.
"이렇게 시끄러운 선거는 평생 처음이야"라고 하십니다.
저는 '이렇게 천박한 후보들이 설치는 선거는 처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는 여론조사에서 1, 2 등을 하는 후보 중 한 사람은
너무 시끄러워서 찍지 않겠다고 하시며 몇 마디 더 보태십니다.
제가 보기엔 두 후보가 똑같이 시끄러운데...
아무래도 주변의 누군가가 어머니의 선택에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아흔셋이 되시며 부쩍 힘들어 하시니 안쓰럽기도 하고
코로나 -오미크론도 걱정되어 투표장에 가지 않으시면
어떠냐고 하니 그게 무슨 소리냐며 꼭 투표하겠다고 하십니다.
아무리봐도 후보들에 대해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후보에 대해 잘 알고 찍는 유권자는
많지 않을 겁니다. 이러저러한 사람이겠거니 하고
추측하거나 이러저러한 사람이었으면 하고 기대하며
표를 주겠지요.
가끔 제게 누구를 찍어야 하느냐고 묻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본래 대통령선거에선 대통령감에게 표를 줘야 하지만
이번 선거처럼 대통령감이 보이지 않을 때는 인간의 됨됨이를
보고 찍어야 하겠지요. '그 중 인간에 가까운 후보에게 표를 주라'고 하면
명예훼손으로 걸릴 수도 있겠지요?
그러니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영화를 봅니다.
제가 살았던 한 시대가 담긴 '킹메이커'.
대통령후보 중에 대통령감이 있었던 그 시대...
영화가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어머니에게 영화를 권하려다가 그만둡니다.
보청기를 끼시고도 잘 듣지 못하시는 어머니에게
영화는 짐이 된 지 오래이고, 제게는 대통령선거가
큰 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