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자 10

엄마 손 (2024년 3월 8일)

어머니 돌아가시고 처음으로 동네 카페에서 둘째 동생을 만났습니다. 어머니는 2남 3녀를 두셨는데 다섯 자식들과의 관계가 다 달랐듯, 자식들이 기억하는 엄마 또한 다 다를 겁니다. 그림을 그리는 동생이 잃은 엄마도 제가 잃어 버린 엄마와 다르겠지요.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던 사람들이 20여 일 만에 만났지만, 두 사람 모두 말이 없었습니다. 어쩌다 입을 열면 엄마 얘기 뿐이었습니다. 짧은 만남 후 집에 돌아와 동생의 블로그에 갔습니다. 거기 가면 엄마가 병실에 계실 때 동생이 사진으로 찍어 둔 엄마의 손이 있습니다. 어려운 형편에서도 맛있는 음식과 깨끗한 옷으로 다섯 아이를 기르신 엄마의 손...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가난한 가계를 돕느라 여덟 살 때부터 일을 하신 우리 엄마의 손... 엄마, 보고 싶어요..

나의 이야기 2024.03.08

그리운 '꿈 비디오' (2006년 7월 18일)

글 김흥숙/그림 김수자 ▲ 꿈을 팔던 비디오 가게. ⓒ 김수자 리모컨을 돌리던 중 우연히 본 케이블 텔레비전, 모처럼 좋은 영화를 하는가 했더니 곧 끝나버립니다. 다시 해주겠지, 몇 주 동안 기다려도 다시 볼 수 없습니다. 어떤 영화는 수도 없이 반복해 틀어주면서도 볼 만한 영화는 한 번 슬쩍 보여주고 그만입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를 읽다보면 보고 싶은 영화가 한두 편이 아닙니다. 그녀는 극장에서 놓친 영화를 비디오로 구해 본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쉽지 않은 일입니다. 십 년 전만 해도 동네 어귀엔 언제나 비디오 가게가 있었습니다. 마음이 앉을 곳을 찾지 못하는 하오, 바람에 구르는 잎사귀처럼 깨진 보도블록 사이를 걷다 보면 이윽고 철물점과 문방구 사이 ‘꿈 비디오’에 이르렀습니다. 대개 꿈이란 낮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