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9년 오늘은 안중근 의사 (1879-1910)가 중국
하얼빈 역에서 일본의 초대 한국통감 이토 히로부미
(1841-1909)를 사살한 날이고, 1979년 오늘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총에
사망한 날입니다.
이 아름다운 가을날이 품고 있는 피의 역사...
군인이 등장하면 총이 등장하고 총이 나오면
죽음이 잇따른다는 생각을 하니, 러시아에
파병되었다는 북한군들,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초까지 베트남에 파병됐던 한국군이
떠오릅니다.
미국 작가 팀 오브라이언 (Tim O'Brien: 1946~)은
매칼리스터 칼리지를 우등으로 졸업했으나 곧바로
징집돼 베트남전에 파병됐습니다. 1970년 제대한 후
전쟁을 고발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고, 1978년 발표한
소설 <Going After Cacciato (카차토를 쫓아서)>로
'베트남전을 다룬 최고의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전미도서상을 수상했습니다.
그가 1973년 출간한 글 모음집 <If I Die in a Combat
Zone, Box Me Up and Ship Me Home (내가 전장에서
죽으면, 나를 상자에 넣어 집으로 보내주)>에 실린
'The Things They Carried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은
가장 낮은 목소리로 가장 신랄하게 전쟁을 고발합니다.
그 글의 몇 문장을 대충 번역해 옮겨둡니다.
인용문 첫머리의 'They'는 군인들을 뜻합니다.
They carried all the emotional baggages of men
who might die. Grief, terror, love, longing--they were
intangibles, but the intangibles had their own mass
and specific gravity, they had tangible weight.
They carried shameful memories. They carried the
common secret of cowardice barely restrained, the
instinct to run or freeze or hide, and in many respects
this was the heaviest burden of all, for it could never
be put down, it required perfect balance and perfect
posture.
그들은 언제든 죽을 수 있는 사람들의 감정 보따리들을 가지고
다녔다. 슬픔, 공포, 사랑, 갈망--만질 수 없는 무형의 감정들이지만
그 각각의 덩어리들은 특유의 중력과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
그들은 수치스러운 기억들을 가지고 다녔다. 그들은 달아나거나
얼어붙거나 숨고자 하는 본능, 즉 간신히 누르고 있는 비겁이라는
공통적 비밀을 가지고 다녔고 그것이야말로 모든 짐 중 가장
무거운 것이었다. 그것은 결코 내려놓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균형과 가식적 태도를 요구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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