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언젠가 말하리라 (2025년 1월 4일)

divicom 2025. 1. 4. 10:35

몸은 동네에 묶어 두고 입을 닫고 살지만

눈은 세상을 봅니다. 1980년대를 2020년대에

와서 말하듯, 40년쯤 흐른 후엔 지금을 말할 수

있을까요? 물론 그땐 제 입이 사라지고 없을 테니

다른 이의 입이겠지요.

 

어제 선물받은 책에 눈 가는 글이 있어 옮겨둡니다.

원래 제목은 ' 浪吟낭음', 즉 '아무렇게나 읊다'라고

합니다.

 

이 한시를 쓴 사람은 조선 전기 문신 박수량

( 朴遂良: 1491-1554)입니다. 인용자에 따라 원문

첫머리 '口耳'가 ' 耳口'로 쓰이기도 합니다.

 

 

언젠가 말하리라

 

벙어리에 귀 먹은 지 오래지만 

여전히 두 눈만은 그대로이네.

어지럽고 어수선한 세상일들은

볼 수는 있지만 말할 순 없네.

--박동욱, <하루 한편 우리 한시>, 빅퀘스천

 

 
浪吟

口耳聾啞久(구이롱아구)
猶餘兩眼存(유여량안존)
紛紛世上事(분분세상사)
能見不能言(능견불능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