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786

'노메달' 올림픽 영웅들 (2021년 8월 6일)

이 나라에서 가장 뒤처진 건 정치권과 방송계인 것 같습니다. 마침 올림픽이 진행 중이니 '미래'에 대한 비전 없이 합종연횡과 경쟁자 헐뜯기에 바쁜 정치인들은 못 본 척하고 방송을 보며 느낀 점만 얘기합니다. 한마디로 올림픽에 관한 이 나라 텔레비전 방송국들의 수준은 부끄럽습니다. 아무리 중요한 경기라도 한국인 선수가 나오지 않으면 중계하지 않고, 한국 선수들이 나오는 게임은 온 방송사가 동시에 중계하고, 한국인 선수도 메달을 땄는가 아닌가에 따라 노골적으로 차별합니다. 그러나 올림픽 정신은 '메달'에 있지 않고 '자신을 넘어서서 신의 영역에 다다르려 하는 도전'에 있습니다. 우상혁, 우하람, 황선우... 이 진정한 올림피언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존경과 박수를 보냅니다. 경향의 눈 4등에게 보내는 갈채 차준철..

동행 2021.08.06

새벽 배송 수수께끼 (2021년 7월 27일)

매미 울음소리를 들으며 현관문을 여니 커다란 골판지 상자가 와 있습니다. 평생 처음으로 받아보는 '새벽 배송' 선물입니다. 제 힘으론 들일 수 없어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상자 얼굴의 글씨를 읽습니다. '부드러운 복숭아'입니다. 상자를 열지 않아도 복숭아 향기가 코끝을 간질이는 것 같습니다. 과대 포장이라면 질색하는 저를 위해 포장이 단순하되 신선한 복숭아를 찾아 보낸 수양딸... 저는 무엇을 했기에 혹은 무엇을 하지 않았기에 이런 홍복을 누리게 된 걸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자리에 머무는 새벽을 뚫고 저희 집 앞을 다녀간 사람... 그이에게도 감사합니다. 그이의 하루가 너무 고단하지 않기를, 그이가 너무 늦지 않은 밤 피곤한 몸을 쉴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러고보니 땀이 제 온몸을 적셔 잠자리에서 ..

동행 2021.07.27

'2020 올림픽' 개회식과 MBC TV (2021년 7월 25일)

우여곡절 끝에 일본 도쿄에서 '2020 올림픽'이 열리고 있습니다. 2020년에 열리기로 되어 있던 올림픽이 2021년 한여름에 열린다는 사실이, 이 '지구촌 축제'를 둘러싼 복잡한 사정을 보여줍니다. 지상파 3사와 몇몇 케이블 채널에서 경기를 생중계하거나 녹화했다 보여주는데, 가능한 한 MBC는 보지 않으려 합니다. 지난 23일 저녁에 열린 개회식을 중계할 때 MBC가 보인 태도 때문입니다. 당시 KBS, SBS, MBC 3사는 개회식을 생중계하며 각 나라의 대표단이 입장하면 그 나라와 대표단에 대한 소개를 자막으로 곁들였습니다. 국토의 크기와 수도, 인구, 참가 종목과 선수 등 기본적인 정보라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유독 MBC는 그 정보에 각 나라의 GDP를 표기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올림픽의 의..

동행 2021.07.25

아, BTS! (2021년 7월 23일)

아이돌 음악을 즐기진 않지만 BTS는 좋아하고, 아이돌을 꿈꾸는 소년들과 청년들이 경연을 벌이는 SBS 프로그램 '라우드(LOUD)'도 좋아합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최선을 다해 그것을 하며 그것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삶에 기여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그들에게 저 자신을 비춰봅니다. 나도 그들처럼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지... BTS와 LOUD를 보면 K-pop이 앞으로도 한동안은 세계의 음악으로 군림할 것 같습니다. BTS가 최근에 내놓은 '퍼미션 투 댄스 (Permission to Dance)'는 그런 예상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근거입니다. BTS는 그 곡에 맞추어 수어를 이용한 안무를 선보였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이와 관련해 트위터에 BTS를 찬양했다고 합니다. ..

동행 2021.07.23

문화체육관광부의 '하안거' (2021년 7월 15일)

더위는 늘 사람을 힘들게 하지만 마스크를 쓰고 살아야 하는 여름의 더위는 그 이상입니다. 올 여름 더위는 사람을 시험하는 더위, 실수를 유발하는 더위입니다. 이럴 때는 가능한 한 천천히 결정하고 실천해야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게 하고 싶은 말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8일 홈페이지에 ‘쇠퇴하는 일본, 선진국 격상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의 카드 뉴스를 게시해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국뽕’ 단체나 중학생 단체 정도가 게시할 만한 선정적이고 유치한 제목의 글입니다. ‘외교 결례’라는 지적을 받고 수정했다는데, 이건 ‘결례’가 아니고 ‘망신’입니다. 한국의 경제력은 세계 10위권이지만 정신은 ‘졸부’ 수준임을 보여주는 사례이니까요. 문체부가 국민의 더위를 가중시키는 건 이뿐만이 아닙니다. ..

동행 2021.07.15

매미와 '프링젠: Fringen (2021년 7월 13일)

그제 저녁 잠깐 매미 소리를 들으니 참 반가웠습니다. 어제 저녁에도 잠깐 매미 소리가 들렸습니다. 두 소리 모두 '매앰 맴'은 아니었지만 매미 소리가 틀림없었습니다. 울음소리가 달라도 좋으니 오늘 저녁에 또 매미 소리가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동네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동네에선 대개 7월 10일쯤 매미가 울곤 했습니다. 때로는 첫 울음소리가 며칠 늦게 들리기도 했지만, 일단 울음이 시작되면 그날부터는 계속 들렸습니다. 그런데 올여름은 이상합니다. 아주 잠깐 단말마 같은 울음소리가 들리고는 이어지지 않습니다. 매미도 기상 이변으로 인한 변화와 고통을 겪고 있는 걸까요? 사람들의 잘못으로 인한 기후와 생태계의 변화를 매미도 겪나 봅니다. 혹시 날씨를 관장하는 신이 매미 울음을 그리워하는 인간들을 벌 주기 위해 ..

동행 2021.07.13

'교양서'와 '교양 강좌'의 팩트 체크 (2021년 7월 4일)

텔레비전에서 스타 강사의 '교양 강좌'를 보거나 주변에서 추천하는 베스트셀러를 보고 실망하거나 분노할 때가 있습니다. 틀린 '팩트'를 사실인 것처럼 얘기하거나, 다섯 가지를 얘기해야 하는데 한두 가지만 얘기해서 진실을 호도하고 자신의 논리에 맞게 재단하는 걸 보면 화가 나지만, 방송국에 전화해서 문제를 삼는 대신 채널을 돌립니다. 최근에는 어떤 고명한 사람의 책과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된' 책을 소개받고 읽었다가 아주 큰 분노를 느꼈습니다. 첫 번째 책은 한마디로 '꼰대의 꼰대를 위한 꼰대짓'의 결과물이었고 두 번째 책은 '체리 피킹(cherry picking)'의 전형적 예였습니다. 그런데도 제겐 그 책들과 저자를 밝힐 용기가 없습니다. 공적 사적으로 얽힌 관계 때문이지만, 그렇다고 제가 비굴한 독..

동행 2021.07.04

이준석 현상 (2021년 6월 25일)

6.25전쟁 발발 71주년... 이 나라의 지난날을 생각합니다. 휴전이래 지금처럼 나라가 부유했던 적은 없습니다. 경제력으로는 세계 10위권을 오르내리는데 생각의 수준,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걸맞은 수준일까...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국 정당 역사상 최연소 대표가 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두고 말이 많습니다. 어떤 목사는 그에게서 '젖비린내'가 난다고 했다는데 이 대표의 나이를 문제삼는 사람들은 대개 꼰대들입니다. 이 대표에 대해 쓰여진 무수한 글들 중에서 아래의 글을 고른 이유는 무엇보다 필자가 사안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 때문인데, 또 한 가지 반가운 건 존댓말 문체입니다. 저도 전에 한국일보와 한겨레신문에 칼럼을 연재할 때 존댓말을 썼습니다. 세상읽기 이준석에게 ‘딱지’ 붙이는 정치가 위험한..

동행 2021.06.25

유상철: 위대한 선수, 위대한 인간 (2021년 6월 9일)

지난 7일 우리는 위대한 동행 유상철 선수를 잃었습니다. 그가 위대한 것은 뛰어난 축구 선수이고 감독이어서만이 아닙니다. 그는 하나의 눈만 가지고도 훌륭한 축구 선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암에 시달리면서도 투지를 잃지 않은 위대한 사람입니다. 축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로 하여금 축구 경기 생중계를 보게 했던 유상철 선수... 당신은 참으로 위대한 인간, 멋있는 남자였습니다. 삼가 명복을 비오며 시 한 편 올립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4077758 선수 유상철을 기억하는 두 가지 키워드 ‘멀티’ ‘투쟁심’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축구에서 ‘멀티 플레이어’라는 개념은 낯설었다.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에서는 빈틈이 날 때 공격에 가담하기 위..

동행 2021.06.09

근조 명지대 앞 가로수 (2021년 6월 7일)

며칠 전 명지대 정문 앞을 지나다 깜짝 놀랐습니다. 여러 십 년 자란 플라타너스들이 온데간데없고 밑둥만 남아 있었습니다. 나무도, 집도, 사람도, 아름답게 자라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만 사라짐은 순간입니다. 그 나무들과 함께 2차선 도로의 운치도 한여름 더위를 식혀주던 긴 그늘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도대체 누가, 왜, 그 나무들을 베어 버린 걸까요? 혹시 그 나무들의 무성한 잎과 가지로 인해 명지대 캠퍼스에 짓고 있는 편의시설인지 상업시설이 가려지기 때문일까요? 제가 용서하거나 미워해야 할 사람, 아니 저주해야 할 사람은 어디에 있는 누구일까요? 명지대? 서대문구청? 서울시? 그것을 알고 싶어 '120다산콜센터'에 전화했지만 통화량이 많으니 나중에 다시 걸라는 기계음만 들었습니다. 그 나무들이 도저히 ..

동행 2021.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