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786

백기완 선생님 별세 (2021년 2월 15일)

선생님, 백기완 선생님, 무슨 말씀을 드리오리까. 나라의 퇴행과 타락을 야윈 몸으로 막다 스러지신 선생님. 평생의 짐과 고통 내려놓으시고 편히 쉬소서. 선생님의 상실이 각성으로 이어지게 도와주시옵소서. 아래는 선생님의 영면을 알리는 연합뉴스 기사입니다. '더팩트' 링크를 클릭하면 선생님의 사진 연보를 볼 수 있습니다. '더팩트' 링크: https://news.v.daum.net/v/20210215105054451 '임을 위한 행진곡' 백기완 선생 영면..향년 89세(종합) 정성조 입력 2021. 02. 15. 08:04 수정 2021. 02. 15. 10:16 댓글 4103개 한국 진보운동 '큰 어른'..1987년 대선서 민중후보 출마 1992년 대선 이후 통일문제연구소 세워 통일운동에 헌신 통일운동가 ..

동행 2021.02.15

'카카오톡' 김범수 의장과 ‘What is Success?’ (2021년 2월 13일)

지난 8일, 국내 최대 모바일 플랫폼 ‘카카오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인 김범수(55) 씨가 5조 원이 넘는,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발표해 많은 사람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그는 ‘사회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부를 결정했다고 합니다. 중앙일보에 실린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그는 미국 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의 『무엇이 성공인가』라는 시를 자주 읽으며, 이 시의 구절처럼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를 카카오톡 상태메시지로 쓴다고 합니다. 저는 대학 일학년 때 에머슨 (Ralph Waldo Emerson: 1803-1882)을 비롯한 초월주의 시인들을 만났고, 그들 덕에 숱한 자살 충동을 이겨내며 지금껏 살고 있습니다. 아래에 에머슨의 ‘무엇이 성..

동행 2021.02.13

그때 그 사람: 조지 슐츠 (2021년 2월 9일)

어떤 사람에겐 의미 없는 이름이 어떤 사람에겐 타임머신입니다. 오늘 아침 신문에서 본 이름, 조지 슐츠 (George P. Shultz) 덕에 잠시 1980년대 중반을 다녀왔습니다. 제가 코리아타임즈 정치부 기자로서 외무부 (현 외교부)를 출입하던 시절입니다. 그때는 전두환 씨가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를 때라 그이가 좋아하는 기사 말고는 기사를 쓸 수가 없었습니다. 요즘처럼 언론의 자유가 무제한으로 주어지는 시대에선 상상하기도 힘들겠지만, 대통령이나 정권을 비판하는 기사는 생각하기조차 어려웠고 특히 정치나 외교 기사는 청와대에서 쓰라고 하는 것만 쓸 수 있었습니다. 언론 통폐합이 이미 이루어진 후라 외무부 기자실에는 기자가 열한 명뿐이었습니다. 국문 신문, 영자 신문, 방송 몇 개, 그리고 연합통신. 전국..

동행 2021.02.09

같은 끝, 좋은 끝 (2021년 2월 6일)

입춘인 3일 밤 옥상에서 펑펑 내리는 눈을 맞으며 눈사람을 만들어 집으로 안고 왔습니다. 눈사람을 만들며 눈사람의 생애가 사람의 생애와 다르지 않구나 생각했습니다. 처음엔 잘 뭉쳐지지 않았지만 계속 만지니 쉽게 부서지지 않는 작은 덩어리가 되었고, 일단 덩어리가 되니 그 다음에 키우기는 별로 어렵지 않았습니다. 베란다의 둥근 화분 받침을 기단 삼아 눈사람을 앉히고 활짝 피었다 시든 후 돌돌 말려 떨어진 덴마크 무궁화 꽃잎으로 눈썹을 만들고, 조그만 돌로 눈을, 귤 껍질로 코를 만들었습니다. 눈사람은 나면서부터 묵언 중이니 입은 필요할 것 같지 않았는데 코 아래 자연스레 주름이 생겨 입처럼 보였습니다. 그렇게 계속 제라늄 옆에서 천리향 향기를 맡을 것 같더니 어느 순간 눈사람이 앉은 자리에 그대로 누웠습니..

동행 2021.02.06

생각을 바꾼다는 것 (2021년 1월 26일)

생각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사람이나 사건에 대한 생각을 바꾸기도 어렵지만 자신이 믿고 추구하는 사상이나 이념을 바꾸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물론 이익을 무엇보다 우선순위에 두는 사람에게는 생각을 바꾸는 것도 어렵지 않겠지요. 이익이 그의 사상이고 실천일 테니까요. 비전향장기수들은 사상을 바꾸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스스로 힘든 길을 선택한 순교자 같은 사람들입니다. 오늘 새벽 그 중 한 분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박종린 선생. 중국 훈춘에서 14년. 평양에서 13년. 남한에서 62년... 선생의 89년 힘겹고 외로웠을 생애를 위로하며 삼가 명복을 빕니다. 딸에게 보내는 아버지의 부고, 비전향장기수 박종린 선생 타계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비전향 장기수 박종린 선생이 2..

동행 2021.01.26

'팔' 이식에 성공한 외과 의사들 (2021년 1월 23일)

요즘 '의사'라고 하면 '의사 선생님'보다 '의사 사장님'을 떠올리는 일이 흔한데, 엊그제 '의사는 역시 선생님'임을 증명하는 의사들을 보았습니다. 사고로 팔꿈치 아랫 부분이 절단된 사람에게 뇌사자의 팔을 이식한 의사들입니다. 이 어려운 수술을 성공적으로 해낸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수부이식팀의 성형외과의 홍정원 씨, 정형외과의 최윤락 씨, 이식외과의 주동진 씨와 간호사들을 비롯한 모든 팀원들에게 깊은 감사와 큰 박수를 보냅니다. 손·팔 이식법 개정 후 처음 뇌사자 팔 이식 성공 손과 팔 이식이 2018년부터 법적으로 허용된 뒤 처음으로 작업 도중 사고로 오른팔이 절단된 남성의 팔 이식 수술이 성공했다. 홍정원(성형외과)ㆍ최윤락(정형외과)ㆍ주동진(이식외과)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수부이식팀은 뇌사 기..

동행 2021.01.23

KBS 신년음악회 유감 (2021년 1월 18일)

어제 저녁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KBS 신년음악회를 감상했습니다. 비록 처음부터 보진 못했지만 트로트 일색이던 방송 프로그램에서 오랜만에 클래식음악을 접하니 참 반가웠습니다. 트로트 중에도 좋아하는 곡들이 있고 토로트 가수 중에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지만 온 방송국이 트로트 일변도로 돌아 피곤하던 차였습니다. KBS교향악단은 손꼽히는 실력의 악단이지만 한동안 연주회엘 가지 못했는데, 텔레비전으로나마 접하니 좋았습니다. 관악기를 제외한 모든 악기 연주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연주하고 관악기 주자들 사이엔 침방울 퍼짐 방지용으로 보이는 투명 아크릴 판이 있었습니다. 연습 또한 마스크를 쓰고 했을 테니, 이번 연주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땀과 고생의 결과였으리라 생각합니다. 지휘자를 비롯한 모든 연주자들에게 깊이 감..

동행 2021.01.18

공성훈 작가의 별세를 애도함 (2021년 1월 17일)

공성훈 작가의 이름을 처음 들은 건 인디뮤지션 지미 스트레인에게서였습니다. 그림을 좋아하고 직접 그리기도 하는 지미가 우연히 들른 전시회에서 공 작가를 '발견'하고 큰 반가움과 기쁨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지미의 말을 들으며 언젠가 공 작가와 그가 함께 작업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부박한 시대와 상관없이 생의 본질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니 둘이 함께 하는 작품이 기대되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11일, 공 작가가 별세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1965년 생이니 제 막내동생보다도 젊은 나이인데... 이 뛰어난 화가의 이른 귀천이 참으로 마음 아프고 그로 인해 이루어지지 못한 공 작가와 지미 스트레인의 협업이 안타깝습니다. 삼가 공 작가의 명복을 빌며 그의 가족과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동행 2021.01.17

코로나19 백신과 ‘콘스탄트 가드너’ (2020년 12월 14일)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었으니 이젠 코로나 전쟁도 끝이 보인다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아직 백신의 안정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안정성’이 확인되려면 충분한 임상실험을 거쳐야 하는데 아직 충분한 실험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어젯밤 우연히 집에서 ‘콘스탄트 가드너 (The Constant Gardner)’라는 제목의 영화를 보기 시작할 때는 그 영화가 백신에 관련된 영화인 줄도 몰랐고 이렇게 여운이 길 줄도 몰랐습니다. ‘콘스탄트 가드너’는 영화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The Spy Who Came in from the Cold)’의 원작자인 영국 작가 존 러 캐레이 (존 르 카레: John le Carré)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랄프..

동행 2020.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