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785

윤석열, 윤서결, 윤성녈 (2022년 3월 13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곧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꾸린다고 합니다.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후보자들을 지명해 대통령직 승계 준비를 하는 것이지요. 인수위원회 구성원들을 발표할 때 잊지 말고 한 가지 사항을 정리해 주길 바랍니다. 바로 당선자의 이름을 어떻게 발음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국내외 방송사들, 심지어는 한 방송사의 다른 기자들이 '윤석열'을 다르게 발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부분은 '윤성녈'이라고 발음하지만 어떤 출연자들은 '윤서결'이라고 발음합니다. 위키백과에는 '표준 발음 윤서결'이라고 나와 있는데, 당선자 자신이 당선 전 SBS의 '집사부일체'에 출연했을 땐 자신의 이름을 '윤성녈'이라고 발음했습니다. 국어사전엔 어떻게 나와 있는지 알고 싶어 '석열'을 찾아보니 그런 단어는 없습니다. 발음이 비슷..

동행 2022.03.13

문체부와 국립국어원의 직무 유기 (2022년 3월 5일)

요즘 언론에 회자되는 용어들을 듣다 보면 한국어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외국어가 외래어로 자리잡는 과정도 없이 바로 쓰이니까요. '메타버스' '알이백' '이유택소노미'... 국어학자들은 뭘 하는 걸까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뭘 하고 있을까요? 시대의 변화로 인해 새롭게 사용되는 외국어를 대체할 한국어 표현을 왜 만들어 내지 않는 걸까요? 왜 텔레비전 화면의 자막과 대통령선거 선전물, 정부와 지자체 홍보물에 쓰이는 '티읏'은 'ㅌ' 이 아닌, 'ㄷ' 위에 'ㅡ'을 얹은 이상한 모양이 쓰이는 걸까요?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왜 정확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아나운서는 드문 걸까요? '한류' 덕에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의 수는 급격히 늘고 있는데 한국어를 바르게 사용..

동행 2022.03.05

아흔셋의 유권자, 그리고 킹메이커 (2022년 3월 2일)

오랜만에 집 아닌 식당에서 어머니를 만납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어머니가 대통령선거 얘기를 꺼내십니다. "이렇게 시끄러운 선거는 평생 처음이야"라고 하십니다. 저는 '이렇게 천박한 후보들이 설치는 선거는 처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는 여론조사에서 1, 2 등을 하는 후보 중 한 사람은 너무 시끄러워서 찍지 않겠다고 하시며 몇 마디 더 보태십니다. 제가 보기엔 두 후보가 똑같이 시끄러운데... 아무래도 주변의 누군가가 어머니의 선택에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아흔셋이 되시며 부쩍 힘들어 하시니 안쓰럽기도 하고 코로나 -오미크론도 걱정되어 투표장에 가지 않으시면 어떠냐고 하니 그게 무슨 소리냐며 꼭 투표하겠다고 하십니다. 아무리봐도 후보들에 대해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나이 고하를 막..

동행 2022.03.02

哭 이어령 선생 (2022년 2월 28일)

(동아일보 사진)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220227/112059386/1 https://www.donga.com/news/People/article/all/20220228/112069043/1 2022년 2월 26일 한국에서 가장 품격 있는 도서관이 사라졌습니다. 가장 빛나던 등대가 바다와 한몸이 되었습니다. 세계는 그의 부재만큼 더 무지하고 어두운 곳이 되었습니다. 哭 이어령! (1934, 1, 15 - 2020, 2, 26). 선생님, 저희를 조롱하소서... 저희를 동정하소서... https://blog.daum.net/futureishere/2526

동행 2022.02.28

종교가 권력을 만날 때 (2022년 2월 19일)

종교가 권력을 만나는 일은 잉크가 물을 만나는 일. 잉크가 물에 떨어지면 잉크는 사라지고 맑지 않은 물만 남습니다. 자신의 직분을 잊은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시끄럽고, 모든 가치가 '돈과 권력'으로 귀결되는 사회는 천박합니다. 건망증이 깊어지면 자신의 건먕증마저 잊게 됩니다. 천박한 사람의 특징은 자신의 천박함을 모른다는 겁니다. 그래도 애국심 넘치는 국민들은 이 나라를 이렇게 정의하는 걸 싫어하겠지요? '대한민국: 건망증 말기 환자들과 권력과 돈 욕심에 찌든 졸부들의 놀이터'. 김택근의 묵언 종교계의 위없는 실세들 김택근 시인·작가 종교인들이 대통령선거판을 휘젓고 있다. 세속으로 내려와 특정 진영과 거래를 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교회와 사찰이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할 수도 있겠다. 종교와 권력이 ..

동행 2022.02.19

헬렌 켈러: '삼일간 볼 수 있다면' (2022년 2월 11일)

글을 읽으며 부끄러움이나 슬픔을 느끼는 일이 가끔 있습니다. 요즘 읽은 글 중엔 헬렌 켈러 (1880-1968)의 글이 그랬는데, 그 글은 에 실린 짧은 에세이 'Three Days to See'로, 그가 1933년에 쓴 것입니다. 생후 19개월에 열병을 앓고 시력과 청력 모두를 잃은 켈러가 '3일간 볼 수 있게 된다면' 그 시간에 무엇을 할까 생각하며 자신이 겪고 있는 장애와 비장애인들에 대해 쓴 글입니다. 3일 동안 볼 수 있다면 첫날은 자신을 지도해 준 앤 설리번 선생을 찬찬히 본 후 자연을 보고, 둘째 날엔 자연사박물관과 미술관에 가고, 셋째 날엔 음악회와 영화관에 가고 싶다고 쓰여 있습니다. 글을 읽다 보면 그의 지적인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기적 자체인 사람... 글이 있어 그와 동행할..

동행 2022.02.11

카타르 월드컵과 인권 (2022년 2월 9일)

요즘 텔레비전을 보면 베이징 동계 올림픽 중계가 한창입니다. 베이징 올림픽은 100퍼센트 인공눈 위에서 치러지는 최초의 올림픽입니다. 이 인공눈을 만드는 데 4천900만 갤런(1억8천549만L)의 물이 필요하며 이 물은 1억명이 하루 동안 마실 수 있는 양이라고 합니다. 올림픽 못지않게 축구팬들을 열광시키는 월드컵이 세계와 지구에 미치는 영향 또한 지대합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게 되었으며 앞서 이런 기록을 세운 국가는 5개 국뿐이라고 합니다. 올림픽, 월드컵... 세계 무대에서 겨루는 선수들 개개인에게 박수를 보내면서도 이 '축제'는 과연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것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누군가, 무엇인가를 빛나게 하기 위해 희생된 사람들과 자연 때문입니다. 시선 카타르 월..

동행 2022.02.09

오래된 수틀 -- 나희덕 (2022년 2월 6일)

쪽파나 알무(표준어: 총각무)를 다듬거나 구멍 난 양말을 기울 때면 바하나 모차르트, 베토벤의 음악을 틀어 놓습니다. 그러면 노동의 시간이 음악 감상 시간이 되어 어깨 아픈 것도 허리 아픈 것도 모릅니다. 수를 놓을 땐 어떨까요? 그때도 음악을 틀어 놓는 게 좋을까요? 아니, 그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수를 놓는 것은 힘들어도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시간이고 창조의 시간은 단순 노동의 시간과는 다를 테니까요. 아래 작품과 시는 일러스트포잇 김수자 씨의 '시시한 그림일기'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우리의 나날도 이 작품처럼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맨 아래 글은 김수자 씨의 글입니다. 시 한편 그림 한장 오래된 수틀 - 나희덕 illustpoet ・ 2017. 3. 3. 18:39 URL 복사 이웃추가 캔버스에..

동행 2022.02.06

백남준의 '다다익선' (2022년 1월 21일)

어제는 '대한(大寒).' 이로써 2021년 신축년(辛丑年)의 24 절기가 모두 지나갔고, 2월 1일 설날부터 임인년 (壬寅年)이 시작됩니다. 절기의 문을 여는 '입춘(立春)'이 2월 4일이니 봄이 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019년 12월 인류를 찾아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떠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삼년 째 머물고 있습니다. 모이기 좋아하던 사람들이 홀로 있기를 강요당하고 돌아다니기 좋아하던 사람들은 발이 묶였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 더 이상 유용한 가치가 아니라며 '소소익선(少少益善)'을 강조합니다. 비디오아트의 아버지로 불리는 백남준 씨(1932-2006)가 이 팬데믹 세상에서 작업 중이었다면 '다다익선'과 다른 작품으로 인류의 미래를 보여 주었을 것 같습니다. 2018..

동행 2022.01.21

노년일기 101: 금쪽같은 내 새끼 (2022년 1월 15일)

사과를 먹지만 사과를 모릅니다. 지구에 살지만 지구를 모릅니다. 미샤 마이스키의 연주를 좋아하지만 마이스키도 첼로도 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무엇을 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 그 중에서도 알기 어려운 건 자신입니다. 어린 시절 저는 여자들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할머니와 어머니의 투쟁에 시달린 탓이었다는 걸 훗날에야 알았습니다. 저는 가급적 여럿이 모이는 자리나 시끄러운 곳을 피하는데 어린 시절 좁은 집에서 오 형제가 복대기며 자란 탓이 클 겁니다. 저 자신을 잘 알진 못했지만 제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건 알았습니다. 그래서 결혼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제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타인과 한 집에서 산다는 건 마이너스에 마이너스를 얹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때로 상황은 의지를 압도합니..

동행 2022.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