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상순은 제게 만남의 날들입니다. 젊은 친구들,
함께 익어가는 친구들, 직접 보기도 하고 목소리로
만나기도 하면서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 세상'을
노래합니다. 어린이들이 보기엔 늙은 사람이지만
우주의 눈으로 보면 저도 어린이입니다.
'상순'은 1일부터 10일까지를 일컫는데, MZ세대
친구 중엔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제 또래들은
'상순'은 알아도 MZ들이 쓰는 말은 모르는 일이
많습니다. 모르는 마음을 알려고 하는 게 사랑이듯,
모르는 말을 알려고 하는 것도 사랑일 겁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넷에서 오랜만에 임의진 목사님의 글을 만났습니다.
사랑을 나르는 암호 같은 말들, 알고 싶을 분들을 위해
옮겨둡니다. 지난 4월 29일 경향신문의 '임의진의
시골편지'에 실린 글입니다. 맨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원문을 볼 수 있습니다.
우야돈동

문주란의 노래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는 “밤하늘에 별도 달도 따주마 미더운
약속을 하더니…” 다음 가사는 ‘삑~ 땡~’ 안 들어도 훤한, 아니라는 소리다. 그래도
늑대들은 구애하며 미더운 약속을 남발한다. 모리 요코의 그림책을 읽었는데
<어느 별의 기차>란 책, 늑대 승객들은 보름달이 뜨자 노래가 절로 나와. “아우우,
아우우, 아우우우~” 외롭고 적적해서, 아니면 본능적으로 ‘아우우 아우우’ 노래를
부른다. 매정한 보름달은 며칠 그러다가 구름 속에 슬쩍 숨지.
이 동네는 처자를 가리켜 ‘가스나그’라 하는데, 보통 가시내라 불러. 가시란 옛말에
‘꽃’이란다. ‘나’라는 말은 집단, 무리를 뜻하는데, 그러니까 ‘꽃무리’가 된다. 남자는
‘머스마그’라 해. 보통은 머시매. 부인을 아내, 남편을 바데라 했는데, 바데 말고
버시로도 썼대. 그래서 지아비 지어미를 가리켜 ‘가시버시’라 불렀지. 요샌 안 쓰는
말이나 예쁜 우리말이다.
도박단도 부부도박단을 이길 수 없어. 둘이 뭉치면 힘이 세지. 밤바람이 차가운 날
멀리서 온 친구 부부를 만났다. 착한 가시버시 경상도 친구는 내게 물었다. “우예사노?”
“우예살기는. 그냥 막 살지.” “여풀떼기(부인)는…” 먹고살기 바쁜 인생, 하나 마나 한
소리를 했다. 그이 아내가 눈화장을 애써 고치는 것 같덩만 갑자기 시꺼먼 선글라스를
낀다. 재밌어서 씩~ 미소. 세상은 눈부시게 아름답고 이해불가로 캄캄하게 굴러가지.
“우야돈동(어찌 되었든) 잘 있그래이~” 하면서 그들 가시버시가 밥 묵고 떠났다.
구청마다 동이 있는데, 내가 사는 집은 ‘우야돈동’의 몇 번지면 좋겠구나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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