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에 가속이 붙어 빌빌대는 엄마를 본 아이가
엄마를 끌고 평소엔 비싸서 안 가고 못 가는 스타벅스에
갑니다. 집에서 가까운 ㅁ대학교 앞 스타벅스엔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빈 자리는 출입문 들어서자마자 오른쪽 구석에 있는
세 테이블뿐입니다. 아이가 커피를 사러 간 사이
제 오른쪽 2인석 자리에 여학생 두 명이 와 앉는데,
그중 한 사람의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귀가 얼얼합니다.
아이가 커피를 가지고 오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다행히 옆자리 여학생 중 한 사람이 자리를 뜨고 목소리
큰 여학생만 남습니다. 목소리가 아무리 커도 혼자 떠들순
없는지 조용합니다. 여학생은 모니터 두 개를 꺼내 놓고
뭔가를 입력하기 시작합니다. 자기 방에서 하듯 편안해 보입니다.
아이가 커피 두 잔과 파이 한 봉지를 사들고 옵니다.
기운이 없어서일까요? 오랜만에 먹는 심장 모양 파이가
참 맛있습니다. 훌륭한 어머니는 맛있는 걸 아이에게
양보하겠지만, 저는 파이의 4분의 3을 먹어치웁니다.
아이가 '배도 나온 엄마가 많이도 드시네' 하지 않고
"엄마가 힘드셔서 그래요" 하니 고맙습니다.
그런데 오른쪽 여학생은 음료도 파이도 아무 것도
주문하지 않고 열심히 모니터만 들여다봅니다. 태도로
보아서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지도 않은데... 혹시
늘 이 구석진 자리, 직원들이 볼 수 없는 곳에 앉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가는 사람일까요? 정말 그렇다면,
이 사람은 이 카페의 공간을 훔쳐 쓰는 사람입니다.
문득 대학 시절 존경하던 총장 선생님이 하시던 말씀이
떠오릅니다. "떳떳한 사람이 되세요!" 만일 오른쪽 여학생이
누군가를 기다린 후 함께 식음료를 사 먹는다면 몰라도,
그냥 혼자 냉방되는 실내에서 무료로 와이파이를 쓰다
가는 사람이라면, 결코 '떳떳한 사람'은 아닐 겁니다.
게다가 친구가 떠나기 전 이 사람이 얼마나 큰 소리로
떠들었던가 생각하면...
가끔 카페에서 식음료를 사지 않고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러느냐, 어차피 냉방하는 카페인데 몇 사람 더 있은들
어떠냐고 자못 너그럽게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카페 운영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그들을
속이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돈을 내고 식음료를 사서
먹음으로써 카페가 운영되도록 하는 고객들의 돈을 훔치는
행위입니다. 스타벅스든 어디든, 그곳의 식음료를 사 먹을
생각이 없을 때에는 그곳에 가지 않는 게 옳습니다.
오늘 낮 기온이 31도였으니 앞으로 더위를 피해 카페에 가는
사람의 수가 늘어날 겁니다.그들 중에 자신이 사 먹을 수
없는, 혹은 사 먹지 않을 식음료를 파는 카페에 들어 앉아
시원함을 즐기는 '도둑' 손님은 없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가 사는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입니다. 공간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돈을 내야 합니다.
돈을 내고 싶지 않으면 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공원 같은
시설을 이용하면 됩니다. 스타벅스에서 돈을 쓰기 싫거나
쓸 돈이 없을 때에는 스타벅스에 가지 말아야 합니다. 공간
이용료를 지불하지 않으면서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면
돈을 내고 정정당당하게 이용하는 사람이 피해를 입게 됩니다.
대학생이든 고등학생이든 직장인이든 나이가 많든 적든
건강한 사람이든 아픈 사람이든, 카페를 이용하려면 소정의
이용료를 내야 합니다. 요금을 내기 싫거나 낼 수 없을 땐 가지
말아야 합니다. 오래 전 총장 선생님이 강조하시던 '당당한 삶'을
사는 건 이렇게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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