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의 토마토 나무에 다섯 개의 열매가 열린 건
한겨울이었습니다. 손톱만한 열매를 처음 보았을 땐
방울토마토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겨울 햇살도 햇살이라 열매가 자꾸 커졌습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난 방울토마토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몸은 자랐지만 빛깔은 짙푸른 채 변하지 않았습니다.
몸집이 커지는 데는 햇살로 족하지만, 몸이 익는 데는
햇살의 온도가 중요한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겨울 날씨와 봄 날씨가 엎치락뒤치락하더니
한낮엔 봄에 여름 몇 방울이 섞인 듯 더워졌습니다.
그러더니 대번에 토마토의 색깔이 달라졌습니다.
푸름에 붉음이 섞이기 시작한 겁니다.
창밖에 눈 내리는 날 짙푸른 토마토를 보면
안쓰러웠는데, 푸름과 붉음이 보기 좋은 모습을
보면 대견합니다. 오늘 같은 날씨가 며칠 계속되면
푸른 열매들이 모두 붉게 익을 겁니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의 눈엔 모든 게 거울인가 봅니다.
익어가는 토마토 얼굴에 제가 보입니다. 머리는 하얗지만
저는 아직 철없는 겨울 토마토입니다. 토마토를 익게
하는 온도처럼, 저를 아름답게 익게 하는 것이 있을 겁니다.
그것을 찾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