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일기 252: 토마토 거울 (2025년 3월 22일)

divicom 2025. 3. 22. 17:36

창가의 토마토 나무에 다섯 개의 열매가 열린 건

한겨울이었습니다. 손톱만한 열매를 처음 보았을 땐

방울토마토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겨울 햇살도 햇살이라 열매가 자꾸 커졌습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난 방울토마토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몸은 자랐지만 빛깔은 짙푸른 채 변하지 않았습니다.

몸집이 커지는 데는 햇살로 족하지만, 몸이 익는 데는

햇살의 온도가 중요한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겨울 날씨와 봄 날씨가 엎치락뒤치락하더니

한낮엔 봄에 여름 몇 방울이 섞인 듯 더워졌습니다.

그러더니 대번에 토마토의 색깔이 달라졌습니다.

푸름에 붉음이 섞이기 시작한 겁니다.  

 

창밖에 눈 내리는 날 짙푸른 토마토를 보면

안쓰러웠는데, 푸름과 붉음이 보기 좋은 모습을

보면 대견합니다. 오늘 같은 날씨가 며칠 계속되면

푸른 열매들이 모두 붉게 익을 겁니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의 눈엔 모든 게 거울인가 봅니다.

익어가는 토마토 얼굴에 제가 보입니다. 머리는 하얗지만

저는 아직 철없는 겨울 토마토입니다. 토마토를 익게

하는 온도처럼, 저를 아름답게 익게 하는 것이 있을 겁니다.

그것을 찾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