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일기 251: 즐거운 취미 활동 (2025년 3월 12일)

divicom 2025. 3. 12. 10:49

취미는 전문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

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독서를 취미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노래 부르기가 취미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여행이 취미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제 취미는

김치 담그기입니다.

 

직장생활을 오래했지만, 김치는 선물로 받았을 때를

빼고는 거의 항상 담가 먹었습니다.  '아니, 김치 담그기가

얼마나 힘든데 그게 취미라니요?'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사실입니다.

 

어떤 일이 힘든 건 그 일이 힘에 부칠 때입니다.

저는 김치를 힘에 부치게 '전문적으로' 담그지 않고

조금씩 재미를 느낄 만큼씩만 담급니다. 어여쁜 배추를

한두 포기 사거나 올망졸망 귀여운 총각무 (알타리무)

두어 다발, 오이 한두 봉을 사서 담급니다. 물론 김장할 땐

좀 더 많은 양을 하지만, 그래 봤자 배추 세 통, 무 세 다발

하는 식입니다.  너무 힘들면 다신 하고 싶지 않을 테니까요. 

 

가능하면 재료 맛을 살리고 싶어 슴슴하게 절여서

담급니다. 생강과 마늘은 꼭 넣지만 다른 재료들은 그때

그때 값을 보아 결정합니다.

 

요즘처럼 쪽파와 부추가 비쌀 때는 대파와 양파를 주로

사용합니다. 설탕은 넣지 않고 세일하는 배를 조금 넣거나

매실청이나 꿀을 조금 섞습니다. 지금처럼 봄 낸새가 나는

계절엔 식초도 조금 넣어줍니다. 보통은 고춧가루를 넣어

빨간 김치를 담그지만, 붉은 빛깔 반찬이 많을 때는

고춧가루를 넣지 않고 하얗게 담급니다. 

 

제가 김치 담그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시간의 마술

때문입니다. 싱싱하고 예쁘던 채소가 시간의 흐름 덕에

맛있는 김치가 되는 게 참 신기합니다. 가족들이 김치가

맛있다고 칭찬하면, 시간에게 미안해서 '아니야, 대충했는데,

시간 덕에 맛있는 거야'라고 진실을 밝힙니다.

 

술을 만드는 사람들과 장을 담그는 사람들도 시간의

마술을 경험하겠지만, 채소를 좋아하는 제겐 김치 담그기가

제일입니다. 

 

김치를 사서 먹으면 시간의 마술을 즐겁게 경험할 기회가

드물 겁니다. 팽팽하던 피부가 조글조글해지고 날씬하던

몸매가 두툼해지는 데서도 경험할 수는 있지만, 거기엔

창조의 기쁨이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