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 그리고 고요한 죽음>은 제가 좋아하는 책의
제목이며 지구인 모두의 염원입니다. 한국일보 최문선
논설위원이 이 염원을 주제로 홍성남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을
인터뷰한 기사를 보았습니다. 기사가 길어 일부만 옮겨둡니다.
맨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기사 원문과 홍 신부님의 얼굴을 볼
수 있습니다.
홍성남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신부 인터뷰
가톨릭 신부이면서도 "하느님보다 사람에게 관심이 더 많다"는 사람.
"'하느님, 제가 무엇을 할까요?' 물었더니 '사람들 행복하게 해주라'는
응답이 돌아왔다"며, "그 후로 하느님 걱정 대신 사람 걱정을 하며
살아왔다"는 사람. 홍성남 마태오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신부다.
(중략)
Q. 장례미사를 수백 건 집전하셨다고요. 가까이에서 본 죽음이란
어떤 것이던가요.
"다양한 모습의 죽음을 만나다 보면 '정말로 잘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답니다. 달동네 본당 신부로 있을 때 만난 할머니 장례식을 종종
떠올립니다. 전신이 마비된 가난한 분이었는데, 생전에 집에 가서
기도해 드릴 때마다 머리맡 유선전화가 계속 울리더라고요. '거동도
어려운 분에게 무슨 전화가 이렇게 많이 오나' 싶었는데, 장례식에서
의문이 풀렸습니다. 성당이 터질 만큼 조문객이 많았어요. 고인은
누워서 전화상담을 하셨더군요. 고인에게 깊은 위로를 받은 분들이
전부 찾아온 겁니다. 마음이 사람들을 불러 모은 거죠.
종교가 말하는 부활이란 그저 다시 살아나는 게 아닙니다. 죽은 뒤에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은 게 진정한 부활이에요. 사람에 대한
진짜 평가는 죽은 뒤에 이뤄집니다. 좋은 삶인지 아닌지는 남은
사람들이 판단하는 거예요. 죽은 뒤에도 마음에서 떠나보내지 못하고
다시 살아나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다면, 가장 좋은 삶을 산 사람입니다.
그 아래는 '죽어서 안타깝다'는 반응이 뒤따르는 삶, 그 아래는 '그 사람
아직도 안 죽었대?' 하는 얘기를 듣는 삶입니다 최악의 삶은 뭘까요.
'그 사람 절대 다시 살아나선 안 된다'고 사람들이 입 모아 말하는
삶이에요. 독재자 무덤에 소금을 뿌리고, 무덤을 만들지도 못하게 하는
이유죠."
(중략)
Q. 자살은 종교의 절대 죄악입니다. 가톨릭교회를 비롯해 자살률을
낮추려는 노력을 많이 하는데도 소용이 없습니다.
"자살 방지를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사람입니다. 일본에선 지진 대비를
위해 집 주변에 대나무를 많이 심는다고 해요. 서로 촘촘히 엮인 뿌리가
집을 지탱한다네요. 뿌리의 일을 사람이 사람에게 해야 합니다. 마음이
흔들릴 때 연결된 관계가 있으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어요. 의지할 사람도,
마음 털어놓을 공동체도 없이 혼자 버티다 무너지는 사람들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사람에겐 사람이 필요해요. 사람은 사람에게 가장 좋은
보약인데, 그걸 몰라요."
Q. 존엄사 법제화 등을 통해 죽음의 자기결정권을 찾아줘야 한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크지만, 종교계 반대가 걸림돌입니다.
"'끝까지 살아야 한다'고 종교가 주장한다면, 그에 따른 책임도 함께
져야 합니다. 늙고 아픈 사람이 끝까지 살 수 있도록 비용과 돌봄 부담을
져야죠. 돈을 내서 무료 병원이나 시설을 만들든지요. 왜 말로만 개입합니까.
존엄사는 아직은 가진 사람들 관심사예요. 없는 사람들의 중대재해
사망에는 왜 종교가 침묵하나요. 전쟁 때문에 죽어나가는 무고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떻고요. 존엄사나 낙태 반대가 생명을 지키려는 의도라면,
그런 비극에도 일관되게 목소리를 내야죠. 종교계 반대 때문에 불필요한
고통을 연장하는 분들이 종교인에게 책임을 물어도 할 말이 없어요."
Q. 고통 없는 존엄한 죽음을 스스로 결정하기를 누구나 원하지만,
가족에게 민폐가 될까 봐, 도리를 다하지 못했다는 시선을 받을까 봐
눈치를 보게 됩니다.
"죽는 순간까지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하는 게 맞습니다. 당사자가 행복하게,
편안하게 가는 게 중요하지요. 천상병 시인이 삶을 소풍에 빗댔죠. 그런
마음으로 세상을 떠나는 게 진정한 의미의 존엄사입니다. 병원 돈 벌게
해주느라, 가족 체면 세워주느라 주삿바늘 잔뜩 꽂은 채로 누워 있는 데서
무슨 존엄을 찾을 수 있나요. 좋은 삶, 좋은 죽음을 바란다면, 살아 있을 때
사람들 마음 다독여 주고 가진 것 서로 나누세요. 돈이 들지도 않아요.
아까 얘기한 달동네 할머니처럼, 전화 한 통이면 되는 거예요."
홍 신부가 꼽은 '행복의 요건'에 하느님 없는 이유
"신이 우리에게 바라는 건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는 홍성남 신부에게
'행복한 삶을 위해 필요한 다섯 가지'를 꼽아달라고 청했다.
▦사람: "사람이 제일 중요해요. 미국의 어떤 마을에 비만인 주민이
많았는데, 아픈 사람이 없었어요. 사이가 좋아서 자주 만났거든요.
동네 재개발로 돈이 흘러들어오자 싸움이 생기고 교류가 끊겼어요.
그때부터 아픈 사람이 나왔다네요."
▦건강: “건강을 잃으면 다 소용없죠. 자동차는 돈 들여서 애지중지
관리하면서, 왜 자기 몸엔 술, 담배 같은 나쁜 것을 쑤셔넣나요?
우리는 우리 몸의 관리인이지 주인이 아니에요. 오래, 잘 쓰다가 반납할
생각으로 건강을 돌보세요."
▦돈: "돈은 비유하자면 혈액이에요. 몸을 움직이고 뭔가를 하려면
돈이 필요하죠. 어떤 돈은 목숨을 살리기도 하고요. 돈은 그냥 돈이에요.
쓰임새가 중요하죠. "돈 얘기는 불경하다’고 하는 사람 마음 안에 돈
욕심이 있는 겁니다."
▦공부: "지식만 쌓는 공부가 아니라 편견, 무지를 깨는 공부가 필요해요.
삶이란, 사회란, 마음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묻고 답을 구해야 합니다.
'나는 다 안다'는 교만은 위험해요. 스스로 신이라는 건가요? '나는 아직
잘 모른다'는 겸손을 유지하세요."
▦놀이: "어느 재개발 지역 본당 사목을 하면서 엄청 고통스러웠는데,
무사히 마친 건 매일 노는 시간을 정해 두고 몸과 마음의 긴장을 푼
덕분입니다. 종일 고생한 뇌를 쉬게 하는 게 놀이입니다. 노는 것에
죄책감 갖지 마세요."
다섯 가지 중에 '하느님'도, '신앙'도 없었다. 홍 신부는 말했다.
"제가 사람들 행복하게 해주면, 사람들은 '저 사람 누군데 이런 걸 해 주지?'
궁금해하겠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제 뒤에 있는 하느님을 보겠죠.
제가 말하지 않아도요. 그게 진짜죠."
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71515530001963?dtypecode=pancode_opin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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