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이 주고받는 연서와 부부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좀
다른 듯합니다. 대개 남편들은 아내에게 사랑 고백하기를
쑥스러워하지만,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아내들이 남편의 고백에
더 크게 감동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노인들이 자주 나오는 TV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사회자들이 늙은
남편을 부추겨 아내에게 사랑 고백을 하게 하는 일이 있습니다.
남편이 하는 수 없이 서툴게 고백해도 '이런 말은 평생 처음 듣는다'며
눈시울을 적시는 늙은 아내들이 흔합니다. 그렇게 늙기 전에,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 사랑을 표현했으면, 아내가 조금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다산 정약용은 유배 중이던 1806년 어느 날 꿈 속에서 아내 홍헤완을
만난 후 사랑을 고백하는 시, '꿈 속의 아내에게'를 썼는데 두 사람은
그 해 결혼 30주년을 맞았다고 합니다.
하룻밤에 지는 꽃이 천 낱이나 되고
산비둘기 어미 제비는 지붕을 맴도는데
외로운 나그네는 돌아간다 말 못하니
언제나 그대와 침실에서 아름다운 만남 이루리오
그리워 말자 그리워 말자
서글픈 꿈 속의 그리운 얼굴
如夢令-寄內 여몽령-기내
一夜飛花千片 일야비화천편
繞屋鳴鳩乳燕 요옥명구유연
孤客未言歸 고객미언귀
幾時翠閨芳宴 기시취규방연
休戀休戀 휴연휴연
惆悵夢中顔面 추창몽중안면
다산보다 120여 년 늦게 태어난 미국의 극작가 유진 오닐(Eugene
O'Neill)이 아내인 칼로타 몬테레이(Carlotta Monterey)에게
쓴 편지는 유명한 희곡 <밤으로의 긴 여로 (Long Day's Journey
into Night)> 첫머리에 실려 있습니다.
오닐은 12번 째 결혼기념일을 맞아 이 희곡을 칼로타에게 바친다며,
이 '오래된 슬픔'을 담은 희곡은 '밤으로의 긴 여로'이지만, '당신과
함께한 12년은 빛으로 가는 여로'였다고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이 작품은 오닐의 비극적 가족사를 보여 주는 자전적 작품이고,
칼로타는 오닐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아내였습니다.
For Carlotta, on our 12th Wedding Anniversary
Dearest: I give you the original script of this play
of old sorrow, written in tears and blood. A sadly
inappropriate gift, it would seem, for a day
celebrating happiness. But you will understand.
(중략)
These twelve years, Beloved One, have been a
Journey into Light--into love. You know my gratitude.
And my love!
'동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알맹이와 껍데기 (2026년 7월 12일) (1) | 2026.07.12 |
|---|---|
| 영어유치원 과태료(2026년 7월 8일) (0) | 2026.07.08 |
| 노년일기 286: 엄마의 구두 (2026년 7월 6일) (2) | 2026.07.06 |
| 더 크라운, 그리고 노회찬 (2026년 7월 4일) (1) | 2026.07.04 |
| 이름 바꾸기 (2026년 6월 29일) (0) | 2026.0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