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노년일기 287: 아내에게 (2026년 7월 15일)

divicom 2026. 7. 15. 12:15

연인이 주고받는 연서와 부부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좀

다른 듯합니다. 대개 남편들은 아내에게 사랑 고백하기를

쑥스러워하지만,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아내들이 남편의 고백에

더 크게 감동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노인들이 자주 나오는 TV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사회자들이 늙은

남편을 부추겨 아내에게 사랑 고백을 하게 하는 일이 있습니다.

남편이 하는 수 없이 서툴게 고백해도 '이런 말은 평생 처음 듣는다'며

눈시울을 적시는 늙은 아내들이 흔합니다. 그렇게 늙기 전에,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 사랑을 표현했으면, 아내가 조금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다산 정약용은 유배 중이던 1806년 어느 날 꿈 속에서 아내 홍헤완을

만난 후 사랑을 고백하는 시, '꿈 속의 아내에게'를 썼는데 두 사람은

그 해 결혼 30주년을 맞았다고 합니다.

 

 

하룻밤에 지는 꽃이  천 낱이나 되고

산비둘기 어미 제비는 지붕을 맴도는데

외로운 나그네는 돌아간다 말 못하니

언제나 그대와 침실에서 아름다운 만남 이루리오

그리워 말자 그리워 말자

서글픈 꿈 속의 그리운 얼굴

 

如夢令-寄內                  여몽령-기내

 

一夜飛花千片                일야비화천편

繞屋鳴鳩乳燕                요옥명구유연

孤客未言歸                    고객미언귀

幾時翠閨芳宴                기시취규방연

休戀休戀                       휴연휴연

惆悵夢中顔面                추창몽중안면

 

 

다산보다 120여 년 늦게 태어난 미국의 극작가 유진 오닐(Eugene

O'Neill)이 아내인 칼로타 몬테레이(Carlotta Monterey)에게

편지는 유명한 희곡 <밤으로의 긴 여로 (Long Day's Journey

into Night)> 첫머리에 실려 있습니다.

 

오닐은 12번 째 결혼기념일을 맞아 이 희곡을 칼로타에게 바친다며,

이 '오래된 슬픔'을 담은 희곡은 '밤으로의 긴 여로'이지만, '당신과

함께한 12년은 빛으로 가는 여로'였다고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이 작품은 오닐의 비극적 가족사를 보여 주는 자전적 작품이고,

칼로타는 오닐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아내였습니다.

 

For Carlotta, on our 12th Wedding Anniversary

 

Dearest: I give you the original script of this play

of old sorrow, written in tears and blood. A sadly

inappropriate gift, it would seem, for a day 

celebrating happiness. But you will understand.

(중략)

These twelve years, Beloved One, have been a

Journey into Light--into love. You know my gratitude.

And my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