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지난 1일 배재고등학교
야구부에 내렸던 6개월 출전 정지 처분을 재심한 결과 1개월로
감경했습니다. 이로써 배재고는 8월 6일 개막하는 봉황대기
전국 고교야구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배재고 야구부는 7월 1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스포츠공정위로부터 6개월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지난
6월 29일 청룡기 대회에서 자기 팀을 응원하는 중에 상대 팀인
광주제일고를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을 외침으로써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했다는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사건 발생 후 배재고는 광주일고에 사과했고 두 학교의 야구단과
교직원, 학부모등이 함께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습니다.
광주일고는 배재고 학생들을 용서한다며 선처를 호소했고,
배재고는 재심 신청 마지막 날인 지난 8일 대한체육회에 징계
처분에 대한 재심을 신청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또한 카페 프랜차이즈의
마케팅까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인들과 그들 손에 놀아나는
선정적 언론이 아주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임종건 선배가
자유칼럼에 쓰신 칼럼을 옮겨둡니다. 맨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칼럼 원문과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고교생이 가르쳐 준 5.18 해법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응원 구호를 발단으로 배재고와 광주제일고 간의 청룡기
야구대회에서 빚어진 갈등이 원만히 타결됐습니다. ‘어른 싸움이 애들 싸움으로
번질 뻔했던’ 이 사태는 배재고 측이 잘못을 시인 사과하자, 광주제일고 측이 이를
수용하고 배재고에 대한 징계 재고를 요청함으로써 이 사태의 주된 원인 제공자인
정치인들에게 갈등 해결의 모범을 보였습니다.
커피 체인 스타벅스 회사가 '탱크데이'라는 광고를 5월 18일 출시한 것이 스타벅스
사태의 발단이었습니다. 탱크의 사전적 의미는 ‘장갑차’와 ‘액체를 담는 용기’입니다.
커피집에서 탱크는 당연히 커피를 담는 용기인 텀블러를 말합니다. 큰 용량의
텀블러를 가져오면 가격을 할인해 준다는 내용의 광고였을 뿐입니다.
이 광고가 5월 18일보다 하루 먼저나, 하루 뒤에 나왔더라면 아무런 주목을 받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 기사를 최초 보도한 뉴스전문 채널 YTN도 기사에서 '탱크데이'와
광고 출시일의 공교로움만을 주목했을 뿐 1980년 5.18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음을
알렸습니다.
그럼에도 이 광고를 전혀 엉뚱하게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5.18
민주화운동의 아침에 탱크를 몰고 와 민간인 시위대를 무력 진압한 5공 세력을
옹호하는 성격의 광고라고 했습니다. 그런 주장은 주로 정부 여당 측과, 지역적으로는
호남 쪽에서 극렬하게 나왔습니다.
그런 극렬한 주장의 중심에 이재명 대통령이 있었습니다. 그는 이 광고에 대해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그런 짓을 할 수 있냐?”고 했습니다. 그 말이 신호탄이라도
되는 듯이 정부 여당과 5.18 관련 단체들이 주축이 되어 일제히 스타벅스 불매운동에
나섰습니다.
배재고 응원 구호 사태는 5.18 '탱크데이' 광고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5.18 폄하 광고라는 주장과 견강부회식 광고 해석이라는
주장이 충돌하면서 스타벅스 사태를 알게된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연령적으로 볼 때 배재고 학생들은 5.18이후 30여 년이 지나 태어난 세대입니다.
그들에게 잘 알지도 못하는 5.18의 역사를 폄훼하려는 의도보다 상대 팀이 광주 지역의
고교라는 점에서 약을 올려주려는 소재로 스타벅스 구호를 사용했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입니다. 어쩌면 어른들이 파놓은 덫에 어린 학생들이 빠진 꼴이라고 하겠습니다
배재고 응원가가 약올리기 차원이라 하더라도 고교생들이 광주를 조롱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은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은 아닙니다. 그것은 광고의 내용을 둘러싼
논쟁을 떠나 커피 한잔을 마시는 것까지 권력의 제재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한 학생
나름의 반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국가나 개인에게 성역은 있습니다. 국가의 성역으론 헌법정신을 들 수 있겠고, 개인적
성역이라면 믿는 종교와 신이 해당될 것입니다. 그 성역을 인정하는 사람이 많으면
평화고 그 반대면 전쟁이나 사회적 불안입니다.
신조차도 믿는 사람에겐 신이지만, 안 믿는 사람에겐 우상일 뿐입니다. 헌법정신의
근본에 해당하는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이나 ‘삼권분립’의 원칙도 자신에게는
예외로 삼으려는 권력자도 있습니다.
권력은 으레 그런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만, 이재명 정부와 여당은 국회에서 차지하는
압도적 의석을 무기로 국정의 여러 분야에서 성역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의회주의
원칙은 소수의견을 반영해 법을 만드는 것인데, 대부분의 입법 과정에 소수의견은
배제되고 있습니다.
5.18을 둘러싼 법적 관행적 금기들로 인해 성역화 논란이 빚어진 지도 오래입니다.
2002년 제정된 ‘518역사왜곡처벌법’이 그중에서 대표적입니다. 5.18과 관련한 허위
사실유포 행위에 대해 5년 이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리게 했습니다.
형법상 명예훼손죄나 모욕죄로 처벌할 수 있음에도 특별법으로 가중처벌토록 한 것입니다.
5.18 모욕 혐의에 대해 많은 법적 처벌이 있었습니다. 5.18에 북한군이 개입했다고
주장한 지만원 씨는 징역형을 살았고, 전두환 전 대통령도 헬기 기총소사가 있었다고 한
조비오 신부의 주장이 허위라고 했다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5.18은 역사적으로 정돈되어 간다고 하겠습니다.
5.18 유공자 선정을 보훈부가 아닌 광주광역시가 수행하는 것도 성역화 주장의 빌미가
되어 있습니다. 다른 모든 국가유공자 선정은 보훈부가 하는데 5.18 유공자는 왜 해당
지자체가 행하냐는 것이죠. 이는 유공자 수가 너무 많다는 주장과, 개인정보보호법
규정에 의한 것임에도, 부실 선정이 드러날까 봐 유공자 명단을 못 밝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빌미가 되어 있죠.
광주시가 유공자 선정을 맡게 된 것은 5.18의 원죄를 안고 있던 노태우 정부가 1990년
희생자 ‘선 보상, 후 확정’ 정책을 쓴 결과입니다. 현장 상황에 어두운 보훈부보다 피해
상황을 보다 신속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광주시에 맡겼던 것입니다. 이제라도 그런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유공자 선정 작업은 보훈부로 이관하고, 기존의 공적사항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도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보상대상자가 많아진 것은 5.18과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봐야 할 부분입니다.
5.18 전날 밤 호남 출신의 야당지도자 김대중 씨가 내란음모혐의로 체포, 구금된 게
5.18의 직접적인 도화선이라고 할 수 있죠. 같은 야당지도자인 김영삼 씨를 가택 연금한
것과 달리 김대중 씨를 차별 대우한 사실은 광주 시민들을 격분케 했습니다.
김대중 씨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그의 오랜 민주화 투쟁 과정에 동조했던 사람들이
5.18 유공자에 포함된 것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유공자 가운데 5.18 때 광주
근처에도 안 간 사람이 어떻게 유공자냐는 주장은 단편적인 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4,000~5,000명 선으로 추정되는 5.18 유공자 중 국회 및 정부 고관을 지내는 등
희생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해 보상을 반납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시민운동가인 고 장기표 씨와 충북 지사를 지낸 김영환 씨 두 분만이
보상을 반납했는데, 다른 유공자들도 가슴에 손을 얹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5.18이 조롱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되는 것과 같이 성역이 되어서도 안 된다고 봅니다.
5.18이 군사정권의 폭압에 맞선 민중의 항거였다는 사실은 어떠한 시도로도 변경되지
않을 것입니다. 기미독립선언서에 서명한 33인 중 상당수가 변절해 일제에 부역했다고
독립선언서의 정신이 훼손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5.18에 대한 비판적 주장이라 해도 그것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역사가 정돈되어 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판적 시각을 신성모독처럼 여기며 엄벌로 대응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적 위화감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큽니다.
기업주나 광고 제작자들에게서 5.18 조롱 의도가 인정되지 않는 기업의 광고에 억지의
정치적 해석을 덧씌워 분열적 논쟁으로 소모한 결과가 스타벅스 사태고, 그것으로
학생들의 가슴에 멍을 들게 한 것이 배재고 사태입니다.
다행히 배재고 사태는 가해 측이 사과하고, 피해 측이 용서함으로써, 오히려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갈등 해소의 모범을 보였습니다. 5.18 갈등 해소 방법도 거기에 있다고 봅니다.
반성을 모르고 여전히 싸우고 있는 어른들은 부끄러워야 합니다.
https://www.freecolum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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