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일기 256: 돈은 어디로 갔을까? (2025년 5월 29일)

divicom 2025. 5. 29. 11:54

고등학생 때 동네 초등학생을 가르쳤습니다. 

대학생 때도 저보다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사회조사원 등의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었고, 대학 졸업 전 신문기자가 되어 돈을

벌었습니다.

 

결혼 전에 번 돈은 그대로 부모님께 드렸습니다. 

결혼 후에는 어려운 친정에 거의 매일 뭔가를

사들고 들렀습니다. 저는 명품을 산 적이 없지만

어머니 아버지께는 좋은 것만 사드렸습니다. 

 

직장생활에서나 직장 밖 생활에서나 돈은 

거의 사람에게 썼습니다. 후배들의 월급이

저보다 적으니, 저 사람이 나보다 어렵게 사니,

밥을 사는 식이었습니다.

 

직장을 그만둔 후에도 방송을 진행하고 글을 쓰고

번역하여 돈을 벌며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재미있는 건, 그렇게 오랫동안 돈을 벌었는데

저는 여전히 '가난'하다는 겁니다.

 

제 '가난'은 집을 소유한 자의 가난이니, 저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가난한 사람이 아닐지 모릅니다.

그런데, 21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의

재산을 보니 '나도 제법 열심히 일했는데 나는 

왜 이들보다 가난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30억 원이 넘는 재산을 가진 이재명 후보와

황교안 후보도 그렇지만, 노동운동을 하며

살아온 '거리의 변호사' 권영국 후보의 25억 원

재산도 놀랍습니다.

 

'내가 번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생각하다가,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질문은

일종의 자조적 질문이지, '내 곁에 있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처럼 슬픈 질문은 아니니까요.

 

부모님을 비롯해 제 곁에 있던 사람들 중에도

제 곁을 영영 떠나간 사람들이 적지 않고, 앞으로도

떠나는 사람들이 나타날 겁니다. 그들이 떠난 후

가능한 한 덜 후회하도록 그들에게 맛있는 밥을

사고 싶습니다. 돈, 가난, 그까짓 것들에 흔들리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