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 동네 초등학생을 가르쳤습니다.
대학생 때도 저보다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사회조사원 등의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었고, 대학 졸업 전 신문기자가 되어 돈을
벌었습니다.
결혼 전에 번 돈은 그대로 부모님께 드렸습니다.
결혼 후에는 어려운 친정에 거의 매일 뭔가를
사들고 들렀습니다. 저는 명품을 산 적이 없지만
어머니 아버지께는 좋은 것만 사드렸습니다.
직장생활에서나 직장 밖 생활에서나 돈은
거의 사람에게 썼습니다. 후배들의 월급이
저보다 적으니, 저 사람이 나보다 어렵게 사니,
밥을 사는 식이었습니다.
직장을 그만둔 후에도 방송을 진행하고 글을 쓰고
번역하여 돈을 벌며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재미있는 건, 그렇게 오랫동안 돈을 벌었는데
저는 여전히 '가난'하다는 겁니다.
제 '가난'은 집을 소유한 자의 가난이니, 저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가난한 사람이 아닐지 모릅니다.
그런데, 21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의
재산을 보니 '나도 제법 열심히 일했는데 나는
왜 이들보다 가난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30억 원이 넘는 재산을 가진 이재명 후보와
황교안 후보도 그렇지만, 노동운동을 하며
살아온 '거리의 변호사' 권영국 후보의 25억 원
재산도 놀랍습니다.
'내가 번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생각하다가,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질문은
일종의 자조적 질문이지, '내 곁에 있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처럼 슬픈 질문은 아니니까요.
부모님을 비롯해 제 곁에 있던 사람들 중에도
제 곁을 영영 떠나간 사람들이 적지 않고, 앞으로도
떠나는 사람들이 나타날 겁니다. 그들이 떠난 후
가능한 한 덜 후회하도록 그들에게 맛있는 밥을
사고 싶습니다. 돈, 가난, 그까짓 것들에 흔들리지
않겠습니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년일기 255: 독수리처럼 (2025년 5월 20일) (1) | 2025.05.20 |
---|---|
우리 큰딸 사랑한다 (2025년 5월 6일) (1) | 2025.05.06 |
5월은 천둥 번개와 함께 (2025년 5월 1일) (2) | 2025.05.01 |
노년일기 254: 층계참에서 (2025년 4월 8일) (1) | 2025.04.08 |
노년일기 253: 깨어나라! (2025년 3월 31일) (0) | 2025.0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