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눈엔 아무 것도 안 하고 사는 하루하루인데도
제 몸엔 버거운가 봅니다. 또 감기에 걸려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속을 유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감기의 증세가 심해진다는
겁니다. 전에는 별다른 증세 없이 열만 올랐고
타이레놀 몇 알 먹으면 호전되었는데, 이젠 기침까지
하는 데다 타이레놀을 먹어도 물러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감기 선생, 내가 좀 부주의했소. 이제 조심할 테니
좀 봐주시오!' 그러나 감기 선생은 듣는 둥 마는 둥
떠날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고약한 감기에게도 고마운 점은 있습니다.
첫째는 감기 덕에 30도가 넘는 날에도 더위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제 몸의 노화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더위를 느끼지 못하니 선풍기도 켜지 않고 지내는
시간이 많습니다. 감기약 값은 늘어도 전기요금은
줄겠지요.
저는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보며, 남들은 저리 바쁘게
사는데 나는 이렇게 사니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겠지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도 감기 덕에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잣대로 삼아야 할 것은 남이 아니라
저라는 것이지요.
이번 감기 덕에 저라는 인간의 부실함을 다시 한 번
깊이 새기며, 감기 선생에게 부탁합니다.
선생 덕에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으니 이제 그만 가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