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경찰관의 방문 (2025년 2월 24일)

divicom 2025. 2. 24. 21:37

일층에서 누군가 우리 집 호수를 

눌렀습니다. 집안 벽에 붙은 화면을 보니

유니폼인 듯한 옷을 입은 두 사람이 보입니다.

기기가 오래 되어서인지 모습만 보일 뿐

그들이 하는 말은 들리지 않습니다.

 

우리 층에 고장난 곳이 있어서 고치러 온

사람들인가 생각하며 일층 출입문을

열어줍니다. 조금 있으니 누군가 우리 집

문을 똑똑 두드립니다. '누구세요?' 물어도

대답하지 않습니다.   

 

문을 여니 여자 하나 남자 하나 정복 경찰 둘이

서 있습니다. "무슨 일이세요?" 하니 당황한 듯

"아, 연락 안하셨어요?" 합니다. "아니오, 

안했는데요?" 하자, 우리 집 호수를 확인합니다.

호수는 맞지만 경찰에 연락한 적이 없다고 하자

아, 그럼, 뭐가 잘못됐나 어쩌고 하더니 그냥

갑니다. 참 황당합니다.

 

한 시간쯤 되었을까요? 또 누군가 일층에서

우리 집 호수를 누릅니다. 이번엔 신사복

차림입니다. 기기가 말을 전달하지만,

무슨 말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어 반문하자

그 사람이 묻습니다. "사망진단서 필요 없어요?"

필요 없다고 하자 그 사람이 뭐가 잘못됐구나

하는 표정으로 자리를 뜹니다. 

 

아, 아버지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가 떠오릅니다.

9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두 분 다 사시던 집에서

돌아가셨는데, 두 번 다 경찰관들과 검시 형사,

의사가 찾아와 시신을 살핀 후 사망진단서를

주었습니다.

 

우리 집에 온 경찰관과 의사도 어떤 집에서 

상사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왔던 것 같습니다.

처음 신고한 사람이 집의 호수를 잘못 말했거나 

신고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일어난  착오로 인해,

그 집으로 가는 대신 우리 집으로 온  것이겠지요. 

그런 실수와 착오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 사소하다면 사소한 사건이 제게 꽤 긴

여운을 남겼습니다. 두 젊은 경찰관들의 태도가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이라기보다 사회 조사를

하러다니는 아르바이트생 같았으니까요. 그들이 

날로 늘고 있는 범죄와 범죄인들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물론 범죄를 다루는

경찰과 행정적인 일을 하는 경찰 등으로 맡은 일이

나눠져 있겠지만, 행정 경찰에겐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순 없으니까요. 

 

두 경찰관이 자신들이 입고 있는 경찰 정복의 무게를

아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평생 한 번도 경찰관의

방문을 받아본 적 없는 '선량한' 시민의 집에 갑자기

경찰관들이 찾아왔을 때 그 시민이 얼마나 긴장하고

놀랄지, 그들은 전혀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그들이 문을 똑똑 두드려 제가 문을 열었을 때,

'안녕하세요? 저희는 000경찰서/000파출소에서 나온

000순경과 000순경입니다. 이러저러한 일로 신고를

받고 왔습니다'라고 했으면, 제가 '그런 신고한 적 없습니다'

했겠지요. 그러면 '아, 그럼 뭔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실례했습니다'하고 정중히 인사하고 갔으면 좋았을

겁니다.  다음에 비슷한 일이 생기거든, 그들이 좀 더

정중하고 자신 있는 전문가적 태도로 임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