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지소미아, 그리고 조국(2019년 8월 23일)

divicom 2019. 8. 23. 11:10

오늘은 더위가 멈춘다는 절기 '처서'입니다.

계속될 것만 같던 더위가 사라질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두 계절이 겹쳐 흐르는 시절, 세상이 시끌시끌합니다.


소음의 주 요인은 지소미아(GSOMIA: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와 

법무부장관 후보 조국 씨입니다.


지소미아 사건은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를 파기하기로 결정한 것을 뜻합니다.

지난 7월 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판결을 비난하면서 그 씨앗이 뿌려졌습니다.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대법원의 판결이 잘못되었다는 것이지요.


아베 정부는 8월 2일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 관련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고

국내에서는 지소미아 파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어제 정부는 지소미아를 파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지소미아는 주로 한국과 일본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정보를 공유하는 데

쓰였는데, 일본이 한국을 전략물자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함으로써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로 규정했으니 파기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지소미아의 유지를 원하는데 파기하면 한미동맹에도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고 염려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국가와 국가의 관계도 개인과 개인의 관계와

다르지 않습니다.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가만히 있으면 언제나 '흔들어도 되는' 

만만한 상대로 취급하니까요.


한국인만큼 한국을 모르는 사람들도 없습니다. 한국은 말도 안 되는 '한일청구권협정'을

체결하던 1965년 6월의 한국이 아니고, 미국과 소련의 힘겨루기로 한반도가 분단되던

1940년대의 남한도 아닙니다. 이제 한국은 경제력이 세계 10위 권에 드는 나라,

고등학교 졸업자의 70퍼센트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배운' 사람들의 나라입니다.

배운 사람들답게 당당히 바르게 살아야 합니다.


배운 사람 중에도 많이 배운 조국 후보자가 국민을 분노하게 하는 건 본인이나 

그 일가가 특별해서가 아니고, 이 나라에서 행세깨나 하는 사람들 중에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참, 조국 씨네는 왜 그리 딸을 의사로 만들고 싶어했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을 살리는 직업'이라 그런 것 같진 않은데...

국민일보 이도경 기자의 기사를 읽어 보시지요.



정보력·재력·인맥 총동원.. 전문가도 놀란 '딸 의사 만들기'

이도경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28)은 일반 시민들은 꿈도 꾸지 못할 정보력과 재력, 인맥 3박자가 필요한 ‘미국 유학→특수목적고→명문대→의학전문대학원’ 코스를 밟았다. ‘귀족형 코스’의 전형이다. 한 입시 전문가는 22일 “입시는 누군가 웃으면 누군가 울어야 하는 제로섬 게임이다. 사회지도층만 허용되는 특권을 활용한 반칙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조씨가 택한 입시 전략의 정교함과 실행력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조씨는 미국에서 귀국한 뒤 외국어고로 직행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십중팔구 경쟁이 덜 치열한 특례입학 제도를 활용했을 것으로 본다. 부모 덕택에 쌓은 영어 실력은 진학의 큰 무기로 작용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고교부터 의전원 진학 프로그램이 돌아갔다. 부모 정보력과 인맥이 밑바탕이 됐다. 의전원 진학을 위해서는 대학을 이과로 진학해야 했다. 문과생이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이공계 스펙이 차곡차곡 쌓였다. 단국대 의대에서 인턴 2주를 하고 병리학 논문 제1저자가 됐다. 동급생 아버지가 단국대 의대 교수였고 조씨 어머니 치맛바람 때문에 가능했다. 실제로 조 후보자 딸이 외고 재학시절 참가한 단국대 의대 인턴십 프로그램은 학교 공식 프로그램이 아니라 개인이 만든 것이었다.

조씨 고교 동문은 22일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에 “그 당시 (조씨가 참여한) 인턴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자기 아들딸 시키겠다며 머리채 잡고 뒤집어졌을 것이다. 조씨 같은 극소수만 가능한 활동이었다”는 글을 올렸다.

조씨가 다닌 강남 사교육업체 관계자는 “수험생 지도하며 논문 쓴 학생은 (조씨가) 처음이었다. 그 이후에 고교생 입시 스펙으로 논문 쓰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고 말했다. 강남 입시업계에서도 최첨단이었다는 얘기다.

조씨가 고3 때 참여한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 인턴십 프로그램과 논문 작성은 교수였던 어머니 인맥이 힘을 발휘했다. 조씨 어머니와 해당 프로그램 지도교수는 대학 동기로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한 사이였다.

조씨는 2010학년도 고려대 수시모집 세계선도인재전형에서 이런 스펙을 풀어놨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가 필요 없는 전형이었기 때문에 차별화된 스펙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일반 수험생은 도입 초기였던 입학사정관제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우왕좌왕하던 시기였다.

입시 전문가들은 미국 유학 경험과 부모의 정보력 덕택에 도입 초기였던 미국식 입학사정관제도의 허점을 제대로 파고들 수 있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강남 등 교육특구 부유층은 이후 교수 인맥에 혈안이 됐다. 교수를 직접 알면 좋고 교수 인맥이 있는 공직자도 인기가 높았다. 마땅한 인맥이 없으면 고액 논문 컨설팅을 받았다. 논문 작성부터 면접 준비까지 해주는 패키지 상품이 유행하기도 했다.

조씨는 의학교육입문검사(MEET) 점수가 필요 없는 면접 전형으로 부산대 의전원에 들어갔다. 교육계에선 의전원 입시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처럼 인맥이 많이 작용했다는 의심을 한다. 게다가 서민층에는 진입 장벽이 있었다. 고액 학비와 아르바이트를 하지 못하는 준비 과정 때문에 서민에겐 ‘그림의 떡’이란 지적이 많았다. 현재 대학들은 의전원을 의대로 전환하고 있다. 조씨가 의전원 제도의 거의 마지막 수혜자란 평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