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은 그새 가을벌레들에게 점령당했습니다.
7시가 되어갈 때에야 들리는 매미의 목소리는
패배할 싸움을 하는 병사들의 목소리입니다.
<정유재란 격전지에 서다>가 떠오릅니다.
언론계도 다른 '~계'와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도 많고 선배도 많지만 존경할 만한 분은 드뭅니다.
이 책을 쓴 문창재 선배님은 제가 존경하는 분입니다.
'국난의 대명사 임진왜란은 떠올리기도 싫은 말'이나
'이순신이 활약한 정유재란은 임진왜란의 치욕을 씻어준 전쟁'이라
자랑스러우시다는 선배님의 글을 읽으며
강직하며 맑고 온화하신 선배님을 생각합니다.
이제는 머리에서 목으로 흘러내리는 땀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계절,
정유재란, '그 가상한 역사의 현장'을 담고 있는 선배님의 책을 읽어야겠습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비롯한 '성공'한 '386 세대' 사람들도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대개의 좋은 책이 그렇듯 이 책이 거울처럼 그들의 생을 비출 테니까요.
젊은 시절 자신들이 적으로 삼았던 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들을 추구한 결과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성취를 자랑하게 된 초로의 세대가
이 책을 읽으며 부끄러움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부끄러움 같은 건 오래 전에 잃어버렸을까요?
책의 10쪽 몇 문장이 공감과 함께 탄식을 자아냅니다.
"그 전투의 패전은 예고되어 있었다.
수하 장졸과 백성들이 하늘같이 떠받드는 장수를 내치고,
무능하고 용렬한 장수를 앉혔으니 어찌 이기기를 바라겠는가."
오늘의 한국은 16세기 말 조선과 달라야 할 텐데,
겉모습은 분명 달라졌는데 정신도 겉모습만큼 달라졌을까...
고개를 젓는 아침, 가을벌레들이 소리칩니다. 아니야,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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