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마음에 새 슬픔이 자꾸 얹힙니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인 게 인생이라 하니 제가 인생을 너무 가까이서 보나 봅니다.
오늘 아침 tbs '즐거운 산책(FM95.1MHz)'에서는 말로 위로하지 못하는 슬픔을 위로하는 '포옹'에 대해 생각해 보고 Sam Cooke의 'Summertime,' 전영의 '어디쯤 가고 있을까,' 등 아름다운 노래들을 들었습니다. 테너 엄정행 씨가 부른 '내 마음'도 들었는데 이 곡은 다른 분이 부른 것으로 틀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 마음은 호수요...'로 시작하는 노래인데 엄정행 씨가 너무 감정을 실어 부르니 '호수'가 아니고 폭풍에 휩싸인 바다의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번 주 목요일이 제헌절이라 제헌절 노래도 들었습니다. 공휴일이 아니어도 국경일입니다. 잊지 말고 태극기를 게양해 주십시요. 1948년 7월 17일 처음으로 헌법을 만들어 공포할 때는 아무도 법이 지금처럼 웃음거리가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겠지요. 아래에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포옹'을 옮겨둡니다.
포옹
슬픔에 잠긴 친구를 만났습니다.
무슨 말로도 위로할 수 없다는 걸 아는데도
자꾸 말이 나왔습니다.
제 입이 하는 말을 제가 들어도
말이 되지 않았습니다.
마음을 말로 표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위로가 필요한 사람 앞에서 말은
갈 곳을 모르는 말처럼 허둥거립니다.
그러다보면, 위로하고 싶어 횡설수설하는 사람을
위로받아야 할 사람이 오히려 위로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친구가 제게 고맙다고 하는 건
제 말에 위로받아서가 아니고
그 두서없는 말에 담긴 사랑을 알기 때문이겠지요.
헤어지기 직전 슬픔으로 작아진 친구를 가슴에 안았습니다.
제 사랑과 온기가 그에게로 흘러들어 그의 몸의 한기가 가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그냥 안아주는 건데...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은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에는
그냥 그 사람을 안아주세요.
말이 하지 못하는 일을 몸이 할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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