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추석 (2013년 9월 15일)

divicom 2013. 9. 16. 11:00

추석이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더위와 비바람을 견뎌낸 과일들이 도시를 아름답게 치장합니다. 귀향을 준비하는 사람들, 부모님의 선물을 고르는 사람들, 제수용품을 사는 사람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이번 추석 목전에서 저 세상으로 간 사람들이 유독 많았습니다. 차례상을 사이에 두고 이편과 저편의 사랑이 흐르겠지요. 떠난 지 몇날 되지 않은 그들... 벌써 그립습니다.


오늘 tbs FM(95.1MHz) '즐거운 산책'에서는 '추석'에 대해 생각해보고, '어머니의 마음'을 들었습니다. 추석에 제일 바쁜 사람은 어머니이니까요. 노신(루쉰)의 <고향>을 읽으면서는 '희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는 <고향>의 말미에서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래는 '즐거운 산책'의 제 칼럼 '들여다보기'입니다.



추석


햅쌀을 사고 토란을 벗기고

송편을 빚고 전을 부치며

토란국을 좋아하시던 할머니

깨 송편을 좋아하시던 할아버지를 생각합니다.

 

가신 님들 무덤과 주변의 풀을 깎다보면

꼭 그분들의 머리를 깎는 것 같습니다.

무덤 앞에 두루 모여 절을 올리면

재잘거리던 새들도 잠시 조용합니다.

 

영혼이 어디 있느냐고

차례상을 차리면 죽은 사람이 와서 먹느냐고

합리적으로 생각해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신이 누군가를 편애한다면 신이 아니겠지만

사람은 누구나 제 가족을 편애합니다.

그러니 신에게 기도하며 복을 비는 것보다는

추석날 차례상 앞에서 조상의 사랑을 구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이 세상 사람들과 저 세상 사람들이 만나고,

세상 곳곳에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만나는 명절,

추석은 반가운 해후의 날이지만

남자들은 편히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여자들만 부엌에서 기름 냄새를 맡는다면

추석은 절반의 명절이겠지요, 인구의 절반은 여성이니까요.

 

남녀노소 합심하여 차례를 지내고

추석 보름달을 향해 소원을 빌어보세요.

차례상에 감동하신 조상님들이 그 소원, 틀림없이 이루어주실 겁니다.

 

즐거운 산책함께 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즐거운 추석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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